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작디작은’ 2.4m 주경을 가진 허블우주망원경(HST)은 1990년 4월 24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 호의 화물칸에서 분리된 뒤 34년째 현역이다. 지상 망원경보다 작지만, 지구 대기층 위 560km 궤도에 자리한 덕분에 인간 시야를 넘어선 우주를 가장 또렷하게 그려냈다.막대한 예산과 위험 부담에도 인류가 우주 망원경의 눈을 계속 넓히는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지상에서 가장 어두운 사막에서도 대기는 미약한 공기광(airglow)을 낸다. 도시의 빛 공해까지 더해지면, 초미세 천체의 빛은 배경광에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리은하 한복판, 지구에서 약 1만5,000광년 떨어진 곳에서 정체불명의 천체가 규칙적으로 강력한 전파와 X-선을 동시에 내뿜는 장면이 포착됐다. 호주 전파망원경 ASKAP이 처음 발견해 ‘ASKAP J1832-0911’로 명명된 이 천체는 44분마다 2분간 밝기가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사라지는 ‘초장주기 트랜지언트(LPT)’로 분류된다. LPT가 전파뿐 아니라 고에너지 X-선을 방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연구를 이끈 지옌 왕 호주 커틴대 박사는 “이렇게 독특한 주기와 다중 파장을 보여주는 물체는 전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미국 뉴멕시코주 산 아구스틴 평원에 자리 잡은 ‘초대형 전파망원경(VLA)’은 40년 넘게 우주 전파 관측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해상도와 감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차세대 초대형 전파망원경(ngVLA·next-generation Very Large Array)’으로 세대교체를 준비 중이다. 연방기금 지원 기관인 미국 국립전파천문대(NRAO)는 최근 현장에서 첫 시제품 안테나를 공개하고, 2030년대 초 가동을 목표로 한 대형 프로젝트의 본격 추진 의지를 밝혔다.이번에 공개된 시제품은 지름 18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지구와 가까운 적색왜성 ‘바너드별’을 도는 초소형 행성 4개가 공식 확인됐다. 지난해 제기된 후보를 후속 관측으로 추적한 결과로, 반경 수백만 ㎞ 안쪽을 도는 초밀집 행성계가 드러났다. 미국 시카고대 리트빅 바산트 연구팀은 하와이 제미니북 망원경의 고해상도 분광기 ‘마룬-X’를 이용해 3년간 바너드별의 미세한 요동(라디얼 속도)을 지속 측정했다. 별이 주기적으로 앞으로 뒤로 흔들리는 진폭과 빈도를 분석하면 행성의 질량과 공전 주기를 역산할 수 있다.관측 결과 네 행성의 질량은 지구의 0.2~0.3배에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리 은하를 벗어나 시속 600만 ㎞ 이상으로 질주하는 ‘초고속 별’들이 있다. 유럽우주국(ESA)의 정밀 천체관측 위성 가이아(Gaia)가 포착한 21개 가운데 최소 3개, 많게는 9개가 큰마젤란은하(LMC)에서 솟구쳐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 연구진은 “LMC 중심부에 태양 질량의 약 60만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5월 초 보고했다.별이 광속의 0.5%에 달하는 속도를 얻으려면 엄청난 ‘중력 슬링샷’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쌍성계가 블랙홀 근처를 스치며 한 별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10년 전만 해도 62개로 알려졌던 토성의 위성(달) 수가 274개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192개 발견에 직접 이름을 올린 천문학자 에드워드 애슈턴(대만 중앙연구원 우주과학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아직도 다 외우기 힘들다”며 웃는다. 그가 활용한 비결은 ‘시프트 앤드 스택(shift & stack)’ 기법. 캐나다‧프랑스‧하와이 공동운영 망원경(CFHT)으로 같은 하늘을 3시간 동안 연속 촬영한 44장을 서로 다른 속도로 겹치고 깜빡이며(블링킹) 토성과 비슷한 속도로 움직이는 점광원을 찾아내는 방식이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미국 민간업체 인튜이티브머신스의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가 지난 2월 사상 최초로 달 표면에 내린 순간, 탐사선은 곧바로 옆으로 쓰러졌다. 그러나 그 25분간의 짧은 작동으로 탑재 실험기기 ROLSES(달 표면 전파 관측 안테나)는 인류 최초의 달 라디오 천문 데이터를 확보했다. 50년 넘게 ‘달 라디오 망원경’을 꿈꿔 온 잭 번스 콜로라도대 교수의 숙원이 마침내 첫발을 뗀 것이다.