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원자 크기의 블랙홀이 매 10년마다 태양계를 지나가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른바 ‘태초의 블랙홀(Primordial Black Holes)’은 우주 탄생 초기 빅뱅 직후 생성된 것으로, 어두운 우주의 실체로 여겨지는 암흑물질을 설명할 수 있는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암흑물질은 우주 물질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그 정체는 중력 효과 외에 아직 밝혀진 바 없다. 기존에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거대 입자(WIMPs)가 유력 후보로 여겨졌으나, 수십 년간의 탐사 끝에 단서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 태초의 블랙홀이 그 유력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소행성 크기의 태초의 블랙홀이 약 10년에 한 번 태양계를 지나갈 수 있다. 이들이 화성이나 달에 가까이 접근하면 중력에 의해 궤도에 미세한 흔들림이 발생하며, 이는 현재의 관측 기술로 감지 가능하다.
특히 화성과 지구 사이 거리 변화는 현재 10cm 이내로 정밀하게 측정되고 있어, 블랙홀이 중력을 가할 경우 1m 이상의 변화가 10년 안에 나타날 수 있다. 이를 통해 블랙홀의 존재를 추적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블랙홀과 소행성을 구별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궤도 흔들림의 패턴을 분석하여 원인을 추적하고, 블랙홀이 접근 경로에 따라 남긴 흔적을 예측하고 있다. 소행성은 주로 행성들과 같은 궤도 평면에 위치하지만, 태초의 블랙홀은 멀리서 접근하기 때문에 궤적이 크게 다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행성 베누를 관측 중인 OSIRIS-REx 데이터를 활용해 블랙홀의 미세한 중력 효과를 탐지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태초의 블랙홀은 암흑물질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기존 암흑물질 후보가 배제되면서 블랙홀의 중력 효과에 기반한 연구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들은 우주의 초기 구조와 암흑물질의 기원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블랙홀의 움직임이 인류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암흑물질과 블랙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혹시나 모를 블랙홀이 지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