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조영곤의 경제 읽기] 고려은단. 올해 창립 75주년을 맞이한 제약사다. 은단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이후 비타민C 제품(1995년)을 내놓으며 제2도약에 성공했다. 2015년 기준 국내 비티만C 1000mg부문 시장점유율 1위.
개그맨 유재석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국내 선호도 조사에서 '광고', '연예인' 등 부문별로 상위권을 차지한 몇 안되는 인물이다. 고려은단이 그를 비타민제 광고 모델로 앞세우며 실적에 날개를 달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숫자가 뒷받침한다. 유재석이 모델로 나선 시기는 2014년 8월이다. 고려은단의 2013년 매출은 476억원. 2014년은 453억원이다. 모델 효과가 반영된 2015년과 2016년 매출은 각각 618, 612억원.
Why?
성과에 취한 탓일까. 연구개발 등 경쟁력 강화는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실적이 갈짓자다. 위기감이 고조됐다. 그런데 오너 일가만은 예외인 듯 하다. 심각 수준이다.
조창현(76) 회장과 조영조(48세) 대표 등 오너일가가 19년 동안 배당금 수입으로만 5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최근 3년 간 수령액은 약 216억원. 같은 기간 배당성향은 최대 106.34%에 달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계 전반이 '통곡의 계곡'을 건넜다. 고려은단 역시 광고선전비 등 지출을 아끼며 마른수건을 쥐어짠 상황. 여기서 오너일가는 제외된 셈이다.
매년 연구개발에 지출한 비용은 수천만원에 그쳤다. 경쟁사들이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미래를 대비한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해서라도 개선이 시급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고려은단의 최근 3년간(2019~2021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했다.
▲2019년 38억원 ▲2020년 80억8650만원 ▲2021년 97억7219만원 등 총 216억5869만원이 배당됐다. 배당성향은 각각 85.89%, 50.15%, 106.34%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탁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2021년 기준 26.9%. 상당한 격차다.
고려은단이 첫 배당을 실시한 2002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총 배당 규모는 496억6043만원에 달한다. 조 회장 일가가 매년 약 26억원이라는 거액을 가욋돈으로 챙긴 셈이다.
고려은단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2021년 말 현재 조 회장 78.23%, 조 대표 21.27% 등 오너일가가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배당금 전액은 조 회장과 조 대표의 몫이 됐다.
3세 경영 체제에 보다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고려은단의 지분구조 변경 현황을 살펴보면 조 회장이 2012년까지 지분 100%를 보유하다, 2013년 아들인 조 대표에게 9.54%의 지분을 양도했다. 이후 2019년 추가 지분 조정이 이뤄지며 현재 구조가 됐다.
악화
고려은단이 오너일가에게 고배당을 실시하는 동안 실적은 널뛰기다.
매출은 ▲2019년 561억 ▲2020년 800억 ▲2021년 686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019년 45억원 ▲2020년 128억원 ▲2021년 89억원을 달성했다. 순이익은 ▲2019년 45억원 ▲2020년 161억원 ▲2021년 92억원 등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은단은 위기대응을 위해 60억원(2020년)에 달한 광고선전비 지출을 지난해 19억7600만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또 소모품비와 차량유지비 등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는 등 마른수건을 쥐어짰다.
위기대응 자세와 고배당 정책 고수. 사뭇 다른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풍부한 이익잉여금(443억)과 낮은 차입금 의존도(11.4%)를 반영한 고배당 정책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야할 곳에 쓰지 않은게 고배당과 함께 불거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항목인 연구개발비는 처참한 수준이다. 2019년 1억7900만원, 2020년 1억9420만원에서 2021년 30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고려은단의 배당 정책과 관련, 쓴소리가 나온다.
이익잉여금 등을 고려해도 과도한 배당 정책이라는 것. 더욱이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연구개발 등이 미진한 것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구조이기 때문에 마땅한 견제 장치도 없다. 오너일가 스스로가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한편 고려은단측은 고배당 논란과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 등과 관련, 특별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또 연구개발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함구해 논란을 스스로 키우는 모양새다.
고려은단은 고배당 논란과 관련, 홍보대행사 잇츠컴와이드를 통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연구개발 등 재투자 계획과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의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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