우주론에 따르면 빅뱅 38만 년 뒤 우주는 처음으로 중성 수소로 채워졌고, 별도 은하도 없는 암흑 시대가 5천만~1억 년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별이 폭발하고 행성이 깨져도 물질은 남는다. 그러나 힉스장(場)의 값이 순식간에 바뀌어 버리는 ‘진공 붕괴’가 일어나면, 원자 자체가 성립하지 못하는 완전 무(無)의 우주가 도래한다. 과연 이런 최후는 가능할까? 물리학자들은 최신 입자 자료를 토대로 그 확률을 다시 계산했고, 결과는 “안심해도 좋을 만큼 작다”였다.1964년 제안된 힉스장은 온 우주에 깔린 양자장으로, 전자·쿼크 등 모든 입자의 질량을 결정하는 ‘마스터 스위치’다. 현재 우주는 힉스장이 특정 값(진공기대값)에 고정된 ‘계곡’에 머물러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별은 왜 깜빡일까. 육안으로는 낭만적인 이 현상은 천문학자에게는 골칫거리다. 고대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 시각이 멀리 갈수록 왜곡된다고 보았지만, 아이작 뉴턴이 빛의 굴절로 해석하면서 진실에 다가섰다. 최근에는 별빛 반짝임(과학 용어 ‘섬광‧scintillation’)을 이용해 태양 주변 우주 거품(Local Bubble)의 플라스마 구조를 분석한 연구가 국제학술지에 실렸다.빛은 밀도가 다른 매질을 통과할 때 굴절한다. 지표에서 별을 올려다볼 때, 별빛은 난류로 요동치는 대기의 수많은 공기 주머니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주는 언젠가 별빛이 꺼지고 행성은 얼어붙으며, 마지막엔 블랙홀조차 증발해 완전한 어둠만이 남는다. 그렇다면 그 종착점은 언제일까? 네덜란드 라드바우트대 하이노 팔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최신 계산에서 “우주의 최후가 기존 예상보다 훨씬 빠른 10^78년 뒤”라고 제시했다. 지난해 같은 팀이 내놓은 10^1,100년보다 10^1,022년이나 앞당겨진 값이다.블랙홀만이 아니다, ‘밀도’가 증발 속도 좌우팔케 교수팀은 스티븐 호킹이 제안한 호킹 복사를 블랙홀 외 다른 초고밀도 천체에도 적용했다. 연구에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주 어디엔가 생명이 존재할까? 인류는 지금 그 답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다. 화성 토양 샘플을 지구로 가져올 준비가 한창이고, 유로파·엔셀라두스 등 얼음 위성의 바다를 파헤칠 탐사선이 속속 발사된다. 차세대 망원경 구상도 본격화됐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2026회계연도 예산안에서 NASA 과학탐사 예산을 무려 47% 삭감하겠다고 밝히면서, ‘생명 찾기’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백악관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은 110억 달러가 투입된 화성 샘플 귀환(MSR) 임무다. 이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10년 전 최초 중력파를 포착한 이후, 과학자들은 블랙홀·중성자별 충돌 신호를 수백 건 수집했다. 그런데 최근 국제 연구진이 “충돌 직전의 스쳐 지나가는 블랙홀도 강력한 중력파를 낸다”는 분석을 내놓아 관심이 쏠린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예측에 끈이론의 핵심 수학 구조 ‘칼라비-야우 다중접힘(3차원 복합체)’이 사용됐다는 사실이다. 베를린 훔볼트대 얀 플레프카 교수팀은 블랙홀 두 개가 근접 통과하며 서로를 휘어지게 하는 산란(scattering) 과정을 입자 충돌처럼 모델링했다. 연구진은 일반상대성이론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블랙홀이 방출하는 회전 에너지를 거울로 가둬 폭발적 증폭을 일으킨다는 ‘블랙홀 폭탄’ 개념이 실험실에서 재현됐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헨드릭 울브리히트 교수팀은 회전하는 금속 실린더를 이용해 블랙홀의 초방사(superradiance) 효과를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1970년대 물리학자 야코프 젤도비치가 예측한 초방사는 회전 천체가 전자기파를 흡수하는 대신 오히려 증폭해 방출하는 현상이다. 이때 회전체를 거울로 둘러싸면 에너지가 내부에서 반복 증폭돼 ‘블랙홀 폭탄’처럼 폭발적 불안정 상태에 이른다. 그동안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실 한 가닥이 스카프부터 방탄복까지 변신하는 뜨개질의 세계에 물리학이 접목됐다. 뜨개 기법마다 발생하는 장력이 직물을 돌돌 말아 올리거나 3차원 형상으로 변형시키지만, 최종 형태를 미리 예측하는 일은 수작업이든 산업용 편직기든 여전히 난제였다. 미국 드렉셀대 연구진은 이러한 복잡성을 해석할 수 있는 물리·수학 모델을 개발해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연구팀은 일정한 패턴으로 직물을 짜면 각각의 코가 고유한 곡률과 장력을 만들어낸다는 점에 주목했다. 