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김영사
넥서스,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김영사

[미디어파인=김철홍의 생각에 관한 생각] 

A : 빈 수레가 요란하다.
B : 책 한 권 본 사람이 용감하다.
C : 무지가 힘이다.
D : 아는 것이 힘이다.

A, B, C, D는 같은 말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C와 D는 뉘앙스가 좀 다르다. C의 힘은 극우와 극좌의 성격을 띤다. D는 이성, 지성, 합리성, 교육 등 긍정 지식을 대변한다. 힘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 의미다. 자연의 4가지 힘의 성격이 다르듯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작용하는 권력의 힘도 각기 지식과 믿음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어떤 힘이 인류의 발전에 필요한지는 분명하지만, 역사에서 그 힘은 공정하게 작용하지 않았고 현대사회에서도 그렇다. 

“힘은 항상 많은 사람이 협력할 때 나온다. 통제할 수 없는 힘을 불러내는 인간의 경향은 개인 심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대규모 협력하는 우리 종의 독특한 특징에서 비롯한다. 

이 책의 핵심 논지는, 인간은 대규모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막대한 힘을 얻지만 바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그 방식 때문에 애초에 힘을 지혜롭게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문제는 네트워크 문제다.

더 구체적으로는 정보 문제다. 정보는 네트워크를 하나로 결속시키는 접착제다. 하지만 사피엔스는 수만 년 동안 신, 마법에 걸린 빗자루, AI 같은 것들에 대한 허구, 환상, 집단 망상을 꾸며내고 퍼뜨리는 방법으로 대규모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해 왔다. 인간 개개인은 자신과 세상에 대한 진실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도, 대규모 네트워크는 허구와 환상에 의존하여 사회 구성원들을 묶고 질서를 유지한다.

유발 하라리의 강연 'AI의 시대, 인간의 길'
유발 하라리의 강연 'AI의 시대, 인간의 길'

나치즘과 스탈린주의는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조지 오웰이 남긴 유명한 말처럼 무지가 힘이 된 것이다.”  넥서스, 유발 하라리 저, 김명주 옮김, 김영사 p.9~10

지금 우리 사회는 12.3 비상계엄 조치와 그 해소 과정에서 보이는 주의 주장은 혼돈 그 자체다. 국민의 힘은 그럼에도 정권을 유지하려고 하고 민주당은 정권을 쟁취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무지의 힘이 보인다. 일부 정치인들이 지지자들을 규합하기 위해 ‘무지’를 이용한다.

“수천 년 동안 인간은 타인의 꿈속에서 살았다.” 같은 책, P.310

 지금 우리 사회의 일부 국민은 타인의 꿈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정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문제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민주주의의 회복이다. 사람이나 기관도 자기 교정 메커니즘이 없으면 죽거나 해체된다.

유발 하라리의 강연 ' AI의 시대, 인간의 길'
유발 하라리의 강연 ' AI의 시대, 인간의 길'

유발 하라리는 지금 한국을 방문 중이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말한다.

“극우뿐 아니라 전체주의 정권들은 일반적으로 혐오와 긴장이 있어야 번성하게 된다. 중요한 건 정보가 진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정보는 환상이고 거짓이며 진실은 종종 불쾌하고 우리가 알고 싶지 않은 것일 때가 많습니다.”

지금 자신이 탄핵 찬성과 기각 어느 쪽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면 한 번쯤 ‘무지가 힘이다’라는 말을 되새겨 봤으면 좋겠다.

 * 어제 연세대 대강당에서 유발 하라리의 강연 < AI의 시대, 인간의 길>을 들었다. 그 동안 그의 저서를 통해 많은 지식과 깨달음이 있었다.  그와 한 공간에서 직접 소통할 수 있어서 좋은 날이었다. 그의 최근 책 <넥서스>와 어제 강연을 종합해 '무지가 힘이다'는 생각을 정리해본다.

김철홍 세음세하태양광발전소 대표
김철홍 세음세하태양광발전소 대표

[김철홍 대표]
현) 세음세하태양광발전소 대표
전 KCB대표이사
전 서울신문 ESG위원회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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