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현대 판타지 무협 소설 'God of God'-제2회 ‘한칼 맞고 침잠하다’
오리지널 현대 판타지 무협 소설 'God of God'-제2회 ‘한칼 맞고 침잠하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판타지 무협]

#1. 지노 투 룸. 한밤중.

내레이션: 지노는 이리저리 자료를 뒤진 끝에 동그라미는 각종 신화와 종교 등에 등장하는,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용 혹은 뱀의 형상인 우로보로스라고 결론을 내렸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요르문간드가 위그드라실을 한 바퀴 감고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이라고도 한다. 이건 ‘순환’, ‘완전함’ 등을 상징한다.

차지노; (독백: 그렇다면 삼각형은 뭘까? 피타고라스의 신비주의인가? 그냥 삼각형 하면 완전, 안정, 성적인 결합, 아니면 과거-현재-미래 등의 삼원론 혹은 삼위일체를 의미하는데. 그렇지! 삼위일체다. 삼위일체면 무신론자인 나도 성부, 성자, 성령을 뜻한다는 것쯤은 아는데 이게 기독교랑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그럼 동그라미는 예수의 면류관? 후광? 기독교에서 갈라져 나온 이단의 짓인가?(하품. 팀장의 울긋불긋한, 정말 비호감 얼굴이 떠오른다) 에이, 잠이나 자자.)

#2. 다음날 아침. 고려스포츠 편집국.

(컴퓨터 앞에 앉아 이번 사건 기사를 서핑하는 김혁.)

김혁: (독백: 프리메이슨인지 일루미나티인지 이놈들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모양이네. 그런데 왜 이렇게 떠들썩하게 살인 사건으로 화려한 신고식을 하려 하지? 이건 상식에 어긋나는데.)

팀장; 김혁! 대한스포츠 애들이 발바닥에 쥐나게 뛰어다닌다는데 넌 탕비실 냉장고에 뭐 맛있는 거라도 숨겨 놨냐, 의자에 껌이라도 붙었냐? 왜 죽치고 앉아서 엉덩이 땀띠만 생산해 내냐?

김혁; 예, 곧 나갑니다, 나가. 팀장하고 얼굴 맞대고 점심 먹기 싫어서라도 나가렵니다.

팀장; 저 녀석은 꼭 나를 쪼잔한 인간으로 만든단 말야. 누구부터 찌를 거야?

김혁; 제가 뭐 방정맞게 장팔사모로 찔러 대는 장비입니까, 전 우아하게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는 관우라고요. 전현주가 주식 관련해서 좀 안 좋은 소문이 있었잖아요. 일단 여의도에 좀 가볼랍니다. 경도빌딩에 가서 순댓국 한 그릇 때려서 해장부터 하고요. 나갑니다~.

3. 낮. 여의도. 한 커피숍.

김혁; (손 흔들며)박 과장님, 여기요.

박 과장; 아, 점심 먹고 나서 간신히 소화시키고 있던 중인데 김 기자님이 다시 소화 안 되게 만드네. 그래 오늘은 또 무슨 건수로 나를 취재하시게. 아, 그러게 고려일보에 그대로 있었으면 내가 넙죽하고 달려와서 뭐든 탈탈 털어놨을 텐데. 딴따라 애들하고 놀아서 뭔 부귀영화 누려 보겠다고 스포츠신문에 갔는지.

김혁; 그러게요. 그렇게 제가 피하는 우리 아버지한테 맨날 듣는 잔소리를 과장님한테까지 들을 줄이야.

박 과장; 김 의원님 여전하시죠? 권력 바뀌기 전에 저 승진 좀. 아차, 이거 불법이지. 취솝니다, 취소. 그냥 알아서(흐흐). 뭐 오늘 내가 뭘 어떻게 도와주느냐에 따라서 알아서.

