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조영곤의 경제 읽기] "그 사람들 걱정을 니가 왜 하노? 니는 평생 서민으로 살 일이 없다."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 회장(이상민)이 도준(송중기)에게 던진 말이다.
승계 작업을 위해 희생된 소액주주(개미)들의 피해를 걱정하자, 그릇된(?) 생각을 버리라는 진 회장의 꾸짓음이다.
금수저, 아니 다이아몬드수저를 물고 태어났으니 진 회장 말이 백번천번 맞는 소리다. 드라마의 허구가 아닌 실제하는 이야기 이기에.
1억9401만원
미취학 아동 765명이 2020년 기준 1인당 평균 1억9401만원의 금융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억소리나는 돈잔치 비결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증여 받은 주식으로 돈을 굴렸다. 금융소득 중 99.5%가 배당금이다.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평생 모아도 서울과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뒷목 잡을 일이다.
이에 돈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성년자의 주식 및 부동산 증여 과정에서 세금 탈루가 없었는지 말이다.
앞서 언급한 내용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미성년자의 금융소득 종합과세 신고 현황' 자료다.
자료를 살펴보면 이자와 배당을 합한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미성년자가 2020년 기준 3987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신고한 금융소득은 총 7108억원. 1인당 1억8000만원이다. 성인 평균(1억4354만원)보다 3482만원 많은 액수다. 재벌 4세를 비롯해 조기에 주식을 증여받은 이른바 '금수저'들이 포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된 미성년자의 전체 인원과 소득금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893명의 미성년자가 918억3300만원을 신고했지만 ▲2017년 1555명, 1759억3200만원 ▲2018년 1771명, 1908억600만원 ▲2019년 2068명 2131억1600만원으로 늘었다.
특히 2020년(3987명, 7108억원)은 전년 대비 인원은 93%, 소득금액은 236%나 늘었다. 이는 주식 호황에 따라 배당이 크게 증가한 이유에서다.
상위 1%
2020년 기준 미성년자 금융소득 종합과세자를 연령별로 보면 만 6세 미만 미취학아동이 765명으로, 이들은 총 1486억을 신고했으며 1인당 평균 1억9401만원을 벌어들였다.
6세 미만 미취학아동 가운데는 갓 태어난 0~1세 영아도 87명이 포함됐다. 이들의 금융소득은 총 170억51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소득은 1억9598만원에 달했다.
초등학생은 1311명으로 총 2065억원을 신고해 1인당 1억5751만원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교 이상 미성년자는 1911명으로 총 3558억원, 1인당 1억8621만원의 금융소득을 신고했다.
아울러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신고한 미성년자의 금융소득 99.5%는 배당소득으로 대부분 주식을 통해 금융자산을 대물림 받았다. 이들이 전체 90%에 가까운 금액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귀속분 기준 배당소득을 받은 미성년자는 27만9724명. 배당소득은 총 8165억원이다.
이중에서 2000만원 이상 고소득을 올린 미성년자 종합소득과세자(3987명)는 배당소득을 받은 미성년자 전체의 1.4%에 불과했지만, 전체 미성년자 배당소득(8165억원)의 87%(7069억원)을 차지했다.
배당소득을 받은 미성년자 가운데서도 상위 1%대의 '금수저' 미성년자가 배당소득을 독차지한 것이다.
상위 1%를 더 나누면 배당소득의 편중은 더욱 심화된다.
상위 1000명(0.4%)의 배당소득은 전체 69%(4858억원)였다. 상위 10명이 받은 배당소득은 815억원으로 1인당 81억원이 넘었다. 평균 배당률(2.3%)로 환산하면 1인당 3500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진 의원은 "미성년자의 금융소득 증가는 조기 증여에 따른 부의 대물림 영향이 크다는 것"이라며 "미성년자의 주식 및 부동산 증여 과정에서 세금 탈루가 없었는지 꼼꼼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리지갑
중산층의 삶은 어떠할까.
한국부동산원의 최근 통계 자료를 보면 서울 중산층(3분위 소득)이 중간 가격대(3분위 평균 주택가격) 집을 마련하려면 연간소득을 12.4년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올 8월 발표한 '2020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자가 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Price Income Ratio)은 8.0배(중위수 기준)로 나타났다.
PIR은 주택 가격의 중간값을 가구 연소득 중간값으로 나눈 수치다.
수도권 PIR 8.0배는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8년 동안 계속 모아야 수도권에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빈부격차. 코로나19 이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물가 폭탄에 가계가 휘청인다.
실질소득이 2.8% 감소했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다. 해법 모색이 시급하지만 정치권은 진영논리에 빠져, 민생 경제를 돌보지 않는 모양새다.
금수저야 그럭저럭 버틴다고 하지만, 일반국민들은 '통곡의 계곡'을 건너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1일 발표한 '지난 60년간 성과 및 향후 한국경제 과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반국민 1000명 중 96.3%, 경제전문가 405명 중 97%는 현재 한국경제가 위기상황이라고 응답했다.
일반국민과 경제전문가 모두,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응답이 각 38.2%, 37.0%로 가장 많았다.
일반국민은 이어 진영논리를 벗어난 상생 정치의 실현(36.9%), 빈부격차 축소 및 사회안전망 강화(25.3%)를 꼽았다. 경제전문가는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32.6%), 진영논리를 벗어난 상생 정치의 실현(29.1%) 순이었다.
위기다. 국민과 전문가 모두 진영 논리를 벗어나라고 꾸짓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정치권 모두 귀담아 들어야 한다. 국민보다 앞서는 권리는 없다.

[Who is?]
미디어파인 편집국장
카앤토크 총괄 프로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