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주에는 절대적인 법칙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기준으로는 엄청난 속도이지만, 끝없이 펼쳐진 우주에서는 빛조차 답답할 만큼 느리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가는 데도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이 법칙에는 중요한 단서가 붙는다. ‘공간을 통과하는 물체’는 빛보다 빨리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이다. 문제는 우주 자체가 매 순간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의 한계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20세기 초 천문학자들은 먼 은하일수록 더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관측했다. 이는 우주가 폭발적으로 팽창했다는 ‘빅뱅 이론’의 근거가 됐다.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이를 ‘허블 상수’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간단히 말해, 은하가 우리로부터 멀어질수록 더 빠르게 움직이는 셈이다. 이 계산을 적용하면, 약 140억 광년 떨어진 지점에서는 은하가 빛의 속도로 멀어진다. 이를 ‘허블 구’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주는 이보다 훨씬 더 크며, 실제로는 허블 구 바깥에 있는 은하들도 존재한다. 놀랍게도 그 은하들은 ‘빛보다 빠르게’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빛보다 빠를 수 없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은하들이 직접 공간을 ‘질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주 자체가 팽창하면서 은하들을 끌고 가고 있으며, 공간의 팽창 속도에는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허블 구 바깥의 은하들은 결과적으로 빛보다 빨리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쉽게 말해, 바닷물 위를 20km/h로 가는 배가 있다고 치자. 하지만 바닷물이 동시에 30km/h로 흐른다면, 우리는 그 배가 50km/h로 멀어지는 것처럼 보게 된다. 우주 속 은하들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능하다. 은하가 방출한 빛은 시간이 지나면서 허블 구의 경계를 넘어올 수 있고, 결국 우리 눈에 도달한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도 ‘빛보다 빠르게 멀어지는 은하들’을 보고 있는 셈이다. 흥미롭게도 반대로 허블 구 바깥 은하의 관점에서는 우리 은하 역시 빛보다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설명하는 영역이다. 하지만 일반인의 언어로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여전히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0년간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쌓아온 연구는 우주의 비밀을 조금씩 열어가고 있다.
우주가 끊임없이 팽창하는 이상, 인류는 결코 그 끝에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사실들은 여전히 우리를 경이롭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