김혁; (의자 앞으로 당기며) 어제 죽은 배우 전현주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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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과장; (잠시 눈알을 굴리더니) 아나은행에 배 팀장님이라고 있어요. 꽤 큰 PB죠. 전현주하고 오래전부터 비즈니스로 만났는데 그 이상이었다는 소문이 있어요. 그런데 강남쪽 사무실이 선릉역 근처라던데. 하여튼 거기서 M&A 하는 좀 거친 애들하고 엮였다는 건 이 바닥에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예요. 당연히 전현주도 선릉역하고 뭔가 있지 않겠어요?

김혁; 아, 나 엄마 생신이라 이번 주말에 집에 가요. 아버지 만난다고요. 그러니까 빙빙 돌리지 말고. 그 주먹이 누굽니까? 회사 이름이라도.

배 과장; 고려일보 경제부 증권팀에 한번 알아보세요. 그 주먹 별명이 식인종이라고 하던데.

4. 그 시각 청담동. 서로 불편한 표정의 지노와 채연이 거리를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더니 NT엔터 근처 탐앤탐스로 들어간다.

차지노; 아까 YB에서 만난 김경호 홍보 이사, 그 새끼 어떻디? 넌 처음 본 거니까 나와 달리 선입견 없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잖아. 그 새끼 기자 출신이라 느물느물거려서 아주 재수 없어.

이채연; (자기 배제시키려 했던 데 대한 분이 아직 안 풀린 듯)뭐, 현역 기자인 사람은 더 심하겠네요, 선배. 캡틴님.

차지노; 야, 우리끼리 시작부터 이러면 될 게 하나도 없어. 기분 풀어라. 오늘 선리기연에서 저녁 쏠게.

이채연; 기껏해야 원가 천 원짜리 옌타이 고량주 살 거면서 생색은. 그래도 그 집 사천탕수육하고 빠오즈는 대박이긴 해요. 오늘 쏘는 거죠?

차지노; 오늘 하나라도 건지면 오량액이다. 우량웨이! 알지? 중국의 조니 워커 블루라고 불리는.

이채연; 선배는 아직도 내가 호구로 보이나...그 김 이사 거짓말은 확실해요. 왜냐면 크리스와 손태정이 YB 소속이잖아요. 손태정은 깨끗하지만 크리스는 이미 졸피뎀 등 의혹이 많고요. 그런데 아무리 매니저가 아니라고 해도 홍보이사쯤 되는 사람이 태현준과의 관계에 대해서 그렇게 모르쇠로 일관하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저 같으면 한때의 기자로서 기자의 심리를 잘 아니까, 게다가 두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 일단 내연의 관계란 건 깔끔하게 인정하면서 회사 주가 관리하는 쪽으로 풀어갔을 텐데 그게 아니란 말예요. 정말 바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연기가 완벽해요. 아니면 진짜 바보든가. 과연 둘이 그런 데 놀러 다니는 걸 몰랐을까요? 그리고 신종 마약에 대한 정보를 보고 받은 게 하나도 없을까요? 소문에 의하면 YB 사람들이 밤엔 홍대 쪽을 휩쓸고 다닌다던데. 그러니까 김 이사가 한 말은 토씨 하나까지 믿질 못하겠어요.

차지노; (시계를 보더니) NT 홍보팀 오 이사랑 약속한 시각이다. 들어가 보자.

5. NT 사옥에서 나오는 지노와 채연.

이채연; 야, 두 회사 홍보이사가 이렇게 다르나? 오 이사는 화끈하네요. 오히려 단도직입적으로 거칠게 질문한 제가 얼굴이 화끈했을 정도네요. 이러면 건진 건 없어도 기분은 상쾌한데. 하여튼 YB는 모든 게 구려.

차지노; 태현준은 여자 관계도 복잡하지만 조폭과도 연루설이 파다하고, 돈 문제도 지저분하대. 싸이언톨로지교 신도라는 소문도 있고. 오 이사 말에 따르면 싸이언톨로지인지 뭐시깽인지는 몰라도 어떤 종교에 심취한 건 확실하네. 어쩐지 최근 몇 년 사이에 연기가 확 달라져 언제 발연기를 했나 싶더라니. 신내림이라도 받았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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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저녁 선리기연.

