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의 이원론을 차분히 생각해 보기 [김철홍 칼럼]
데카르트의 이원론을 차분히 생각해 보기 [김철홍 칼럼]

[미디어파인=김철홍의 생각에 관한 생각] 뇌란 참 신비합니다. 과학자들이 알아낸 부분이 많지만, 아직 모르는 영역이 많습니다. 뇌라는 말을 ‘나’라는 언어로 대체하거나 ‘우리’라는 단어로 대체해도 의미는 다르지 않습니다.

나이가 50이 되었을 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완독했지요. 그 후로 세상은 달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천문학 – 물리학 – 화학 – 생물학 – 인문학으로 이어지는 서양 학문체계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 중심적 사고와 인간 중심적 사고가 우주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가 세상에 알렸지만, 당시 교회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다"라는 천동설을 믿었기 때문에, 그를 가택 연금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뇌가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이죠.

중요한 것은 뇌가 사실이 아닌 것도 믿는다는 겁니다. 사실이 아닌 것도 믿기만 하면 사실로 변하는 연금술이 되는 듯, 많은 이들이 종교를 믿고, 믿고 싶은 것만 믿습니다.

살면서 별 의심 없이 아직도 믿고 있는 개념이 데카르트의 이원론입니다. 곧 육체와 의식(영혼)이 분리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인공지능에게 “이원론적 사고는 왜 하게 되었고, 뇌과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진실인지 전문가 수준으로 자세하게 알려줘.”라고 요청했습니다.

인공지능은 아래와 같이 답합니다.

르네 데카르트(1596–1650)는 프랑스 철학자로, 그의 철학은 근대 철학의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데카르트적 사고"는 마음(mind, 의식/영혼)과 몸(body, 육체)이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두 실체로 구성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제1철학에 대한 성찰》에서 가장 명확히 제시되며, 여기서 데카르트는 마음을 "사고하는 실체"로, 몸을 "확장된 실체"로 구분한다. 마음은 비물질적(non-material)이고 자유의지와 의식을 지니는 반면, 몸은 공간을 차지하고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물질적 존재로 본다.

이런 사고가 왜 생겼는지를 이해하려면, 데카르트의 역사적·철학적·과학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중세 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체 개념에 기반해 있었는데, 여기서 실체는 형상(form)과 질료(matter)의 통합으로 보았다. 그러나 르네상스와 과학 혁명으로 인해 전통적 아리스토텔레스주의가 쇠퇴했다. 데카르트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메타물리학(metaphysics)을 제안했는데, 우주를 순수한 기계적 법칙으로 설명하려 했다. 몸은 이 기계적 우주의 일부로, 자동기계처럼 작동하지만, 인간의 마음(영혼)은 이 법칙에 구속되지 않는 비물질적 실체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계론적 세계관(mechanical worldview)"의 부산물로, 동물은 순수한 기계지만 인간은 영혼 덕분에 이성을 가진다는 식이다.

데카르트가 이원론을 채택한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데카르트의 방법은 모든 것을 의심하는 "극단적 회의"에서 시작한다. 그는 감각 경험은 속일 수 있지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자아의 사고는 확실하다고 보았다. 이로 인해 사고하는 자아(마음)는 몸과 분리될 수 있으며, 몸 없이도 존재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데카르트는 가톨릭 신자였으며, 영혼의 불멸을 증명하려 했다. 몸이 물질적이고 부패 가능하다면, 영혼은 비물질적이어야 불멸할 수 있다. 이는 기독교 교리에 부합하며, 신의 존재 증명을 통해 영혼의 독립성을 보증한다. 또한, 자유의지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했다. 만약 모든 것이 물질적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면 자유의지가 없지만, 비물질적 마음은 이를 초월한다.

현대 뇌과학과 인지과학은 데카르트의 이원론을 대부분 부정하며, 물리주의 또는 마음-뇌 정체성 이론을 지지한다. 이는 의식이 뇌의 신경 과정의 산물이며, 별도의 비물질적 실체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미디어파인

이어서 나는 다시 인공지능에게 질문한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적 사고가 틀렸다는 과학적, 신경학적, 생물학적, 물리적 증거들을 알려줘.”

