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신, 누가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는가, 윌리엄 엥달 지음, 김홍옥 옮김, 도서 출판 길
화폐의 신, 누가 어떻게 세계를 움직이는가, 윌리엄 엥달 지음, 김홍옥 옮김, 도서 출판 길

[미디어파인=김철홍의 생각에 관한 생각] 작년(2024) 정년퇴직을 하고, 7월 미국 한 달 살기를 떠났습니다. 살면서 미국이란 말을 많이 하면서 미국을 가보지 못한 것의 모순과 버킷리스트 중 미국 한 달 살기를 실행한 것이죠. 센트럴파크 걷기, 타임스퀘어 둘러보기, 뉴욕 국립도서관 체험, 워싱턴 국회의사당, 백악관 둘러보기, 연방준비제도(FED) 가보기 등이 일정에 있었습니다.

구글 지도를 펼쳐 찾아간 곳에 연방준비제도(FED) 문양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영어가 짧은 나는 물어보기가 어려워 두 번째 시도에서 연방준비제도가 리모델링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앞에서 사진을 남겼습니다. 백악관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었습니다. 같이 간 딸은 관심이 없었습니다. 왜 굳이 그곳에.

그곳에서 양적완화를 논하고 금리를 결정합니다. 그 결정은 미국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영향을 받습니다. 모든 돈이 달러와 페그되어 있고 모든 개개인과 연동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달러도 몇 번의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공식 통화 채택
달러(dollar)라는 용어는 16세기 유럽에서 통용되던 은화인 탈러(Thaler)에서 유래했습니다. 1785년 7월 6일, 미 의회에서 미국 달러가 공식 통화로 채택되었습니다. 1792년에 화폐 주조법(Coinage Act of 1792)이 제정되면서 달러가 공식 화폐 단위로 지정되었고, 금과 은을 기반으로 한 복본위제를 채택했습니다.

1862년 남북전쟁 중 재정 조달을 위해 링컨 대통령이 법정 통화법에 서명하며 불환지폐인 그린 백(Greenback)이 도입되었습니다. 이는 금속 화폐와 무관하게 국가의 권력만을 근거로 발행된 최초의 전국 통용 화폐였습니다.

◆금본위제 시행
19세기 후반부터 미국은 금본위제를 확립하여 화폐의 가치를 금에 고정했습니다. 이는 화폐 발행량을 금 보유량에 연동시켜 화폐 가치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
1913년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가 출범하면서 연방 지폐를 제외한 다른 돈의 발행이 중단되고 본격적인 달러 시대를 열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연방준비제도가 국가 소유가 아니라 12개 지역은행의 소유이고 그 은행의 소유도 민간이라는 점입니다.

이 책에서도 “연방준비제도의 진짜 주인이란 연방준비제도를 창안하고, 1913년 12월 크리스마스 휴일 전날 텅 비다시피 한 의회에서 날치기로 연방 준비법을 통과시킨 ‘민간은행’, 보험회사, 투자은행의 네트워크를 가리킨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사진 출처=픽사베이

◆브레턴우즈 체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턴우즈에서 44개국 대표들이 모여 브레턴우즈 체제를 수립했습니다. 이 체제는 금환본위제를 기반으로, 미국 달러를 유일하게 금(금 1온스당 35달러)으로 교환할 수 있는 기축통화로 지정하고, 다른 국가의 통화 가치를 달러에 고정하는 고정환율제를 채택했습니다. 이는 달러가 전 세계 무역 및 금융 거래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 탈(脫) 금본위제 시대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재정 적자 심화와 국제 수지 악화로 인해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특히 프랑스를 비롯한 국가들이 달러를 금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달러의 금 태환을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브레턴우즈 체제는 사실상 붕괴되었고, 금본위제는 막을 내렸습니다.

◆변동환율제
닉슨 쇼크 이후 국제 통화 시스템은 변동환율제로 전환되었습니다. 각국 통화의 가치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게 되었고, 달러는 여전히 중요한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지만, 금에 묶이지 않고 유연하게 변동하게 되었습니다.

◆플라자 합의 (1985년)
1980년대 초 미국의 심각한 무역 적자, 특히 일본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미국, 일본, 서독, 프랑스, 영국 등 G5 국가들은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달러화의 가치를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 평가 절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달러 유동성에 영향을 미쳐 엔화 강세와 일본 경제의 장기 불황의 원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화폐 자체의 변천사와 달리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달러 유동화의 변천사'입니다. 과거 달러 유동화는 1) 석유 대금 달러로만 결제 2) 미국이 동맹국의 국가안보를 지켜주는 대신 그 동맹국은 미국 국채를 매수하는 조건 3) 역외 달러 시장 형성 4) IMF를 통한 해외시장 개방 5) MBS, ABS, CDO 등 자산을 유동화하여 수출하기 등으로 대표됩니다.

얼마 전에는 6) 지니어스 법을 제정하여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합법화했습니다. 달러 및 미 국채를 유동화하여 해외까지 그 사용 범위를 넓히려고 합니다. 다른 나라가 제조업을 통해 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팔면 그들은 인쇄된 달러를 주거나 유동화한 달러를 통해 상품으로 수출합니다.

돈은 미국으로, 달러로 집중됩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자산의 유동화, 곧 증권화 혁명이 가져온 버블이었습니다. 지니어스 법은 다시 미국에 버블을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USDC, USDT, 새로 발행될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하면서 미국의 채무를 늘릴 것입니다. 곧, 달러의 수요처이죠.

과거 미국은 달러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브레턴우즈 시스템을 탈퇴해, 금 1온스가 있어야 달러 35달러를 발행할 수 있던 국제적 약속을 일방적으로 깬 적이 있습니다. 군사력과 달러 결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법정화폐(담보가 없는 신용 화폐)는 정치적 결정으로 통화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수요처만 발굴한다면 인플레이션 없이 통화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 정치인들의 신규 법안 만들기를 자극합니다.

이제 디지털 세상이 되었으며 미국은 가상 세계에서 달러를 인쇄하기 시작합니다. USDC, USDT, 새로 발행될 스테이블 코인을 세계로 수출해 달러 수요처를 늘릴 것입니다. 미 국채의 발행이 늘어나 미국은 더 큰 버블을 만들어 지금의 버블을 덮으려고 합니다.

미국은 동맹보다 국익을 우선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블랙록은 실제 세상의 모든 자산을 묶어 유동화한 후 스테이블 코인과 연동해서 유통하려고 합니다. 일명 RWA(real world asset)입니다.

누군가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돈은 달러와 달러 아닌 것으로 나뉜다.

김철홍 세음세하태양광발전소 대표
김철홍 세음세하태양광발전소 대표

[김철홍 대표]
현) 세음세하태양광발전소 대표
전 KCB대표이사
전 서울신문 ESG위원회 국장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