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2024년, 미국 애리조나 키트피크 국립천문대에서 가동 중인 ‘암흑 에너지 분광 장비(DESI)’의 1차 분석 결과가 공개되면서 천문학계가 충격에 빠졌다. 우주의 팽창을 가속하는 정체불명의 힘, 암흑에너지가 시간이 흐르며 약해지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된 것이다. 암흑에너지는 지금까지 일정한 값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표준 우주론(ΛCDM)을 떠받쳐 왔다. 그러나 DESI의 측정치는 이 전제를 정면으로 흔들었다.올해 3월 발표된 DESI 2차 분석은 약 2천만 개의 은하를 추가로 조사한 방대한 자료를 담고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리 태양계 근처 우주공간에서 별을 만들 재료인 거대 분자운이 처음으로 자외선 형광 신호로 직접 포착됐다. 미국 럿거스대 블레이클리 버크하트 교수팀이 과학기술위성 1호(STSAT-1)의 극자외선 자료를 분석해 찾아낸 이 구름은 그리스 신화의 새벽 여신 이름을 따 ‘에오스(Eos)’로 명명됐다.별은 주로 분자 수소가 뭉쳐 중력으로 붕괴하면서 탄생한다. 그러나 별빛으로 에너지를 받지 않는 순수 분자 수소는 거의 투명해 기존 전파망원경으로는 포착이 어렵다. 과학자들은 대신 일산화탄소를 ‘대리 탐색자’로 이용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아마존이 29일(한국시간) 새벽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아틀라스 V 로켓을 쏘아 올리며 ‘프로젝트 쿠이퍼’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번에 올라간 27기는 전체 3천200기 규모 저궤도(고도 약 590~630km) 인터넷 위성 군집의 첫 물량이다. 농어촌 지역과 항공기·선박 등에 초고속 통신망을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이지만, 이미 지구 궤도를 점령한 스타링크(스페이스X)와 맞물려 ‘우주 교통 체증’과 빛공해 논란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아마존은 프로젝트 쿠이퍼 구축에 최대 200억 달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지난해 6월, 국제 연구진은 펄사(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 신호를 정밀 분석해 우주 곳곳을 가로지르는 저주파 중력파 ‘잔향’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이 1916년 예측한 뒤 2015년 미국 라이고 관측소가 고주파 중력파를 처음 검출하며 실제 존재가 확인됐지만, 이번에는 주기가 수년에서 수십 년에 이르는 ‘저주파’ 영역이 포착된 것이다. 학계는 이를 “중력파 천문학 2막의 개막”으로 평가한다.미국·유럽·호주·인도 등 6개 지역 연구진은 각각 거대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펄사 100여 개를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주에선 당신의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영화 에이리언의 유명한 말은 우주 공간이 텅 빈 진공이라는 통념에 기대고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으로 보면 우주는 완벽한 공허가 아니다. 곳곳에 희박하나마 물질이 존재하며, 특정 환경에서는 실제로 ‘소리’가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의 계산으로 확인된다.◇ 실험실 진공보다 훨씬 희박한 우주 공간소리가 전해지려면 분자나 원자 같은 매개 물질이 필요하다. 지구 대기의 분자 밀도는 1㎤당 수십 경(10^19)개에 이르지만, 실험실의 고급 진공 챔버조차 1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양자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인증 난수’를 대량 생산해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퀀티뉴엄이 개발한 56큐비트 양자 프로세서가 생성한 비트열을 아르곤·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로 교차 검증해, 외부 공격자가 조작할 수 없는 난수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입력난수보다 출력난수가 더 많아지는 ‘증폭’까지 달성한 것은 고전 컴퓨터로 불가능한 작업이다. 논문 공저자인 스콧 애런슨 교수는 “신호가 실제 양자우연성에서 나왔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했기 때문에, 암호키처럼 민감한 곳에 안심하고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지구로부터 124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K2-18 b 대기에서 ‘디메틸설파이드(DMS)’로 추정되는 황화합물을 대량 탐지했다. 지구에서는 해양 미생물이 주로 배출하는 물질이어서 “외계 생명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화학·행성 과학계에서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며 신중론이 일고 있다.DMS는 황 원자 하나에 메틸기 두 개가 붙은 작은 분자로, 마늘·썩은 달걀 냄새를 풍긴다. 