데카르트의 이원론적 사고는 현대 뇌과학, 신경학, 생물학, 물리학의 증거로 인해 대부분 부정된다. 아래는 데카르트적 이원론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주요 과학적 증거들을 분야별로 체계적으로 나열한 것이다. 각 증거는 이원론의 핵심 가정 즉, 비물질적 마음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물리적 뇌와 상호작용한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1. 신경학적 증거
신경과학은 의식, 사고, 감정이 뇌의 물리적 과정에 직접적으로 의존하며, 비물질적 실체가 필요 없음을 보여준다.

뇌 손상과 의식 변화: 뇌의 특정 부위 손상은 의식과 인지 기능에 명확한 변화를 초래한다. 예를 들어, 전전두엽 손상은 의사결정과 자제력 상실을 초래하며(피니어스 게이지 사례), 측두엽 손상은 기억력(해마 손상)이나 언어 능력(베르니케 영역 손상)을 저하 시킨다. 알츠하이머병에서 뇌 위축은 기억, 인격, 의식 저하를 유발한다. 이는 의식이 뇌의 물리적 구조에 의존하며, 비물질적 영혼이 없어도 설명 가능함을 보여준다.

분리뇌(Split-Brain) 연구: 로저 스페리의 분리뇌 환자 연구(1960년대)는 뇌량을 절단한 간질 환자에서 두뇌 반구가 독립적으로 작동하며, 때로는 상충하는 행동을 보임을 밝혔다. 예를 들어, 왼쪽 반구는 언어를 처리하고 오른쪽 반구는 시각적 패턴을 인식하는데, 두 반구가 분리되면 마치 "두 개의 의식"이 존재하는 듯한 행동이 관찰된다. 이는 의식이 뇌의 물리적 연결에 의존하며, 통합된 비물질적 영혼이 없음을 시사한다.

의식의 신경 상관물: 크리스토프 코흐와 프랜시스 크릭의 연구는 특정 뇌 영역(예: 시각 피질 V1-V5, 전전두엽, 두정엽)의 활성화가 의식적 경험과 상관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양안 경쟁 실험에서 한쪽 눈에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면 뇌 활동이 의식된 이미지와 일치한다. 이는 의식이 뇌의 신경 네트워크 활동에서 발생하며, 별도의 비물질적 실체가 필요 없음을 입증한다.

뇌 자극 실험: 전극 자극이나 경두개 자기자극을 통해 특정 뇌 부위를 자극하면 감정, 기억, 운동 행동이 유발된다. 예를 들어, 측두엽 자극은 생생한 기억 회상을 유도하며, 운동 피질 자극은 의도하지 않은 근육 움직임을 만든다. 이는 마음의 기능이 뇌의 물리적 과정에 직접적으로 연결됨을 보여준다.

2. 생물학적 증거

생물학적 연구는 인간의 의식과 행동이 진화적, 생리적 과정의 산물임을 보여주며, 비물질적 영혼의 개입 없이 설명 가능하다.

진화적 연속성: 인간의 뇌 구조와 기능은 다른 포유류, 특히 유인원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전전두엽과 해마는 고등 인지 기능을 담당하지만, 이는 진화적 연속선상에 있다. 동물(예: 문어, 까마귀)의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도 뇌 구조에 기반하며, 영혼 없이도 인지 능력이 설명된다. 이는 인간의 의식이 특별한 비물질적 실체가 아닌, 진화된 뇌의 산물임을 시사한다.

신경전달물질과 약물 효과: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은 감정과 의식 상태를 조절한다. 예를 들어,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농도를 조절해 기분을 변화시키고, 마취제(프로포폴 등)는 GABA 수용체를 활성화해 의식을 상실시킨다. LSD 같은 환각제는 5-HT2A 수용체를 자극해 의식 경험을 변형한다. 이는 의식이 화학적·생물학적 과정에 의존하며, 비물질적 요소 없이 조작 가능함을 보여준다.

발달 과정: 인간 뇌는 태아기부터 성인기까지 물리적 발달 단계를 거친다. 예를 들어, 신피질의 시냅스 형성은 유아기 학습과 의식 발달에 필수적이다. 뇌 발달 장애(예: 소두증)는 인지 능력 저하를 초래한다. 이는 의식이 뇌의 생물학적 발달에 의존하며, 비물질적 영혼과 무관함을 나타낸다.

3. 물리학적 증거

물리학은 우주의 인과적 폐쇄 원리에 따라 모든 물리적 사건이 물리적 원인으로 설명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비물질적 마음의 개입을 배제한다.

