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2,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인플루엔셜』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2,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인플루엔셜』

[미디어파인=김철홍의 생각에 관한 생각]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2,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인플루엔셜』을 읽었다.

작가는 왜 자신이 소설가가 되었는지 후기에 남겼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변호사가 되었지만, 원하지 않은 간경화가 찾아왔다. 변호사 업무는 과중해서 버틸 수가 없었고 그녀는 소설가가 되기로 했다. 그녀는 인터페론으로 치료했다. 확률이 낮았으나 그녀는 운이 좋았다.

작가가 머리가 좋아 이런 소설을 쓴 것으로 짐작했으나 후기에 잠깐 언급한 것만으로도 왜 그녀가 이렇게 판타스틱한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그녀의 노력은 습작만 11년 동안 이어졌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녀가 만든 캐릭터들이다. “내 어린 시절은 이민과 계급, 인종, 젠더 문제에 끊임없는 영향을 받았다.”고 그녀가 후기에 밝힌 것처럼, 미국 이민 1.5 세대가 겪는 문제, 인간의 욕망, 성취 과정, 돈, 패션, 음식, 세대 간 갈등, 종교, 섹스 등을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잘 드러낸다.

“섹스는 짜릿했다. 하지만 케이시가 이 행위를 사랑으로 착각할 리는 없었다. 가장 좋게 봐준다 해도 애착이었다. 위로였고, 외로움이라는 상처에 바르는 연고였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2,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인플루엔셜』 p.430

는 주인공이 성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2,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인플루엔셜』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2,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인플루엔셜』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주제가 섹스였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신의 선택이 아닌 부모에 이끌려 미국에 간 한 소녀가 겪는 판타지다. 그녀는 그 부모와 갈등한다. 집을 나가고 남자를 사귀고 남자는 자주 바뀐다.

불안정하고 감정에 흔들리지만, 케이시는 독립적인 자아를 추구한다. 독립이란 경제적 독립과 연결되면서 돈은 항상 그녀의 선택에 브레이크로 작용한다.

케이시에게 돈이란 이런 것이라고 작가는 묘사한다.

“이 책 마음에 들 겁니다.” 노인은 소장용 커버로 산뜻하게 싼 <제인 에어>를 한 권 내밀었다. 드디어 책방에 들어오셨으니, <제인 에어>를 2,500달러에 드리지.

케이시는 오래된 책을 바라보며 표지를 쓰다듬었다. 조셉에게 책을 다시 건넸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2,000달러” “아주 좋은 가격이야.” “저한테는 정말 큰돈이에요.” 주머니에 현금이 있다면 그에게 주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돈은 언제나 일종의 짐이었다. 있으면 써버리게 되고, 없으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하게 된다. 항상 초조한 기분이 들지 않도록 돈이 늘 수중에 충분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충분한 돈이란 게 있기나 할까.

“1,500달러.” 조셉은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 “내가 산 가격보다 더 싸게 주는 거야.”

“좋아요.”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휴 언더힐에게 전화해서 시장 조사 일자리보다 훨씬 급여가 센 투자은행 여름 인턴 면접 기회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인플루엔셜』 p.90~98 

 케이시는 필요하지도 않은 책을 사느라고 휴에게 민원을 하고, 결국 둘은 섹스를 한다. 주인공인 케이시가 아빠와 싸우고 집을 나와 독립하려 하지만 늘 그녀가 속한 사회는 그녀가 하고자 하는 대로 놓아두질 않는다. 이 책의 구매를 작가는 소설 구성의 중심 뼈대로 잘 살린다. 조셉의 모자는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이고, 휴의 소개로 얻게 되는 투자금융회사 정규직은 그녀가 돈을 위해 필요하지만, 독립적인 삶을 위한 일은 아니다. 돈은 필요한데 돈을 버는 방법은 삶과 관련 있다. 

이 문제는 우리 모두의 고민과 일치한다. 인생에 아름다운 것들이 자리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곳을 버리고 도착한 곳에 천국은 없었다. 그곳에도 갈등, 계급, 차별, 인종, 젠더, 돈의 문제는 있었다. 

작가의 좋은 문장들을 몇 개 보면서 생각해 보자. 

“ 쾌락 없는 삶은 창조성을 가로막는다.” 같은 책, P.278

“ 미국은 일종의 자연선택이 작용한다.” 같은 책, P.286

“ 그녀는 관습을 거스른다. 관습은 사빈이 아는 모든 여성을 망가뜨렸기 때문이었다.” 같은 책, P.292

“ 점 두 개를 연결하면 선이 되고, 점 세 개를 연결하면 평면이 되며, 점 네 개를 연결하면 구조는 한층 안정되고 차원도 높아진다.”  같은 책, p.309

“인생을 살다 보면 미처 대비하지 못한 실망들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같은 책, p.453

” 저는 공평함에 관심이 없어요.

주님(자연) 역시 재능을 나누어주실 때 공평함에 별로 관심이 없으셨던 것 같고요.“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2,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인플루엔셜』 p.81

“지나친 겸손은 허영심과 자매지간이다.” 위의 책, p.456

“어떤 면에서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은 비극이야.” 위의 책, p.464

점을 몇 개 연결하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변화가 생긴다. 그러니, 점을 몇 개 연결할지 수학적으로 잘 계산해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독립적인 인간이 되겠다는 목표부터 가져보면 어떨까? 살면서 갈등 없는 삶은 없고, 원치 않는 일이 찾아오지 않는 삶이란 또 얼마나 심심하겠는가? 이것은 인간이 갖는 운명적인 특징 중 하나다. 

그녀의 이 소설이 작년에 딸과 함께했던 뉴욕과 워싱턴 한 달 살기와 오버랩되고, <대부>, <갱스 오브 뉴욕>, <디어헌터> 같은 영화를 다시 보고, 달리 해석하고, 맨해튼 브리지를 걷고, 또 걸었던 센트럴파크와 합쳐졌다. 

다음과 같은 작가의 말로 인생에 아름다운 것들이 자리할 공간을 만들려면 얼마만큼 노력해야 하는지 짐작해 보자.

“ 배우고 연습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지만, 나는 운문에서 산문을, 산문에서 운문을 보기 시작했다. 시와 이야기, 희곡에서 패턴이 드러났다. 문장과 단락에는 음악이 있었다. 하나의 문장 안에서 침묵이 들려왔다.” 위의 책, p.480

김철홍 세음세하태양광발전소 대표
김철홍 세음세하태양광발전소 대표

[김철홍 대표]
현) 세음세하태양광발전소 대표
전 KCB대표이사
전 서울신문 ESG위원회 국장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