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김철홍의 생각에 관한 생각] 운칠기삼.
옛말에 어떤 일이 성공하려면 기술과 노력이 30%, 운이 70%라고 합니다. 이 사자성어가 서양에서는 어떻게 논의되었고, 일상에 스며들어 왔는지 궁금하군요.
<가난한 찰리의 연감, 찰리 멍거 지음, 피터 코프먼 엮음, 김태훈 옮김, 김영사>를 읽다가 페르마 - 파스칼 시스템(Fermat–Pascal system)이란 개념을 접했습니다.
확률 이론과 결정 문제(probability theory and decision problem)에서 나오는 개념으로, 파스칼과 페르마가 함께 확립한 확률 계산 체계를 가리킵니다.
찰리 멍거는 주식 투자 종목을 선정할 때 투자에 따른 보상률과 확률을 고려한다고 합니다.
블레즈 파스칼과 피에르 드 페르마는 17세기 프랑스 수학자들입니다.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확률 이론의 기초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페르마 - 파스칼 시스템"의 출발점이라고 합니다.
두 명의 사람이 돈을 걸고 게임을 합니다. 예를 들어 A와 B가 각각 10점을 먼저 얻으면 이기는 게임을 합니다. 그런데 중간에 어떤 이유로 게임이 중단되었습니다. 그때 A는 8점, B는 7점을 가진 상황이라면, 상금을 어떻게 나눠야 할까요?
답은 확률 계산 결과, A가 이길 확률 65.6%, B가 이길 확률 34.4%입니다.
살면서 필요한 지식 중 하나가 확률입니다. 확률은 미래를 예측하는 개념으로 널리 쓰이며, 양자역학에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발견한 '불확정성의 원리'와 연관됩니다. 이 원리는 원자 주변에 있는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계산하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설명하려면 행렬 연산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합니다.
아! 그 전에 라플라스의 악마도 조금 알아야 하죠. 뉴턴 역학과 상대성 이론에서는 어떤 순간, 물체의 위치와 속도가 정해지면 그 뒤는 수식을 계산함으로써 미래의 일을 예측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1749~1827)는 사고실험을 합니다. 만약 우주 모든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완전히 알고 있는 지성이 존재한다면, 그 지성은 미래의 모든 일을 순식간에 계산해 그 미래를 완전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나중에 ‘라플라스의 악마’라 부르게 된 사고실험이죠.
그러나, 완전한 지성을 갖지 못한 인간에게는 ‘확률론’이 필요합니다. 라플라스는 사람의 지성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어느 순간 모든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완전히 파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 지성의 한계를 보완할 방법으로써 라플라스가 중시한 것이 수학의 ‘확률’입니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예측할 수 없다’라는 것은 인간 지성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의 본질 그 자체라는 세계관이 등장했습니다. 양자역학이죠.
양자역학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와 전자 같은 미시 물질의 움직임을 기술하기 위해 20세기 초에 등장했습니다.
독일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1901~1976), 그는 원자 주변에서의 전자의 상태에 관해 계산하다가 기묘한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전자의 운동량(P)과 위치(x)의 곱셈 ‘p × x’와 ‘x × p’의 답이 같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수의 곱셈에서는 곱하는 순서를 바꿔도 답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px = xp) 하지만, 전자에서는 그 법칙이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px ≠ xp)
막스 보른(1882~1970)이 전자가 보이는 이 기묘한 성질이 수학의 ‘행렬’과 같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행렬에는 곱하는 순서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성질이 있는데, 이것을 ‘비가환성’이라고 합니다.
불확정성 원리, 운동량과 위치는 비가환적입니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에 대해 둘 다를 동시에 정확하게 결정할 수 없다는 거죠. 미시 세계에서는 항상 불확정성(오차)이 존재해 전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운동량의 불확정성이 커집니다. 반대로 운동량을 정확하게 측정하려고 하면 위치의 불확정성이 커집니다. <뉴턴, 6월호 참조>
왜 확률적 사고를 해야 하는가?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의하면 우리의 뇌는 시스템1과 시스템2로 나뉘어 사고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합니다. 시스템1이 주로 작동하며 이는 어림수나 지름길을 찾는 행동 방식을 말합니다. 이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랍니다. 시스템2가 개입하는 것은 시스템1이 잘못되었을 때, 곧 경험적으로 생존위험이 커졌을 때입니다. 그러나 시스템1이 택한 지름길에는 편향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죠. 보이지 않는 것이 사고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한 방법이 확률입니다.
아울러, 우리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가 지배하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AI의 핵심 작동 원리 자체가 행력 수학과 확률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AI가 어떻게 학습하고 예측하며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이해하려면 기본적인 확률적 사고 능력이 필요합니다. AI는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높은 확률 예측'을 제공합니다. 역전파, GPU, CUDA, 병렬 연산, HBM, 트랜스퍼 모델, 셀프 어텐션, 이미지넷, 알렉스넷 등이 인공지능의 큰 흐름이기도 합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더욱 나은 생존율은 확률적 사고에 달려 있을 수도 있습니다.

[김철홍 대표]
현) 세음세하태양광발전소 대표
전 KCB대표이사
전 서울신문 ESG위원회 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