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천문학자들이 아직 외계행성의 위성, 이른바 ‘외계 위성(엑소문)’의 존재를 확정짓지는 못했지만, 그 실마리가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한 행성 주변의 이상한 가스 구름이 새로운 단서를 제공하면서, 인류가 첫 외계 위성을 발견할 가능성이 한층 가까워졌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연구의 주인공은 ‘WASP-39b’라는 이름의 거대 가스 행성이다. 과학자들은 이 행성 주변에서 황 성분이 포함된 가스 구름을 발견했는데, 일부 연구진은 이것이 행성 자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인근에 존재하는 화산활동이 활발한 위성에서 분출된 물질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의 아푸르바 오자 박사 연구팀은 “이 현상은 목성과 그 위성 ‘이오’ 사이에서 벌어지는 화산 작용과 거의 동일하다”며 “다만 WASP-39b는 항성에 매우 가까워, 그 열과 중력으로 인해 훨씬 극단적인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계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 활동을 보이는 천체는 목성의 위성 이오다. 이오는 강력한 조석력(중력에 의한 인력 차이)에 의해 내부가 지속적으로 가열돼 끊임없이 화산을 분출한다. 그 결과, 목성 주변에는 이오에서 뿜어져 나온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거대한 고리가 형성되어 있다. 오자 박사는 “이와 같은 구조가 외계행성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외계 위성의 존재’를 의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와 동료 연구자들은 2019년부터 ‘외계 위성을 찾기 위한 나트륨(소듐) 신호 분석 기법’을 발전시켜 왔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WASP-39b 주변에서 황산화물(SO₂)을 처음 포착했으며, 이후 허블 망원경과 유럽 남천문대의 초대형 망원경에서도 나트륨과 칼륨이 추가로 탐지됐다. 오자 박사팀은 이 데이터를 10여 년간 추적해 분석한 결과, 이 물질들의 양이 일정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같은 ‘비정상적 변동’은 행성 자체보다는 외부 천체, 즉 위성에서 간헐적으로 분출되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의 커트 레더퍼드 박사는 “이런 화학적 변화는 행성이 아닌 단단한 천체, 곧 위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선 WASP-39b 주변의 신호를 가장 잘 설명하는 가설이 외계 위성의 존재”라고 밝혔다.
오자 박사팀은 이미 또 다른 외계행성 WASP-49b에서도 유사한 징후를 발견했다. 이 행성은 별을 3일도 채 안 되는 주기로 공전하는 ‘초근접 거대 행성(핫 주피터)’으로, 주변에서 폭발적으로 분출되는 나트륨 구름이 관측됐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그 가스의 움직임은 마치 화산 위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질처럼 보였으며, 위성이 약 8시간 주기로 행성을 공전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모든 학자가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이런 초근접 거대 행성은 항성에 너무 가까워서 위성이 존재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행성이 형성된 뒤 안쪽으로 밀려오면서 대부분의 위성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웹 망원경이 포착한 연속적인 신호들은 ‘외계 위성의 실존’을 향한 유력한 단서로 평가된다. 만약 이 관측이 추가 데이터로 확인된다면, 인류는 태양계 밖에서 처음으로 ‘화산이 폭발하는 외계의 달’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자 박사는 “우리는 지금, 외계 위성을 찾는 역사적 순간에 서 있다”며 “이 신호가 단순한 착시가 아니라면, 인류의 천문학 교과서는 다시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