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지구를 위협하는 대형 소행성에 대비하기 위해, NASA의 DART 임무는 우주선을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기술을 입증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이 모든 상황에서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늦게 발견되거나 크기가 큰 소행성의 경우, 핵폭발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핵폭발로 생성된 X선이 소행성 표면을 증기화하며 반작용으로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 샌디아 국립연구소는 Z 머신이라는 강력한 방사선 생성 장비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이 장비는 강력한 X선을 방출하여 소행성 모형의 표면을 순간적으로 증기화했고, 이를 통해 모형이 반대 방향으로 밀려나는 로켓 같은 효과를 확인했다. “이 실험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실제 소행성을 방어할 때 기대하는 반응과 정확히 일치합니다,”라고 연구를 이끈 샌디아 국립연구소의 나단 무어 화학공학자는 말했다.
이번 실험은 실제 핵폭발과 동일한 조건을 재현하지는 않았으나, 축소된 모형을 통해 핵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했다.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의 물리학자 안젤라 스틱클은 "이는 매우 흥미로운 발전입니다"라고 평가했다. 만약 천문학자들이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을 발견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하는 것이다. NASA는 2022년 9월,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무인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성공적으로 변경한 DART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충돌 방식은 소행성이 충분히 작거나 10년 이상의 사전 경고가 있을 경우에만 효과적이다.
10년 미만의 경고 시간이나 대형 소행성의 경우, “DART 같은 방법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캘리포니아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메건 브룩 시얼은 경고했다. 이 경우 핵폭발이 필요한데, 핵폭발은 소행성의 한쪽 면을 증기화하여 반작용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 핵폭발 방식이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 너무 강한 폭발은 소행성을 여러 파편으로 분해할 수 있으며, 이 파편들이 지구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 또한, 우주에서 핵실험을 수행하는 것은 기술적, 정치적 부담이 크다. 잘못된 발사는 대기 중 방사능 물질을 퍼뜨릴 수 있으며, 핵무기 배치를 둘러싼 국제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
연구진은 X선 폭발 실험을 통해, 소행성을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실험에서 활용된 Z 머신은 다이아몬드를 녹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방사선을 생성한다. 연구진은 소행성을 구성하는 주요 광물인 석영과 융합 실리카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으며, 대상이 초음속 증기 흐름으로 표면을 밀어내는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는 실험 대상이 실제 소행성보다 단순화된 점과 다양한 지질학적 구성 요소가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실험을 종합하면 핵폭발은 지구 방어에서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명확하다.
핵기술은 지구를 위협하는 대형 소행성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중요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적용하려면 기술적, 정치적 도전과 함께 정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샌디아 국립연구소의 무어는 “대형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일은 드물지만, 대비책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심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핵기술이 지구 방어의 최전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발판으로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