지구에서는 식물플랑크톤이 꾸준히 방출하며, 대기 중 농도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천문학자들이 전파 망원경 관측으로만 포착되는 수수께끼의 거대 구조물을 잇달아 발견하며 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상 라디오 원(ORC·Odd Radio Circle)’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지름이 수백만 광년에 이르지만 전파를 제외한 파장대에서는 보이지 않아 정확한 기원이 무엇인지 논쟁이 뜨겁다. 호주 서부 사막지대에 건설된 ASKAP 전파망원경은 2019년 시범 탐사에서 직경 수도가 넘는 둥근 고리 네 개를 처음 확인했다. 가장 먼저 보고된 ORC‑1 중심에는 약 50억 광년 거리의 타원은하가 자리해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별, 행성, 유성우가 잇달아 등장하는 ‘천문 달력’이 4월 밤하늘을 수놓는다. 국내 관측자도 맨눈이나 간단한 장비만으로 대부분의 현상을 즐길 수 있어 봄밤 나들이에 제격이다. 주요 이벤트를 날짜별로 정리했다.■ 4/1 초승달과 칠자성의 만남황소자리 방향에서 초승달이 칠자성(플레이아데스 성단) 바로 곁을 스친다. 약 410광년 떨어진 청백색 젊은 별들의 푸른빛은 맑은 하늘이라면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4/14 핑크문이지만 실제 색은 은백, 마이크로문4월 보름달은 전통적으로 ‘핑크문’으로 불린다.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케임브리지대 천문학자들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으로 외계 행성 K2‑18 b 대기에서 ‘생명 지문(biosignature)’ 후보 물질을 포착했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전 세계 과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연구팀은 “태양계 밖 생물 활동의 가장 강력한 암시”라며 장담했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증거가 미약하다”며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문제가 된 물질은 디메틸설파이드(DMS) 또는 그 친화 화합물인 디메틸다이설파이드(DMDS)다. 연구진은 별빛이 행성 대기를 통과하며 남긴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DM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주가 얼마나 빠르게 부풀고 있는지를 가리키는 허블 상수 값이 갈수록 엇갈리면서, 학계에서는 “허블 장력”을 넘어 “허블 위기”라는 표현까지 거론되고 있다. 서로 다른 두 방법이 내놓은 수치 차이가 해소되기는커녕, 최근 들어 오히려 더 선명해졌기 때문이다.허블 상수는 오늘날 우주의 팽창 속도를 1메가파섹(약 326만 광년)당 몇 ㎞/s로 표시한 값이다. 하나는 138억 년 전 빅뱅 직후 38만 년 무렵 남겨진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를 분석해 추정하는 방법이다. 유럽우주국의 플랑크 탐사선과 칠레 아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태양계 근접 소행성과 혜성을 지도처럼 추적하는 나사(NASA) 연구원이 한때 오리무중에 빠진 사건이 있었다. 데이비드 파르노키아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나사의 근지구천체연구센터에서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지구 인근을 오가는 소행성과 혜성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계산한다. 공간은 물론 시간까지 포함한 “4차원 지도”를 만드는 셈이다. 2016년, 파르노키아는 중력만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이상한 궤도를 지닌 소행성 2003 RM에 주목했다. 햇빛이 내는 작은 압력과 열 복사(야르콥스키 효과)까지 계산해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태양 닮은 별이 행성을 집어삼켰다는 충격적 관측이 사실은 행성이 자발적으로 별 속으로 추락한 것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천문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내놓은 새로운 관측이, 앞서 발표된 우주 범죄 현장 가설을 뒤집은 것이다.천문학자들은 2020년, 우리 은하 안에서 ZTF SLRN-2020으로 명명된 흥미로운 현상을 포착했다. 광학 영역에서 10일 정도 큰 폭으로 밝기가 상승했다가 6개월간 서서히 사라지는 신호였는데, 이를 살펴보니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하늘에서 반짝이는 수많은 빛의 점들을 우리는 흔히 ‘별’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실제로 별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려 하면, 의외로 간단하지 않은 문제가 나타난다. 