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조영곤의 경제 읽기] ASMR. 사전적 의미는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이다. 바람과 빗방울,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이다.
ASMR은 MZ세대(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를 겨냥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먹방이 꼽힌다. 유튜버들은 주류와 과자, 육류 등 다양한 음식 소재를 활용해 MZ세대의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 이에 다양한 식음료 기업이 인기 유튜버와 협업하고 있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 각 방송사 역시 자사 프로그램을 통해 ASMR의 신기한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ASMR의 파괴력은 상상이다. 여기저기서 "유혹을 참지 못해 몸무게가 늘었다"고 아우성이다. 또 다른 곳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ASMR이 마케팅의 주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시도가 시선을 잡는다.
화장품. 성분이 생명이지만 터치도 중요하다. 섬세한 손놀림으로 피부를 보호하고, 매력을 발산해야 하는 이유에서다.
단순히 화장품을 바르고 두드리는 ASMR이라면 기자의 시선을 잡지 못했을 터.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원료를 연구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묘한 중독성이다. 심리적 안정감을 불러 일으킨다.
생각은 다 비슷한 듯. 화장품 ASMR에 MZ세대가 열광하고 있다.
기발한 발상의 주인공은 한국콜마 '콜마TV'다.
16일 한국콜마에 따르면 콜마TV는 개설 이후 누적 조회수(10월말 기준) 1730만회를 돌파했다. 올해 들어 월 평균 조회수는 75만회다. 수십만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가 진행하는 게 아니다. 선정성 등 자극적인 요소도 없다.
오직 기발한 상상력으로, 평소 경험해 보지 못한 소리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콜마TV의 인기는 앞서 언급했던 '화장품 ASMR'이 일등공신이다.
영상 제작 방식은 호기심 자극에 초점을 맞췄다. 'ASMR 연구원, 잠오는 소리 1시간(조회수 195만)'이 대표적 영상이다. 화면은 아이섀도우 원료를 긁어내고, 립스틱을 잘라 뭉개고, 클렌징 거품을 짜내는 소리로 가득 채워진다.
평소 접하지 못했던 소리들이 묘하게 안정감을 준다. 또 귀여운 미니어처 소품들로 시각적인 만족감을 더했다.
한국콜마는 제조업 기반의 B2B(기업간 거래) 기업이다. 실적을 위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이같은 노력은 고객사와의 동반성장을 꾀하는 중요한 역할이라는 평가다.
M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영상으로 시선을 잡고, 화장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다양한 콘텐츠로 연결한다. 딱딱할 수 있는 화장품 개발부터 뷰티 노하우까지. 기술력을 알리는 효과다.
화장품은 원료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러운 각인 효과다. 상품 구입에 앞서 꼼꼼하게 따져보는 MZ세대의 소비 패턴과도 맞닿아 있다.
"브랜드는 달라도, 결국 한국콜마(원료)다"라는 수식어와 ASMR이 안정감을 주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콜마의 이같은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른바 책상머리에서 나온 생각은 아닐 터.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MZ 세대와 적극적인 소통의 결과물로 풀이된다.
앞으로 각 기업이 만들어갈 다양한 시도가 기대된다. 소리가 아니어도 좋다. 혁신은 고정관념을 깨면서 시작된다. 문화예술분야만 놓고 봐도 서태지와 아이들이 그랬고, 방탄소년단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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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편집국장
카앤토크 총괄 프로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