인과적 폐쇄 원리: 현대 물리학(뉴턴 역학, 양자역학, 일반상대성 이론)은 물리적 세계가 인과적으로 폐쇄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즉, 모든 물리적 사건은 물리적 원인으로 설명된다. 데카르트가 주장한 비물질적 마음이 뇌(물리적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에너지 보존 법칙을 위반한다. 예를 들어, 송과선을 통해 마음이 뇌를 조작한다는 데카르트의 주장은 물리적 에너지 입력 없이 뉴런을 활성화해야 하므로 불가능하다.

양자역학과 이원론: 일부 이원론 지지자(예: 존 에클스)는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을 이용해 비물질적 마음이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자 효과는 뉴런 수준에서 무의미하며, 자유의지나 의식에 대한 양자적 설명(예: 펜로즈-Hameroff의 Orch-OR 이론)은 실험적 증거가 부족하다. 주류 물리학은 뇌의 거시적 과정이 고전역학으로 충분히 설명된다고 본다.

4. 실험적·인지과학적 증거

인지과학은 행동, 의사결정, 자유의지가 뇌의 물리적 과정에서 비롯됨을 보여준다.

리벳 실험: 벤자민 리벳의 1983년 실험은 의식적 결정(예: 손 움직임) 이전에 뇌의 준비 전위가 발생함을 보여준다. 이는 자유의지가 비물질적 마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뇌의 무의식적 과정에서 시작됨을 시사한다. 이는 데카르트가 주장한 자유의지의 비물질적 본질을 반박한다.

환각과 착각: 시각 착각(예: 러버 핸드 착각)이나 환각(예: 정신분열증에서의 청각 환각)은 뇌의 정보 처리 오류로 설명된다. 이는 의식 경험이 뇌의 신경 네트워크에 의존하며, 외부의 비물질적 실체가 필요 없음을 보여준다.

5. 철학적·통합적 반박

오컴의 면도날: 과학적 원리에 따르면, 더 간단한 설명이 선호된다. 비물질적 마음을 가정하는 것보다 뇌의 물리적 과정으로 의식을 설명하는 것이 더 간결하고 증거에 부합한다. 통합 정보 이론이나 전역 작업공간 이론은 의식이 뇌의 복잡한 정보 통합에서 발생한다고 제안하며, 이원론 없이도 의식의 주관성을 설명하려 한다.

※결론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뇌과학, 생물학, 물리학, 인지과학의 증거로 인해 틀린 것으로 간주된다. 의식은 뇌의 물리적·생물학적 과정에서 발생하며, 비물질적 실체를 가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의식의 주관적 본질은 여전히 철학적 논쟁거리로 남아 있지만, 과학적 증거는 물리주의적 설명을 강력히 지지한다.

그럼, 데카르트의 이원론을 폐기했을 때 남는 공백(영생, 영혼의 부재)은 무엇으로 대체 가능할까?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와 최근 신작 <불멸의 유전자>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

불멸의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조바 그림, 이한음 옮김, 을유문화사. P.248~9
불멸의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조바 그림, 이한음 옮김, 을유문화사. P.248~9

“DNA에 든 정보는 잠재적으로 불멸이다.

DNA 정보는 자궁 내 난자의 생화학적 기반 시설을 필요로 한다. 요점은 물질적인 DNA 분자 자체는 덧없을지 모르지만, 뉴클레오타이드 서열에 든 정보는 잠재적으로 영원하다. 전령 RNA, 리보솜, 효소, 자궁 등 주변 기구들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지만, 개인의 DNA에 든 정보는 독특하고 대체 불가능하고 잠재적으로 불멸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DNA 정보는 복제됨으로써 불멸성을 획득한다. 복제되고 또 복제된다. 무한정, 잠재적으로 영원히 복제되면서 후대로 계속 이어간다. 물론 DNA는 스스로 복제할 수 없다. 컴퓨터 디스크가 지원 소프트웨어가 없이는 스스로 복제할 수 없는 것처럼, DNA도 세포 화학의 정교한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

DNA에 적힌 정보만이 복제된다.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에는 종이가 썩기 전에 사람들이 일정한 가격으로 성서를 공들여 필사하곤 했다. 파피루스는 부서질지 모르지만 정보는 살아남았다. ”

김철홍 세음세하태양광발전소 대표
김철홍 세음세하태양광발전소 대표

[김철홍 대표]
현) 세음세하태양광발전소 대표
전 KCB대표이사
전 서울신문 ESG위원회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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