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주는 그 자체로도 이미 섬뜩하다. 끝을 알 수 없는 어둠과 차가운 공간 속에 존재하는 은하들은 수많은 ‘괴물’을 품고 있다. 그중 상당수는 별이지만, 보통의 별이 아니다. 폭발적인 초신성이나 강력한 자기장을 뿜어내는 마그네타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파괴적인 천체들이 곳곳에서 잠들어 있다.
그러나 진짜 공포는 은하 자체에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대형 은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수십억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블랙홀로 물질이 빠르게 빨려 들어가면 엄청난 열이 발생하며 고에너지 복사가 분출된다. 동시에 아원자 입자들이 초고속으로 방출되어 은하 중심을 휩쓸고 지나간다. 일부 블랙홀은 ‘제트’라 불리는 에너지 광선을 양쪽으로 내뿜는데, 이는 수천 광년에 걸쳐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죽음의 광선과도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속한 은하, 즉 우리 은하(은하수)는 안전할까? 현재로선 우리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는 비교적 조용한 상태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에는 훨씬 더 활동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은하 중심부 근처에는 ‘페르미 버블’이라 불리는 두 개의 거대한 가스 방울이 관측되고 있다. 이는 블랙홀의 과거 폭발 흔적일 수도 있고, 대규모 별 형성 과정에서 방출된 에너지일 수도 있다.
활동은하가 생명체에 얼마나 위험한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일부 연구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활동은하에서 방출되는 강력한 입자 바람은 주변 행성의 대기를 벗겨내거나 오존층을 파괴할 정도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지구는 은하 중심에서 약 2만6000광년 떨어져 있어 이런 위협으로부터는 안전한 편이다. 문제는 우리 은하가 예외적인 ‘안전지대’라는 점이다. 다른 은하들, 특히 더 거대한 블랙홀을 품은 곳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일부는 블랙홀의 폭주 활동으로 인해 은하 전체가 생명체에 부적합한 환경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흥미롭게도, 어떤 연구에서는 이런 블랙홀의 자외선 복사가 오히려 행성 대기의 오존 형성을 돕는다는 결과도 있다. 즉, 은하가 너무 조용해도, 너무 요란해도 생명에 불리하며, 그 중간 지점이 가장 ‘살기 좋은 은하 구역’이라는 것이다. 현재 지구는 바로 그 ‘은하 거주 가능 지대’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먼 미래, 안드로메다 은하와의 충돌이 일어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두 은하의 블랙홀이 동시에 깨어난다면, 주변 수천 광년 내의 행성들은 엄청난 에너지 폭풍을 견뎌야 할 것이다. 결국, 우주는 우리를 허락하지만 보호하지는 않는다. 만약 올 할로윈 밤, 어두운 하늘 아래에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고개를 들어 은하수를 바라보라. 그 신비로운 빛 속에는, 생명을 위협할지도 모르는 우주의 냉정한 진실이 숨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