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지난해 10월 전국체전 하프마라톤에 이어 올해 11월 충북 역전 마라톤 대회에서 안전사고로 국내 육상계는 유난히 무겁다. 두 차례 열린 공식 대회에서 연이어 발생한 교통사고는 단순한 불운이라 하기엔 너무 뚜렷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 중심에는, 한국 육상의 미래를 기대하게 했던 유망주 선수들이 있었다.육상 도로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선수 보호를 위한 통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경기 코스 일부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아 차량이 진입했고, 앞만 보고 달리는 선수들은 순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최근 방영되는 드라마에서 러닝 장면을 보는 일이 부쩍 늘었다. 주인공이 러닝화를 신고 출근길을 달리거나 밤거리를 뛰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광고 속에서도 달리는 이미지가 자연스러운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러닝이 특정 마니아층의 취미를 넘어, 드라마와 광고가 아무렇지 않게 끌어다 쓰는 ‘일상 문화’로 올라섰다는 방증이다.이 흐름은 단순한 운동 트렌드의 확장을 넘어 문화적 상징의 이동을 보여준다. 드라마 제작진이 러닝 장면을 즐겨 넣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달리는 행위는 등장인물
- 국가대표 출신 안기형 씨, 빌딩 보안 사원으로 인생 2막- 개인의 ‘성실한 적응’ 넘어, 엘리트 체육인의 경험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할 고민 필요[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평생을 기록 단축을 위해 심장을 깎았던 마라톤 국가대표 출신 안기형(62) 씨가 최근 서울 강남의 한신인터밸리24 빌딩에서 보안 사원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지난 3월부터 정식 근무를 시작한 그는 입주민과 방문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파수꾼이 되었다.안 씨의 이력은 ‘성실’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국가대표 은퇴 후 현대모비스에서 37년간 근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최근 한 시민이 도심 도로에서 조깅을 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었다. 교통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에 일리는 있으나, 많은 이들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달리기조차 마음대로 못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가?"한때 달리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 행위 중 하나였다. 별다른 장비나 타인의 허락 없이, 누구나 자신의 몸만으로 누릴 수 있는 해방의 행위였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에서 달리기는 '허용된 장소'에서, '안전장비를 갖추고',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러닝은 한국 사회의 변화를 상징한다. 모두가 속도를 잃은 시대에 사람들은 달리며 자신의 속도를 되찾고 있다. 땀의 무게만큼 생각이 가벼워지고, 바람 속에서 스스로와 대화한다. 연예인이 달리고, 브랜드가 이를 후원하며, 시민이 함께 뛰는 이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움직이는 삶’의 풍경이 되었다.이제 한국의 거리는 러너들로 가득하다. 출근길에도, 강변에도, 주말 공원에도 운동화를 신은 사람들이 있다. 건강을 위한 습관이자 자기 회복의 언어가 된 러닝의 열기는, 연예인들의 참여로 대중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한국 마라톤의 역사와 중흥을 위해 함께 뛴 춘천마라톤(주최 조선일보)은 올해 과감한 선택으로 주목을 받았다. 외국인 엘리트 선수 초청을 전면 없애고, 오직 국내 선수들만으로 대회를 치렀다. 한때 국제 마라톤의 상징으로 불렸던 춘천이 올해만큼은 철저히 ‘로컬’을 지킨 것이다.춘천마라톤 조직위가 한국 마라톤과 선수들을 위해 단행한 결과다. 지난 십여 년간 국내 주요 마라톤 대회에서 대부분 케냐·에티오피아 출신 선수들이 우승하며, 국내 선수들은 “한국인 1위”라는 별도 타이틀 안에 갇혀 있었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마라톤은 언제나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무대다.지난 10월 26일 열린 ‘가을의 전설’ 2025 춘천마라톤에서 엘리트 선수와 마스터즈 선수의 다른 모습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결승점에서 엘리트 부문은 1위부터 상위권 입상자가 대부분 쓰러졌고, 마스터즈 상위권 입상자는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엘리트 선수에게 결승선은 ‘한계의 벽’이다. 그들은 1초라도 더 줄이기 위해, 숨도 몰아쉬며 몸의 마지막 에너지를 짜낸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쓰러지는 것은 그가 자신을 완전히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손 군이라면 틀림없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네. 저 일본 사람들의 콧대를 눌러 주게.”선배 권태하가 남긴 말은 단순한 격려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대의 사명이었고, 고무신을 신고 달리던 소년의 집념이 마침내 도달해야 할 목표였다.1933년, 손기정은 조선신궁경기 대회에서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데뷔했다. 당대 최강자였던 남승룡, 이민홍 등 기라성 같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그는 당당히 우승하며 화려한 ‘손기정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이듬해 경수 가도에서 열린 제2회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1936년 베를린 올림픽. 10만 관중의 환호 속에서 한 청년이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2시간 29분 19초 2, 세계 신기록이었다. 그의 질주는 한순간의 기적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고통과 집념의 결실이었다.작은 고무신으로 시작한 뜀박질신발이 닳아 못 신게 되자 어머니는 여성용 작은 고무신을 내주었다. 손기정은 고무신이 달리기를 막으려는 의도임을 알았지만, 끈으로 발을 묶고 집과 학교 사이를 달렸다. 학교에서는 맨발로 훈련을 이어갔다.어느 날 학교 운동장에서 연습하던 손기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1927년,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소년이 운동장 주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나이 열다섯의 손기정이었다. 정규 코스 42.195km를 처음 완주한 한국인 기록이 막 세워진 해였다. 그때의 세계 최고 기록과 국내 기록은 1시간 가까이 차이가 났다. 올림픽은 너무 멀었고, 꿈은 아득했다. 그러나 이 소년은 포기하지 않았다.손기정은 어른들 틈에 섞여 경기마다 뛰었고, 장거리 달리기에는 언제나 끝까지 남았다. 하지만 두 가지 고난이 그 앞을 막았다. 가난, 그리고 일제 강점기의 억압이었다. 운동에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마라톤은 한 때 일부 마니아들의 스포츠로 여겨졌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러닝 붐과 함께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는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들이 있다. 