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천문학계에서 ‘불릿 클러스터(Bullet Cluster)’는 암흑물질의 실체를 보여주는 대표적 우주 실험실로 꼽힌다. 이 거대한 은하단은 1992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인슈타인 관측소가 우연히 포착한 X선 신호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가시광선 관측을 통해 수십, 수백 개의 은하가 중력으로 묶여 회전하는 집단임이 확인됐다. 지구에서 약 40억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은하단은 단일 구조가 아닌, 서로 다른 두 은하단이 충돌해 형성된 특별한 천체다.
특히 불릿 클러스터는 약 2억 년 전, 초당 4000km라는 빛의 1%에 달하는 속도로 충돌했다. 이 충격으로 은하 자체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은하 사이에 존재하던 수천만 도의 초고온 가스가 거대한 충격파 형태로 밀려난 흔적이 남아 있다. 이 독특한 원뿔형 구조 때문에 ‘총알 클러스터’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이 은하단이 학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한 충돌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암흑물질 연구 때문이다. 은하와 은하단의 질량은 관측된 별과 가스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실제로 계산된 질량보다 훨씬 강한 중력이 작용해 은하가 분산되지 않고 묶여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보이지 않는 물질인 암흑물질의 존재가 제기됐다.
불릿 클러스터는 이를 입증하는 결정적 사례다. 충돌 과정에서 뜨거운 가스는 중앙에 머물렀지만, 암흑물질은 서로 상호작용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해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배경 은하의 빛이 중력에 의해 휘어지는 ‘중력 렌즈 효과’를 분석해, 실제 질량 분포와 가스의 위치가 다르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는 암흑물질이 실제로 존재함을 보여주는 직접적 증거로 평가된다. 불릿 클러스터는 여전히 천문학자들에게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관측 결과만으로도, 우주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물질의 존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