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에 서는 두려움 [김철홍 칼럼]](https://cdn.mediafine.co.kr/news/photo/202504/66422_99986_479.jpg)
[미디어파인=김철홍의 생각에 관한 생각] <‘나’라는 착각>에는 애쉬의 실험이 나온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많은 독일인이 유대인 대량 학살이라는 나치 이념에 따랐던 이유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집단적인 의식탐구가 이루어졌다.
그들은 단순히 명령에 따랐던 것일까? 아니면 반대 의견을 내기가 두려웠던 것일까?
1950년대, 스워스모어 대학교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는 2차 대전이 끝난 이후 10년간 이 질문에 답을 찾으려고 했다.
그는 실험을 설계했다.
실험참가자들이 시력 검사를 위해 8명씩 강의실에 들어온다.
그들은 모두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음을 자부하는 젊은 남성들이다. 그들에게 4개의 선이 그려진 일련의 카드를 보여주고 가장 왼쪽에 있는 선이 기준이라고 알려준다.
이 실험에 참여한 사람 중 1명 만이 피실험자이다. 나머지는 애쉬가 고용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18장의 카드 중 12장에서 ‘잘못된 답’을 고르기로 미리 약속했다.
실험 결과, 그룹이 올바른 답을 고를 경우, 피실험자들의 95%는 정답을 선택했다.
하지만, 7명이 모두 틀린 답을 고른 경우, 피실험자들 가운데 25%만이 올바른 답을 선택했다.
이 실험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은, 피실험자들이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고 믿었지만 충분한 사회적 압력이 가해지면 대부분은 혼자 반대편에 서는 두려움에 굴복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대부분의 장성은 명령에 따랐다고 했지만,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김형기 특전사 1특전대대장 그리고 홍장원 국가정보원 차장은 진실을 이야기했다.
곽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의원들을 의원회관에서 끌어내라고 했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과 극우 유튜버들은 가짜뉴스를 유포함으로써 사회적 압력을 행사했다.
조성현 대령도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상황 당시, 이진우 당시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조 단장은 부하들에게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김형기 대대장은 국회에서 한 의원의 질의에, “저는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인 4일 새벽) 12시 30분에 임무를 부여받았다. 첫 번째 (국회) 담을 넘어가라, 그다음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임무를 받았다”고 말했다.
홍장원 차장 역시 정치인 체포 대상 명단과 관련하여 일관된 증언을 함으로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결정적 증거가 되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자신의 믿음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데는 상당한 스트레스가 동반된다고 한다.
인간은 무리 지어 살도록 진화한 오랜 역사가 있으며, 큰 수의 법칙을 따르기도 한다. 누구나 이런 상황에 닥치면 75%의 동조 세력이 될 수 있다. 순응하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반대편에 섰다. 우리 사회가 두 번에 걸쳐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는,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 사건 선고문 전문>에서 밝혔듯이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결의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 아울러 곽종근, 홍장원, 조성현 등과 같은 분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 힘이 되었다. 이들의 용기와 철학에 우리 사회는 빚졌다.

[김철홍 대표]
현) 세음세하태양광발전소 대표
전 KCB대표이사
전 서울신문 ESG위원회 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