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판타지 무협]

오리지널 현대 판타지 무협 소설 'God of God'-제3회 전풍과 지노의 동상이몽
오리지널 현대 판타지 무협 소설 'God of God'-제3회 전풍과 지노의 동상이몽

8. 다음날 낮. 병원.

내레이션-다행히 칼이 동맥은 피해 갔다. 왼쪽 다리는 그가 살짝 저는 곳이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어릴 때 다쳤는데 워낙 가난한 데다 부모가 무지해 잘 치료해 주지 못한 탓이었다. 지노는 칼을 맞은 게 처음은 아니다. 대한스포츠로 스카우트되기 전 대중음악 월간지에 근무할 때 조폭과 연루된 유명 가수의 열애 기사를 썼다가 왼쪽 다리 허벅지에 협박용으로 살짝 자상을 입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이제 가식적으로 멀쩡한 듯할 필요 없이 대놓고 다리를 절 수 있다는 것 하나만큼은 편해졌다. 그렇게 눈을 뜨니 천국이라 착각할 만큼 사방이 온통 하얀 병실이었다.

차지노; (서서히 눈을 뜨며 독백, ‘그럼 그렇지. 내가 천국에 갈 만큼 선하게 살지는 않았지’)

이채연; (울먹이며) 아, 욘나 걱정했네. 선배 괜찮아요? 말로만 들었는데 정말 연예부 기자 일을 하다 보면 조폭과도 마주치고 그러네요. 나 다른 부서로 보내 달라고 팀장한테 강력하게 어필해 놨어요.

차지노; 호들갑은. 아, 오랜만에 오량액 시켜 놓고 반도 안 마셨는데 참 나. 그거 잘 보관돼 있나?

이채연; 아, 정말 선배한테는 최소한 술 귀신 두 마리는 붙어 있나 봐.

차지노; 듣는 귀신 서운하겠다. 개도, 고양이도 아니고 마리는 뭐냐? 내가 뭐 짐승이냐? 나한테 동물 귀신 붙어 있게.

이채연; 전 사장이 선배 오량액은 잘 보관하고 있고, 심지어 우리가 먹다 남긴 빠오즈도 냉동 키핑해 놨어요. 그런데 선배 어떻게 살아났는지 알기는 해요?

차지노; 그러게, 설마 살아 있는 건 주둥아리밖에 없는 네가 마술이라도 부린 건 아닐 테고.

이채연; 농담하는 걸 보니 혼이 덜 났나 보네, 아니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선배, 선배(호들갑), 그 전 사장 보통이 아니에요. 선라기연 문 부서지는 소리에 전 사장이 정말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밖으로 튀쳐나가더니 글쎄.

차지노; 글쎄 뭐, 깡패들한테 제발 수리비라도 달라고 애원하디?

이채연: 그런 아재 개그 하니까 후배들이 선배를 피하는 거예요. 왜 우리가 무협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전광석화 같은 몸놀림 있잖아요. 별로 힘도 안 들이고 때리는 것 같은데 그 젊은 덩치들을 금세 제압하더라고요.

차지노; 그 녀석들도 무술께나 한 놈들이던데. 그 노인네가 알고 보니 숨은 고수였다, 이 거지?

그때 노인네의 마른 헛기침 소리가 들리며 전 사장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차지노, 이채연; (동시에) 아, 사장님, 안녕하세요. 정말 고맙습니다.

전풍; 그래요. 많이들 놀랐지. 좀 어때?

이채연; 한 칼 더 먹어야 정신 차릴 것 같은데요.

전풍; ㅋㅋㅋ. 이 기자, 나 지노 군이랑 할 말이 있는데 잠깐 자리 좀.

이채연: 예. (살짝 기분 상한 듯 문 닫히는 소리가 조금 세다. 쾅!)

내레이션=병원 복도에서는 온갖 냄새가 풍긴다. 병원이라 소독약부터 각종 약 냄새가 진동하는 가운데 환자의 냄새와 병문안 손님들의 땀 냄새가 뒤엉켜 유쾌하지 않는 냄새들이 진동한다.

