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박미주 교수의 세상사는 이야기] “어뜩해... 어뜩해”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삽시간에 예닐곱 명의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식사 후 차 한잔을 하기 위해 찾은 베이커리 카페의 바로 앞뜰에서 일어난 일이라서 본능적으로 밖으로 뛰쳐 나갔다.
나이든 어르신 한 분이 갑자기 쓰러져 어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르신의 목을 조일 수 있는 스카프를 풀고, 허리춤을 느슨하게 한다음 신발을 벗기면서 몰려든 주변 분들에게 119에 신고해 달라고 했다.
쓰러진 여성분의 목뒤를 받쳐 주면서 기도가 열리도록 했더니 창백하게 쓰러졌던 여성분의 얼굴빛이 조금 돌아오는데 구급 신고를 한 119는 빨라도 30분은 걸릴거라는 대답이었다.
우리는 급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사람의 생명을 우선해 119에 신고하도록 학습을 했다. 심지어 유치원, 또는 초등학교 어린이들까지도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119를 부르도록 교육을 한다.
코로나 시기 유명해진 '영기'라는 가수가 부른 ‘동네오빠’라는 대중가요 가사에서까지도 ‘아플 때는 119’ 라는 내용이 친숙해진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게 학습하고 우리 가까이 있을 것만 같던 119가 사람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 막상 부르니 신고하고도 몇분 지나 위치 확인차 온 전화에 “의식이 없어요. 언제 도착하세요?“ 하고 물으니 “멀리 있어서 빨리 와도 30분은 걸립니다'라니 기가 막혔다.
"다른 유관 기관에 협조 요청이 안되나요?" 했더니 별수 없다는 속수무책의 대답이다.
다양한 성인병 등 응급 환자들의 발생 시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골든타임(Golden time-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대)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배웠지만, 막상 쓰러진 응급 환자는 의식이 없는데 '골든타임'은 다른 동네 이야기이고 방송 용어일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찾아 본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13조 구조 구급활동의 1항인 '위급상황이 발생한 때에는 구조·구급대를 현장에 신속하게 출동시켜 인명구조, 응급처치 및 구급차등의 이송, 그 밖에 필요한 활동을 하게 하여야 한다'와 제14조 유관 기관과의 협력 ①구조·구급활동을 함에 있어서 '필요한 경우에는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협력을 요청할 수 있다'라고 돼 있지만 "멀리 있어서..."라는 구조대의 답변에 '우리가 도움을 받아야 할 119의 골든타임은 해당 지역이 따로 있구나'라는 막힌 생각만이 들게 할 뿐이었다.
다행히 쓰러진 어르신이 감사하게도 119가 도착하기 전 의식이 돌아와 가족분이 모시고 가셨기에 망정이지 수도권 도시에서 응급구조가 30분이 넘게 걸린다는 것을 누가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싶다.
이와 같은 상황이 기관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누군들 그러고 싶겠냐만은 위급한 생명을 방치할 생각도 아닐 것이고, 그들 역시 발을 동동 구를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막상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앞이 깜깜했다.
현장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멀리 있어서 30분이 넘으면 이게 구급차냐?"는 것이었다. "구급차가 한 대밖에 없냐?"는 것이었다.
이것은 지자체가 두손 걷어부쳐 주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다양한 복지 중 개선돼야 할 시민들의 건강한 관심이 답인 것이다.
아무리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지만 우리가 학습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골든타임(Golden time)을 놓쳐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만약에 '카페 뜰에서 쓰러진 어르신이 의식을 찾지 못했다면'을 생각하면 정말 끔찍한 트라우마(trauma)로 남을 것 같다.
결국은 그런 복지혜택이 도시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는 것이니까...

[박미주 교수(작사가. 김포대 특임교수)]
한국 에니어그램 경영협회 부대표
박미주의 마음연구소 소장
대중가요 작사가
2014년 서울 경제 100인의 CEO 선정
김포대학교 특임교수(태권도융합과)
파주민보, 미디어파인 칼럼리스트 外
[학력사항]
서강대학교 경영학사
중앙대학교 창업 대학원 기후경제학 석사
[저서]
공감세상ㆍ생각으로 피어나다
에니어그램 인생 극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