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마라톤은 언제나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무대다.
지난 10월 26일 열린 ‘가을의 전설’ 2025 춘천마라톤에서 엘리트 선수와 마스터즈 선수의 다른 모습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결승점에서 엘리트 부문은 1위부터 상위권 입상자가 대부분 쓰러졌고, 마스터즈 상위권 입상자는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엘리트 선수에게 결승선은 ‘한계의 벽’이다. 그들은 1초라도 더 줄이기 위해, 숨도 몰아쉬며 몸의 마지막 에너지를 짜낸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쓰러지는 것은 그가 자신을 완전히 소진했다는 증거다.
반면 마스터즈 상위권 입상자에게 결승선은 ‘도전의 선’이다. 그들은 기록보다 과정, 경쟁보다 자기 확장을 중시한다. 완주의 목표는 타인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자신을 넘어서는 것이다.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한계를 넘는 그 순간, 그들은 달리기의 고통 속에서 오히려 즐거움을 느낀다.

최근 들어 엘리트와 아마추어의 간극은 점점 좁혀지고 있다. 전 국민적인 러닝 열풍으로 마라톤 대회가 활기를 되찾았고, 시민 러너들의 참여는 건강 증진과 생활 체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스터즈는 생활 속에서 마라톤의 저변을 넓히고, 엘리트는 기록을 깨기 위해 훈련하며 서로 다른 위치에서 한국 마라톤의 저력을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엘리트 선수들의 부진한 기록은 아쉬움을 남긴다.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커진 지금, 전문 선수들이 그 열기를 동력으로 삼아 다시 한 번 도약이 필요하다. 쓰러진 엘리트의 투혼과 끝까지 선 마스터즈의 꾸준함이 만날 때, 한국 마라톤의 새로운 전성기가 열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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