행성을 정의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달의 경우에는 국제천문연맹(IAU)조차 명확한 규정을 내놓지 않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우주에 존재하는 천체들이 생각보다 복잡한 특성과 경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별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보통 ‘밤하늘에서 보이는 작은 빛’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태양도 별이라는 사실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천왕성의 자전주기가 약 40년 만에 새롭게 정밀하게 측정돼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보이저2호가 1986년 제시했던 값과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이번 결과는,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10년 넘게 관측된 자료를 종합 분석해 도출됐다. 보이저2호는 1986년 1월,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천왕성을 탐사했다. 당시 수집된 전파 신호와 자기장 관측에 근거해 천왕성의 자전주기를 17시간 14분 24초로 산출했는데, 이후 이 값은 천왕성 좌표계를 설정하고 표면 지도를 구성하는 핵심 기준으로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초기 우주에서 발견된 거대한 나선은하가 학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흔히 ‘빅휠(Big Wheel)’로 불리는 이 은하는 우리 은하보다 5배나 더 무겁고, 크기도 두 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빅휠은 우주가 불과 20억 살 무렵, 즉 매우 이른 시기에 이미 거대한 나선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인 이론에 따르면, 은하가 이처럼 거대해지려면 우주의 긴 역사 전체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빅휠은 초창기 우주에 등장했음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주에서 직접 발효시킨 ‘스페이스 미소’가 기존 지구산 미소와 맛과 향이 다소 차이를 보인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실험을 주도한 연구팀은, 우주 환경에서의 미생물 발효가 단순한 먹거리 실험을 넘어 미래 우주 탐사와 장기 체류를 위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소는 일본 요리에 널리 쓰이는 짭짤하고 구수한 발효 양념으로, 삶은 콩과 소금, 그리고 쌀이나 보리에 자라는 곰팡이(누룩, 일명 코지)를 함께 숙성해 만든다. 이번 실험에서는 그 과정을 국제우주정거장(ISS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천체로, 주변에 접근하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빛조차도 그 강력한 중력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모든 것을 삼키는 블랙홀 내부에는 과연 어떤 흔적이 남아 있을까. 최근 끈이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블랙홀 내부에는 다차원 구조로 얽힌 ‘슈퍼미로(supermaze)’가 존재해, 블랙홀이 집어삼킨 정보가 그 안에 보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연구에서 말하는 슈퍼미로는 이른바 ‘M이론’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M이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주를 자유롭게 떠도는 ‘떠돌이 행성(자유 부유 행성)’은 오래전부터 공상 과학 작품에서 단골 소재로 다뤄져 왔다. 실제로 스타 트렉이나 스페이스: 1999 같은 시리즈에서도 이 같은 행성이 묘사되곤 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상상 속 설정만은 아니다. 천문학자들은 이미 여러 관측 결과를 통해 이런 별 없이 떠도는 행성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다만 연구자들은 흥미로운 이 행성들을 “떠돌이 행성” 대신 “자유 부유 행성”이라는, 다소 밋밋한 용어로 부른다. 그렇다 해도 별에 속박되지 않고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2016년에 개봉한 영화 ‘컨택트’는 지구 바다에 사는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며, 이들과 인간이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 심도 있게 그려냈다. 작품 속 주인공은 일종의 ‘외계 언어 전문가’ 역할을 맡아, 전쟁 위기로 치닫기 직전의 지구에서 이들 외계 존재와 교감을 시도한다. 언뜻 보면 허구에 불과해 보이지만, 실제로도 혹시나 있을지 모를 우주 생명체와의 대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소위 ‘엑소언어학(xenolinguistics)’이라는 작은 학문 분야에 몸담고 있다.엑소언어학이란 우리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