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철홍의 생각에 관한 생각] 선불교에 화두가 있다.
나의 화두는 “나는 누구인가?”다.
“당신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김철홍 칼럼]](https://cdn.mediafine.co.kr/news/photo/202504/66272_99790_546.jpg)
“나의 자아는 경계가 없다. 변하지 않는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를 가진 ‘나’의 정체성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매 순간 변한다. 단일한 자아라는 개념 자체는 서사적 허구일 뿐이다." ‘나’ 라는 착각, 그레고리 번스 지음, 홍우진 옮김, 흐름출판. P.180
단일한 자아가 아니라는 철학적, 생물학적, 과학적, 심리학적 증거는 많다.
첫째,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했다.
“도를 도라고 말하면 그것은 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 이름을 이름 지우면 그것은 늘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 (도올 김용옥)
둘째, 세포의 교체 주기
우리 몸은 약 37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이 세포들은 모두 일정한 주기로 새롭게 교체된다. 각 세포는 기능과 위치에 따라 수명이 다르고, 교체되는 속도도 다르다.
1. 피부 세포 Skin cells : 교체 주기는 약 2~4주로, 피부는 외부 환경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자주 교체돼며, 죽은 피부 세포는 각질로 떨어져 나가고, 아래에서 새로운 세포가 자라난다.
2. 장 세포 Intestinal cells : 교체 주기는 약 3~5일로, 장 안은 음식과 소화효소에 계속 노출되기 때문에 빠르게 교체된다.
3. 적혈구 Red blood cells : 수명이 약 120일로,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한다. 수명이 다하면 간과 비장에서 제거되고 새로운 적혈구가 골수에서 만들어진다.
4. 간세포 Liver cells : 수명은 약 300~500일로, 간은 해독 작용을 하는 중요한 장기다. 세포 수명이 비교적 길지만, 필요할 땐 재생 능력이 좋다.
5. 근육 세포 Muscle cells : 대부분 오래 살아남고 잘 교체되지 않는다. 하지만 손상되면 위성세포 satellite cells가 수리한다.
6. 신경 세포 Neuron cells : 대부분 평생 유지된다. 해마 등 일부 뇌의 부위에서는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셋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있다.
“ 우리에게는 세 가지 버전의 자아가 있다. 과거의 당신, 현재의 당신, 그리고 미래의 당신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현재의 당신은 과거로 미끄러지고, 미래의 당신이 등장한다. 기차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 현재의 당신은 승객 칸에 앉아 있고, 기차는 시간의 선로를 따라 질주한다. 당신의 관점에서 당신은 고정되어 있고, 움직이는 것은 창밖의 모든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당신은 여기와 지금에 뿌리내린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말했듯이, 그 모든 것은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철길 건널목에서 차를 정차시켜 놓고 기다리는 사람의 눈에는, 움직이고 있는 것은 당신이다. 세상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변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나는 과거의 당신, 현재의 당신, 그리고 미래의 당신이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물리적 수준에서 보더라도 몸의 분자 구성은 분마다, 날마다 바뀐다. 당신은 어제의 당신과 같은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같은 사람이라는 망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우리 뇌가 만들어 낸 서사를 통해서 일 뿐이다.” 같은 책, p.325~6
넷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알 수 없다. 어디에 있는지 알면, 얼마나 빠른지는 모른다. 속도를 알면,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 이것을 불확정성의 원리라고 한다. 이 원리는 양자역학(quantum physics)에서 핵심 개념이다.
다섯째, 지구는 자전하면서 공전한다.
우주의 허공에 떠서 도는 지구에서 내가 이탈하지 않는 것은 중력 때문이다. 지구와 한 몸이 되어 자전하면서 공전한다. 어느 한순간도 같은 위치를 점하지 않는다.
여섯째, 멘탈라이징 mentalizing이다.
인간은 타인의 사고를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쉽게 물들도록 진화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인 멘탈라이징은 인간의 뇌 구조에 매우 밀접하게 엮여서 ‘어떤 생각도 정말로 당신만의 것은 없다’는 바를 알려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당신은 누구인가?”
“어느 한순간도 당신은 같은 당신이 아니다. 단일한 자아라는 개념 자체가 서사적 허구일 뿐이다.” 피부 경계면 안의 나는 피부 경계면 밖의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생명이다. 과거의 자아, 미래의 자아,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당신이라는 자아 그리고 사회에서 발현되는 당신의 모든 개성이 당신이다. 같은 책, p.180
자아를 피부 경계면 안에서 찾으려는 생각은 시간을 병 안에 담으려는 것과 같다.
자아란 나의 피부 경계면 안과 그 밖의 상호작용이 가져오는 변화다.

[김철홍 대표]
현) 세음세하태양광발전소 대표
전 KCB대표이사
전 서울신문 ESG위원회 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