오리지널 현대 판타지 무협 소설 'God of God'-제3회 전풍과 지노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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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들이 그렇듯 사람 역시 냄새에 민감하다. 채연은 선배들의 눈에는 겉으로는 아직도 철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녀는 속이 깊다. 지노를 무시하는 듯하지만 사실 그를 존경하고 심지어 애정까지 품고 있다. 그러나 직속 선배이기 때문에 마음을 갈무리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녀가 수습 때부터 연예부를 지망한 이유 역시 지노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마음 먹고 그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그녀는 지금 이 병원 복도에서 죽음의 냄새를 맡고 있다. 왠지 그녀에게, 아니 지노에게 감당할 수 없는 큰 일이 몰려올 것 같은 냄새를 맡고 있다. 이 병원 전체를 감싸고 흐르는 거무스름한 냄새. 기분이 매우 불쾌해진 그녀는 밖으로 나갔다. 결코 전풍이 지노와 독대하겠다며 그녀를 배제해서가 아니라 지노를 감싸고 도는 거대한 악의 기운 때문에 기분이 나빠진 것이다.

전풍: 자네를 습격한 놈들이 뭐 하는 놈들 같나? 왜 자네를 죽일 듯이 그렇게 공격한 거라고 생각하나?

차지노: 글쎄요. 제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뭐 저한테 원한을 품은 사람은 충분이 있을 수 있는 시추에이션이고, 뭐 어디 건설 회사나 연예인 소속사나 아니면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 같은 데서 사주한 전문가들 아닐까요?

전풍: 눈썰미는 있네. 걔네들 일반 조폭과 달라. 완전 전문가들이야. 대한민국 조폭들 상당수는 어렸을 때 유도나 씨름을 한 친구들이 많지. 태권도나 권투를 했던 친구들도 있고, 뭐 일부 야구나 축구 선수 출신도 었더구먼. 하지만 유도와 씨름 전공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조폭들 무술도 주로 씨름, 유도, 권투 등을 베이스로 하지. 그건 뭐 대한민국에서 사회생활 좀 한 사람이라면 다 아는 현실이고. 근데 어제 걔들은 브라질리언 주짓수가 기본이야. 일본의 유도를 브라질 호레이시 가문이 받아들여 현실적인 격투기로 만든 무술이지. 왜 UFC 있잖아. 거기에서 보여 주는 기술들이 대부분 주짓수야. 그놈들은 주짓수에 칼 다루는 솜씨까지 프로 중의 프로야. 단검술은 독일의 메서 무술이나 필리핀의 칼리 무술인 듯해. 아무튼 매우 실전형 킬러들이야.

그렇다면 그들의 배후는 보통이 아니라는 이야기야. 일단 얘들은 단 한 번 출동하더라도 1인당 최소한 웬만한 샐러리맨 월급 정도 받는 인간들이야.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차지노: 예.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은 저도 충분히 느꼈고요. 그런데 사실 즉흥적으로 짚히는 데는 없어요. 혹시 지나 지가 연관됐나? 아니면 여자 연예인을 후원해 주는 정치 거물인가?

전풍: 내가 이렇게 단둘이 이야기하자고 한 건 일단 자네가 나한테 무술을 배우는 게 어떤가 해서야. 나에 대해서는 나중에 진짜 정체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할 테니 일단은 나한테 무술부터 배우자는 거야. 이번 일을 보면 자네가 보통 어마어마한 일에 연루된 게 아닌 듯해서 그래.

