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보낸 경고음…24시간 동안 지속된 ‘미스터리 감마선 폭발’
우주가 보낸 경고음…24시간 동안 지속된 ‘미스터리 감마선 폭발’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주는 여전히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천문학자들이 모든 것을 관측했다고 생각할 때쯤, 우주는 새로운 수수께끼를 던진다. 이번엔 그중에서도 전례 없는 규모의 감마선 폭발이 그 중심에 있다. 지난 7월 2일(현지시간), 미항공우주국(NASA)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이 새로운 감마선 폭발(GRB)인 ‘GRB 250702B’를 포착했다. 감마선 폭발은 우주에서 관측되는 가장 강력한 폭발 현상 중 하나로, 수십억 광년 떨어진 거리에서도 보일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보통 두 중성자별이 충돌하거나 초거대 별이 초신성으로 폭발할 때 발생하는데, 이때 분출되는 방사선 제트가 지구를 향하면 우리가 이를 감마선 폭발로 관측하게 된다.

평균적으로 하루 한두 번 꼴로 이런 폭발이 관측되지만, 이번 GRB 250702B는 완전히 달랐다. 기존의 감마선 폭발은 길어야 몇 시간 만에 사라지지만, 이번 현상은 거의 ‘24시간’ 동안 지속됐다. 호주 커틴대의 천문학자 아델 굿윈 박사는 “이 사건의 가장 충격적인 점은 방출 지속 시간”이라며 “감마선 폭발이 맞다면 지금까지 인류가 관측한 가장 긴 폭발”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이번 폭발은 세 차례의 ‘맥동’을 보이며 반복되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는 감마선 폭발이 대개 원천 천체를 완전히 파괴하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한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연구진은 즉시 모든 전파망원경과 광학 장비를 동원해 GRB 250702B의 비밀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수수께끼는 이 폭발의 ‘출처’였다. 관측 초기에는 우리 은하의 중심부 방향에서 감지돼, 혹시 은하 내부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먼지층을 뚫고 확인한 결과, 폭발의 근원은 지구에서 약 50억 광년 떨어진 외부 은하로 밝혀졌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은하가 다른 어떤 감마선 폭발 호스트보다도 거대하고, 먼지가 많은 ‘비정상적인 은하’라는 사실이다.

천문학자들은 “이례적인 폭발이 이례적인 은하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두 가지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초거대 별이 극단적인 방식으로 붕괴해 비정상적으로 강력한 제트를 방출했을 가능성, 또 다른 하나는 중간 질량의 블랙홀이 백색왜성을 잡아먹는 ‘조석파괴 사건(TDE)’일 가능성이다. 굿윈 박사는 “기존의 초신성 붕괴 모델로는 이처럼 긴 폭발을 설명할 수 없다”며 “더 특이한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천문학회 고에너지물리학 분과 회의에서도 이 현상은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한 연구자는 “감마선 폭발이라 보기엔 너무 길고, 조석파괴라 보기엔 밝기가 부족하다”고 평가했고, 또 다른 학자들은 “이 사건은 완전히 새로운 우주 현상의 첫 증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이론가들은 더 대담한 해석을 내놓는다. 블랙홀이 별과 실제로 충돌해 병합하는 드문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두 별이 함께 돌다가 하나가 폭발해 블랙홀이 되고, 시간이 지나 서로 끌어당기며 충돌할 때 일어날 수 있다.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GRB 250702B는 인류가 처음으로 관측한 ‘별과 블랙홀의 융합 폭발’이 된다. GRB 250702B는 여전히 많은 질문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주는 아직 우리에게 모든 비밀을 보여주지 않았으며, 이번 사건은 그 신비의 한 장면을 엿보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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