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하늘에서 바라본 지구, 우주 속 고요한 ‘푸른 별의 반짝임’
화성 하늘에서 바라본 지구, 우주 속 고요한 ‘푸른 별의 반짝임’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지구를 벗어나 우주를 바라보는 천문학자들에게 가장 특별한 순간 중 하나는 먼 우주 탐사선이 지구와 달을 함께 포착한 장면을 보여줄 때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은 너무 익숙하지만, 우주 너머에서 본 지구는 언제나 낯설고 경이롭다.

2015년 미국의 위성 ‘디스커버’가 촬영한 이미지에서는 지구와 달이 세밀하게 드러났고, 2003년 유럽우주국의 ‘마스 익스프레스’가 남긴 사진에서는 두 천체가 희미한 점처럼 보였다. 지난해 7월, 약 2억9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사이키’ 탐사선이 찍은 장면 속에서도 지구와 달은 그저 어두운 바다 위의 작은 빛점에 불과했다. 멀리 떨어질수록, 우리가 얼마나 깊은 우주 속에 떠 있는 존재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더 특별한 장면은 2004년 화성 탐사로버 ‘스피릿’이 남긴 사진이다. 인류 최초로 다른 행성의 표면에서 지구를 담은 이 사진에는 붉은 하늘 위로 희미하게 빛나는 지구가 떠 있다. 언덕진 화성 지평선 너머로 반짝이는 푸른 점 하나는, 그곳에 서 있는 이라면 누구라도 ‘저곳이 내 고향이구나’ 하고 느끼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화성의 하늘에서 본 지구와 달은 어떤 모습일까? 지구와 달의 밝기, 그리고 하늘에서의 거리감이 이를 결정짓는다.

지구가 화성에 가장 가까울 때 가장 밝게 보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두 행성이 가장 근접할 때 지구는 태양과 화성 사이에 위치해, 화성에서는 지구의 어두운 밤면을 보게 된다. 반대로 태양의 반대편에 있을 때는 지구의 낮면이 보이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크기가 작고 빛도 약하다. 결국 지구는 가까워도 어둡고, 멀어도 어두운 셈이다.

하지만 중간 시점이 있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동안 화성에서 보면 지구도 달처럼 ‘위상 변화’를 겪는다. 이때 초승달처럼 보일 때가 오히려 가장 밝다. 이는 지구가 화성에 비교적 가까워지고, 빛나는 부분의 면적이 상대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으로는 금성을 관찰할 때와 같은 원리로, 금성이 초승달 형태일 때 가장 밝게 보이는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화성에서 지구와 달을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시기는 두 행성이 근접한 뒤 몇 주가 지난 시점이다. 이때 지구는 목성만큼이나 밝게 빛나며, 달은 큰곰자리의 별 정도의 밝기를 보인다. 비록 화성의 하늘에서 본 지구는 손톱만 한 빛점에 불과하지만, 그 미세한 반짝임은 여전히 강렬하다. 그곳에서 바라본 지구는 단순한 행성이 아니라, 우주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유일한 ‘푸른 고향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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