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조영곤의 경제 읽기] 대한민국이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이른바 '3고'에 휘청이고 있다. '통곡의 계곡'이다.
실제로 국민들은 저축은 꿈도 못 꾼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고 아우성이다. 자영자들 사이에서는 "폐업이 답"이라는 절규가 나온다. 기업들 역시 자금경색 영향으로, 계열사 간 채무보증이 급증하고 있다.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와 여야의 협치가 시급하다. 정쟁에 휩싸인 여의도. 신음하는 국민을 더 이상 외면하면 안된다. 각종 지표가 IMF시대로의 회귀를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고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22일 발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올해 3분기말 현재 101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첫 1000조 돌파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소득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고금리 대출에 의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내년 말 취약차주 부실위험 규모가 16조1000억~19조7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취약·비취약차주를 합칠 경우, 부실위험 대출 규모는 최대 4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한은은 현재 3.25%인 기준금리를 내년 3.5% 이상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잔액이 눈덩이처럼 커진 상황에서 상환능력이 떨어진 자영업자들의 대출 부실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기업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국내 대기업집단 상위 30대 그룹 중 계열사 간 채무보증 현황을 공시한 20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1일)를 보면, 9월말 기준 계열사 간 채무보증은 지난해 말 72조6476억원 대비 15조685억원(20.7%) 증가한 87조7161억원으로 집계됐다.
30대 그룹 중 채무보증이 가장 많은 곳은 SK로 10조7713억원이다. 이어 삼성 9조232억원, 농협 8조8936억원, 포스코 7조7565억원, LG 7조5403억원, 현대자동차 6조9796억원 순이다.
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중은 효성이 높았다. 효성의 채무보증은 5조861억원으로, 자본 6조3305억원 대비 80.3%에 달했다. 자본 대비 채무 보증이 30%를 넘는 그룹은 CJ(35.4%), 농협(32.7%), 카카오(30.6%) 등으로 나타났다.

비명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 대다수는 저축은 언감생심이다. 또 재정 목표를 세울 수 없다는 비명이 들린다.
29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월 평균 가구소득(489만 원)의 86%(421만 원)는 매월 고정된 소비ㆍ보험ㆍ대출상환ㆍ저축납입 등으로 여윳돈은 68만원에 그쳤다. 고정 저축ㆍ투자금 및 잉여(여윳돈)를 모두 저축한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저축 여력은 소득의 30.9%수준인 150만원 정도였다. 금융소비자의 절반가량(45%)은 저축 여력이 소득의 30%를 밑돌았다. 특히 12.7%는 소득보다 지출이 커 저축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올해의 재정·경제적 목표를 묻는 질문에 금융소비자의 17.9%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13.4%는 재정 목표가 없다고 응답했다.
정부 역시 '경제 한파'를 염두에 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을 1.6%로 제시했다. 올 6월 전망치인 2.5%보다 0.9% 포인트 내려갔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정부는 또 내년 물가상승률을 3.5%로 예상해 올해(5.1%)보다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시장 역시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취업자 수가 10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예상치인 81만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올해 이례적인 고용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와 경기 둔화 영향으로 고용에도 찬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선 여러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떤 기관(한국은행 1.7%, 한국개발연구원 1.8%)보다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했다는 것은 내년 우리 경제가 정말 혹독할 것이라는 신호를 준 셈이다.
해법
2023년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는 '허리띠를 졸라 매는' 이른바 '통곡의 계곡'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내년 가계 소비지출이 올해보다 평균 2.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경련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56.2%는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지출을 축소하는 주요 이유로는 43.9%가 물가 상승을 꼽았다. 이어 실직 및 소득 감소 우려(13.5%), 세금공과금 부담(10.4%), 채무 상환 부담(10.3%) 등의 순이었다.
곳곳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 자칫 침체가 내후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먼저 경제단체는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었다.
최태원(SK그룹)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23년 신년사를 통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업 부담을 줄이는 제도적 뒷받침은 정부와 국회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동등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는데 적극 나서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가 노동과 규제, 교육개혁 등 개혁 과제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납품단가 연동제 정책과 주52시간제 유연화, 외국 인력 쿼터 폐지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복합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 활성화가 절실하지만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고 혁신에 대한 의지마저 저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허창수(GS그룹)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를 꼬집었다. 허 회장은 "국내외 경기둔화로 자영업자, 한계기업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커지고 글로벌 통상환경의 악화가 수출중심의 한국경제에 큰 위험요인이 될 전망"이라며 "저출산·고령화, 주력산업 노후화, 잠재성장률 저하 등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원팀
경제계는 규제 개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역시 규제 완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반면 노동계는 탄압을 언급하며 '노란봉투법'과 '안전운임제' 등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와 노동계의 강대강 대치 국면이다.
대한민국이 원팀이 돼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데 정치권은 정쟁에 휩싸여 있다.
정치권은 지난 28일 '안전운임제', '추가연장근로제' 등 일몰법안 처리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에 관련 제도는 내년부터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제 밥그룻 챙기기에 급급해 정부와 노동계의 강대강 대치 국면을 외면한 꼴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년도 예산안 늑장처리, 쟁점법안 타결 실패, 극한 정쟁 등 여야의 '정치력 부재'에 국민들의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
협치와 공존이 중요한 시점이다. 원팀 정신도 필요하다. 각자도생은 의미가 없는 게 현실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신년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경제 환경은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국민·정치권·기업이 한마음 한뜻으로 원팀이 돼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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