전풍(티옌펭); (사람 좋게 활짝 웃으며) 어서 와. 요즘 며칠 뜸해서 변심해서 저기 새로 생긴 초류향으로 단골 바꿨나 의심했지. 오늘도 같은 걸로?

차지노; 아저씨도 참. 제 성격 아시면서. 전 사랑도 의리로 하는 놈이에요. 한 번 인연 맺으면 그걸로 끝이라고요. 요리는 그대로인데 술은 우량웨이로 주세요. 한 시간 뒤엔 아저씨의 짜장면 맛보기로 두 그릇 주시고요.

전풍; 오늘은 웬일이야. 나도 손 떨면서 마시는 술을 다 시키고. 아, 이 기자도 별일 없죠?

이채연; 예, 사장님. 여전히 정정하시네요. 사장님은 정말 연세가 국정원 수준이라니까. 도대체 몇이세요?

전풍; 나이가 뭐가 중요해, 머나먼 이국땅에 정착해 50년째 살면서 이 나라 사람으로 인정받고 아직도 일할 수 있으면 그게 내 나이지.

7. 한 시간쯤 흐른 후 거나해진 두 사람.

차지노; 람보르기니 아이스볼트 담배가 날 부르니 3분만 나갔다 올게.

밖에서 담배 피우는 지노. 후미진 곳이라 그런지 거리의 행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저쪽에서 30대 초반쯤 돼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 2명이 다가오더니 1이 다짜고짜 주먹을 날린다. (지노는 운동을 별로 안 좋아했다. 그런데 독학으로 단 3일 만에 중상급자 수준의 스노보드 실력을 갖춘 뒤 자신의 운동 신경에 자신을 갖게 됐다. 게다가 고등학교 때 태권도 유단자였다.) 왠지 심상치 않은 낌새를 채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지노는 1의 첫 주먹을 피하면서 몸을 살짝 구부린 채 두 번째 주먹까지 피하더니 그의 왼쪽 옆구리에 오른 주먹을 꽂아 넣었다.

그런데 아차, 그 옆에 있는 2의 니킥에 힘을 준 왼쪽 허벅지를 제대로 맞고 하체가 무너졌다. 2는 가슴 높이로 낮아진 지노의 관자노리에 제대로 발길질을 날린다. 지노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살짝 피하면서 결정타는 피했지만 2의 주먹에 의해 입속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면서 찰나의 순간 오늘 채연과 선후배의 경계를 넘을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불행 중 다행히 선리기연 출입구 쪽으로 쓰러졌다. 그러나 곧바로 왼쪽 허벅지에 매우 차가운 금속이 박히는 걸 느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매우 뜨겁다는 생각과 함께 지나의 고급 침대로 서서히 침잠해 들어가는 듯 정신을 잃었다. 지금 봄인데 왠지 함박눈이 내리는 듯한 환영이 보였다.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초등학교 책가방보다 먼저 음악과 영화를 짊어졌다. 한 자리 수 나이 때부터 팝 LP들을 닳도록 듣고, 스크린 속 인물들과 함께 웃고 울며 자랐다. 그렇게 문화에 홀린 소년은 월간 뮤직라이프’에서 기자 인생을 시작했다. 동시에 국내에 출시되는 팝 음반의 해설지를 작성하는 칼럼니스트도 걈임했다. 서울신문 TV가이드부와 스포츠서울 연예부를 거치며 대중문화의 최전선에서 생생한 이야기를 썼다. TV리포트 편집국장으로 기자 생활을 마감한 뒤 영화 평론가, 연예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미디어파인에서 칼럼을 쓰고, 웹 소설을 연재하며 또 다른 이야기의 결을 빚고 있다. 여전히 음악, 영화, 드라마에 ‘푹 빠져’ 살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경험과 감상을 문장으로 빚어내는, 진정한 이야기꾼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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