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얼음 위성 엔셀라두스, 생명 기원 단서 될 복잡한 유기물 발견
토성의 얼음 위성 엔셀라두스, 생명 기원 단서 될 복잡한 유기물 발견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토성의 작은 위성 엔셀라두스가 또다시 전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 공동 탐사선 카시니호가 남긴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엔셀라두스의 얼음 기둥 속에서 복잡한 유기 분자가 다수 발견된 것이다. 이는 지구 밖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단서로 평가된다.

엔셀라두스는 지름 약 500km의 작은 위성이지만, 두꺼운 얼음 밑에 거대한 바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2005년 카시니호 관측을 통해 드러나며 화제가 됐다. 남극 지역에서 분출되는 물기둥 속에는 물 분자뿐 아니라 생명체 구성에 필수적인 다양한 분자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이후 연구에서 밝혀졌다. 최근 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에 실린 새로운 연구에서는 그간 확인되지 않았던 더 복잡한 유기 화합물이 검출됐다. 연구를 이끈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의 노자이르 카와자 박사는 “엔셀라두스 내부 바다에서 복잡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분석 결과, 물기둥 속에는 방향족 화합물, 아민류, 산소 결합 분자 등 지구 생명체의 화학적 기반과 유사한 물질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특히 에스터와 에테르 같은 산소를 포함한 새로운 분자 구조도 확인돼 주목된다. 이는 DNA 형성에 필요한 핵심 분자들의 전구체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케빈 핸드 박사는 “이번 결과는 생명 관련 유기물이 실제로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며 “만약 탐사선이 직접 바다 속을 탐사한다면, 지금 발견된 것들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다만 카시니호는 애초 엔셀라두스를 정밀 분석하도록 설계된 탐사선은 아니었다. 당시 장착된 장비들은 1980~90년대 기술에 머물러 있어 얻을 수 있는 데이터에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오랜 기간에 걸친 분석 끝에 이번 성과를 이끌어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더 정밀한 장비를 갖춘 후속 탐사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엔셀라두스 내부 바다에 존재하는 복잡한 유기 화합물의 정체가 밝혀진다면, 인류는 태양계 안에서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결정적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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