아, 그리고 내가 오랫동안, 음~ 자네가 생각하는 상식선 이상으로 오랫동안 제자를 찾아 봤는데 마음에 드는 놈을 못 봤거든. 근데 예전에 자네 우리 가게에 오던 초창기에 잔뜩 취했을 때 내가 한 번 없어 줬잖아. 어제도 내가 자넬 또 업게 되었지. 복 받은 줄 알아, 이 사람아. 근데 자네 골격이 정말 장난이 아냐. 대한민국에서 보기 힘든 골격이야. 다만 그런 선천적 고수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임독이맥이 막혀 있는 게 결정적인 핸디캡이긴 한데. 아무튼 나한테 여러 가지 무술을 배우면서 맥을 뚫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고. 그러면서 내가 엄청난 비밀도 알려 줄게.

차지노: (골똘히 생각한다. '뭐 일주일에 서너번 씩 선라기연에서 매상 올려 주면 레슨비는 된다고 치지. 근데 내가 그럴 시간이 있을까? 일과 시간에는 일하기 바쁘고, 퇴근 후에도 취재를 하거나 술 마시거나 여자 만나기 바빠 죽겠는데. 에이, 그리고 솔직히 내가 뭐 무술까지 배워야 하나? 걍 차 형사한테 얘기해서 경찰 신변 보호 요청이나 하면 되지 않을까?)

전풍: 지금은 헷갈릴 수 있지만 나랑 제대로 인연을 맺으면 우리 말로 경천동지할 일을 경험할 거야.

차지노: 사장님, 말씀은 고마운데. 좀 시간을 주시면 안 될까요?

전 사장 ‘에헴’ 불쾌한 헛기침을 하며 나오는데.

-3화로 계속.

3화 예고; 유명 연예인 연쇄 살인 사건은 계속된다. 그리고 지나는 지노에게 뭔가 긴밀한 얘기를 하겠다며 전화를 걸지만 웬일인지 이내 약속을 취소한다. 지노는 조금 어리바리하지만 자신에게 우호적인 지나의 매니저 스티븐과 술자리를 갖고 약간의 귀띔을 듣고는 실마리 하나를 쥐게 된다.

약간 기분이 좋아진 지노는 다음날 선라기연에 가서 한잔하는데 자신을 아들처럼 반가워해 주는 전 사장이 또다시 쿵푸를 배우라고 한다. 이런! 이 시대에 무슨 무공을. 이제 이 집 그만 오고 초류향으로 바꿔야겠다.

트라이앵글과 우로보로스에 대해 언론은 물론 사회 각지에서 쑥덕공론이 일고 이러저러한 여러 가지 추측과 억측이 제기되며 문화계 한쪽에 거센 태풍이 몰아친다. 그러는 가운데 자연스레 대한민국 연예계와 문화계 깊숙이 침투했다고 오래전부터 소문이 나있었던 프리메이슨 혹은 일루미나티 개입설이 매우 구체적이고 개연적인 듯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된다. 지노 역시 그런 냄새를 짙게 맡고 취재를 그런 방향으로 확고하게 정한다. 더불어 그는 죽은 피해자 5명의 사생활을 구석구석 파헤쳐 나간다.

한편 라이벌 스포츠 신문의 김혁 기자가 지노를 취재하려고 한다. 기자가 기자를 열애설 대상으로서! 게다가 승진 인사를 앞두고 문화부장이 되거나 아예 대한일보로 가려는 팀장의 닦달은 더욱 심해지고. 지노는 웬일인지 미행당하는 것 같다. 그리고 죽은 연예인의 집과 몸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이 보고되는데.

살해된 자들의 손바닥에 그려진 우로보로스와 트라이앵글의 의미는?

태현준은 NT엔터고, 크리스는 YB엔터, 그리고 백승환은 앨리스 기획 소속인데. 그리고 왜 하필 에피메테우스였을까? 혹시 자살인가? 타살이라면 왜 죽였으며, 뭘로 죽였을까? 누가 죽였을까? 그리고 그 마약은 뭘로 만들었을까? 그걸 복용하면 어떤 효과가 나올까? 살인과 연관은 있을까? 철없는 마약쟁이 사이코패스일까, 아니면 인민 사원 존스 타운 대학살 사건을 모방한 신흥 사이비 종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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