매 코의 실제 모양과 늘어남을 모두 계산하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밤하늘에서 흐릿한 빛줄기로 보이는 ‘은하수’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갈락티코스 퀴클로스(젖빛 고리)’다.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이 단어를 우리 은하뿐 아니라 별·가스·먼지·암흑물질이 중력으로 한데 묶인 거대한 천체 집단에 두루 사용한다. 그러나 모든 은하가 반드시 가스와 먼지를 품고 있지는 않고, 암흑물질이 거의 없는 은하도 발견되면서 “무엇을 은하라 부를 것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우리 은하는 지름 약 12만 광년의 납작한 원반 형태로, 1만 2천 광년 규모의 불룩한 중앙 팽대부와 네 개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핵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 인도 관광객 등 최소 26명이 목숨을 잃었고, 인도 정부는 파키스탄을 배후로 지목하며 보복 공격에 나섰다. 파키스탄도 강경 대응을 예고하며 양국 간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더 큰 문제는 양국이 각각 약 17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서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도시와 산업 지역에서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미국 정부가 2026년까지 달 표면에 다시 우주인을 보내겠다고 공언하면서 우주 경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과거 아폴로 계획 이후 50년 만의 재도전이다. 특히 이번 재착륙 목표는 중국보다 먼저 미국의 발자국을 달에 남기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NASA 예산안을 공개하며, 2026년까지 미국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체 NASA 예산을 25% 삭감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이 발표에 과학계의 우려가 깊다. 총 예산 185억 달러 중 70억 달러만이 달 착륙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미국의 깃발을 화성에 꽂겠다"며 우주 진출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맞춰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역시 "2년 내 화성에 무인 우주선을 보내고, 4년 내에 유인 탐사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원대한 비전과 달리, 최근 3월 6일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발사 직후 두 번째 연속 폭발 사고를 일으켜 플로리다 일대 공항까지 마비되는 등 화성 탐사의 현실적 어려움이 다시 부각됐다.머스크가 발표한 20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최근 우주 연구를 뒤흔든 발견이 나왔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팽창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알려진 '암흑에너지'가 일정한 값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를 포착했다. 미국 애리조나 키트피크 국립천문대에서 운영 중인 DESI(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수백만 개 은하의 분석을 통해 암흑에너지가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암흑에너지가 일정한 값이라는 '표준 우주모형(LCDM)'을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리에게 태양은 매일 고요하고 변함없이 빛을 내는 존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태양의 진짜 모습은 이보다 훨씬 강력하고 위협적일 수 있다. 태양은 주기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태양폭풍을 일으키며, 때로는 이 폭발이 지구를 향하기도 한다. 이 경우 지구에서는 아름다운 오로라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전력망이 손상되거나 위성이 파괴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태양폭풍의 원인은 자기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태양 중심부는 너무 뜨거워서 원자가 분해되어 플라스마라는 상태를 이루고 있는데, 이 플라스마는 지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