참가비를 내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개방성과 완주 메달, 기록 증명 등 다양한 부가 요소들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경기장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 러닝 열풍의 이면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숙’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 와 있다.무분별한 대회 난립과 질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지난 15일 전남 장성군 장성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장성아카데미 30주년 기념 포럼에서 가수 션이 특별 강연자로 무대에 섰다. ‘나눔, 사람을 잇다’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그는 “가장 좋은 때는 지금”이라며 꿈과 희망을 나누는 삶의 가치를 청중과 공유했다.1997년 힙합 듀오 지누션으로 데뷔한 션은 가수 활동과 함께 꾸준히 봉사와 기부를 실천해 왔다. 고(故) 박승일 농구선수와 함께 루게릭병 환우를 지원하기 위한 승일희망재단을 설립했으며, 올해는 승일희망요양병원을 개원해 사회적 기부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지난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5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은 역사적인 접전으로 기록됐다. 남자 마라톤에서는 알폰스 심부(탄자니아)가 아마날 페트로스(독일)를 불과 0.03초 차이로 제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마라톤에서는 페레스 제프치르(케냐)가 티그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를 2초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하며, 남녀 모두 극적인 결승 장면을 만들어냈다.마라톤은 장거리 경기 특성상 초, 분 단위의 격차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 도쿄 대회처럼 0.03초와 2초 차이로 승부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케냐는 지난 수십 년간 세계 마라톤을 지배해 왔다. 엘리우드 킵초게(Eliud Kipchoge), 윌슨 킵상(Wilson Kipsang), 메리 케이타니(Mary Keitany) 등 수많은 스타 선수를 배출했으며, 세계 남자 마라톤 100위 안에만 58명의 케냐 선수가 포함되어 있다. 현재 세계 최고 기록(2시간 00분 35초)을 보유한 켈빈 킵툼(Kelvin Kiptum) 역시 케냐 출신이다.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자와 선두 그룹에 케냐 선수가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무엇이 이 나라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달리기는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건강운동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연구 결과는 달리기에 대한 통념을 흔들었다. 무리한 장거리 달리기가 오히려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연구팀은 35세에서 50세 사이 러너 100명을 대상으로 대장내시경을 실시했다. 그 결과 약 15%에서 암 전 단계로 분류되는 고위험 선종이 발견됐고, 절반 가까운 참가자에게서 용종이 확인됐다. 이는 일반인의 발병률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연구는 아직 예비 단계이지만, 장거리 달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축제, 올림픽은 모든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국가대표라고 해서 모두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거머쥔 국가대표들끼리 또다시 치열한 선발전을 거친 뒤 최종 올림픽 용병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마라톤은 올림픽 출전 기준을 따로 두고 있어 갈수록 출전이 어려워지고 있다.2024 파리올림픽에 대한민국은 출전하지 못했다. 이로 인한 국내외 마라톤 팬들의 충격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 상위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요즘 학교 운동장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트랙’이다. 운동장 가장자리 빨간색 우레탄 트랙을 따라 학생들이 달리던 모습은 이제 회상 장면에서나 볼 수 있는 이미지가 됐다.언제부터인가 학교 운동장 트렌드(?)는 인조잔디나 다목적 구장으로 채워져 깔끔하고 현대적인 것을 지향하게 됐다. 하지만 그 변화가 학생들에게 긍정적이기만 한 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운동장에 흐릿하게 그려져 있던 빨간 줄은 경쟁을 위한, '넘지 말아야 할 선'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모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1000만 명이라는 숫자는 우리에게 흔한 숫자가 아니다. 블랙버스터급 영화 관객수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의 유튜브 조회수 정도나 될까. 집계된 바에 의하면 이 숫자가 다름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에서 달리는 인구수라고 한다.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조깅은 일부가 즐기는 스포츠였다. 그러나 이제는 '러너'라는 정체성을 가진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명실상부한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하였다. 국내 러닝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수치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다.먼저,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오는 4월 19일 토요일, 마포구 일대에서 제1회 마포 서윤복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이번 대회는 하프(21.0975km), 10km, 5km 등 다양한 코스가 준비되어 있어 수준에 맞는 코스 선택이 가능하다. 이번 대회가 특별한 이유는 일반적인 마라톤 경주뿐만 아니라, 건강 캠페인과 지역사회 활동을 결합한 프로그램들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서윤복 마라톤은 단순히 한 명의 선수의 업적을 기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라톤이라는 스포츠의 발전과 보급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마라톤을
[미디어파인=김원식의 마라톤과 함께하는 여정] 대한민국은 러닝 열풍에 힘입어 러너들의 축제인 마라톤이 국민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실력이 날로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가운데 안타깝게도 엘리트 선수들의 실력은 전에 없이 저조한 실정이다. 대한민국 마라톤이 당면한 현주소에 절실히 통감하며 이를 타개할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1. 체계적인 훈련과 과학적 접근운동 생리학적으로 마라톤은 장기적인 지구력과 근육의 효율적인 사용을 요구한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최신 스포츠 과학과 데이터 분석을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