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은하의 외곽 지역에 위치한 태양계는 한편으론 수천억 개 별로 붐비지만, 또 한편으론 별과 별 사이가 수십조 킬로미터나 벌어져 있는 ‘광활한 허허벌판’이다. 그러나 억 년 단위의 긴 시간을 놓고 보면 이 고요함도 깨진다. 약 8만 년 전 적색 왜성 ‘숄츠별’이 태양에서 불과 0.85광년까지 접근했고, 130만 년 뒤에는 ‘글리제 710’이 0.17광년 거리로 스쳐 지나갈 예정이다.최근 행성과학 학술지 ‘이카루스(Icarus)’에 게재된 시뮬레이션 연구는 이러한 근접 통과가 태양계 역학에 미치는 장기적 영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리 태양계는 겉보기에 한가해 보이지만, 장구한 우주 시계로 보면 이웃 별들과의 ‘근접 조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학술지 아이카루스(Icarus)에 실린 시뮬레이션 연구에 따르면, 수백만~수천만 년마다 한 번씩 발생하는 별의 근접 통과가 수십억 년 스케일에서 태양계 행성 궤도에 예기치 않은 불안정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까지 거리는 4광년. 그러나 8만 년 전 적색왜성 ‘슐츠의 별’은 태양에서 0.85광년까지 접근했으며, 130만 년 뒤엔 ‘글리제 710’이 0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태양계 외곽 오르트 구름에서 날아온 거대 혜성 ‘C/2014 UN271(버나디넬리-번스타인)’이 2031년 태양 근접 통과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직경 약 140km, 일반 혜성보다 100배나 큰 이 천체에서 최근 탄소 일산화물(CO) 가스 분출이 처음으로 확인돼 기원을 둘러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아메리칸대 나선 로스 박사팀은 3월 칠레 아타카마 고원 전파망원경(ALMA)으로 혜성을 8시간 연속 관측해 CO 방출선을 검출했다고 12일 천체물리학 회보 레터스에 보고했다. 태양과 20AU(지구-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2021년 9월 “청동기 시대 사해 인근 도시를 휩쓴 초대형 운석 폭발이 성경 속 소돔·고모라의 파멸을 설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렸다. 저자들은 요르단 강 동쪽 유적 ‘탈 엘하맘’(Tall el-Hammam)의 녹은 토기·벽돌 등을 근거로 “툰구스카급(1908년 시베리아 대폭발) 이상의 공중폭발”을 주장했고, 전 세계 주요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했다. 발표 첫 주 조회 수만 25만 회를 넘기며 ‘바이럴 논문’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3년 만인 지난 4월, 해당 논문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소행성 탐사선 ‘사이키(Psyche)’가 추진계 이상을 극복하고 정상 궤도에 복귀했다. 지난 4월 주엔손(xenon) 전기추진 시스템의 밸브 결함으로 추진제가 차단되면서 임무 전면 차질 우려가 제기됐지만, 엔지니어들이 예비 라인으로 전환한 끝에 지난주 모든 스러스터(추진기) 운영이 재개됐다. 이에 따라 탐사선은 2026년 5월 화성 근접 비행(플라이바이)을 통해 중력 가속을 받은 뒤 2029년 8월 목표 천체인 소행성 ‘사이키’(16 Psyche)에 진입한다는 원래 일정을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칠레 세로 파촌 산정에 들어선 베라 C. 루빈 천문대가 23일(현지 시각) 역사적인 ‘첫 관측 이미지(first light)’를 공개했다. 본격 가동 전 단 10시간 예비 관측만으로도 수천 광년 밖 성운의 가스 구름과 수백만 개 은하가 담겼다. 루빈 천문대가 향후 10년간 수행할 대규모 관측 프로젝트 ‘우주‧시간 유산 조사(LSST)’의 위력을 예고하는 장면이다.이번에 공개된 영상·이미지는 모두 초광각 시야를 담았다. 루빈 천문대장 젤코 이베지치 워싱턴대 교수는 “육안으로는 빈 공간처럼 보이는 밤하늘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SF 영화에서 우주선이 행성 곁을 스치며 가속해 위기를 탈출하는 장면은 클리셰에 가깝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허구가 아니다. 과학계에서는 ‘중력 보조(manuever)’ 또는 ‘그라비티 어시스트’라 부르는 실전 기법이다. 실제로 대다수 심우주 탐사선은 이 기법 없이는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우주선이 행성에 접근하면 행성의 중력이 궤도를 휘어지게 한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속도다. 행성 역시 태양을 공전하며 고유의 운동에너지를 지닌다. 우주선이 행성의 공전 방향 뒤쪽에서 접근해 근접 통과하면, 행성의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천문학자들이 우주의 ‘숨은 질량’ 가운데 절반을 넘게 차지하던 보통(바리온) 물질의 행방을 마침내 밝혀냈다. 강력한 전파 섬광인 초고속 전파폭발(Fast Radio Burst·FRB)을 이용해 은하와 은하 사이를 채운 극도로 희박한 가스를 계측한 결과다.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가운데 85%가 정체 모를 암흑물질이고, 나머지 15%만이 원자 등으로 이뤄진 보통 물질이다. 그러나 허블망원경 등 관측 결과를 종합해도 보통 물질의 절반가량이 보이지 않아 천문학계는 ‘바리온 실종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이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별이 초대질량 블랙홀 곁을 지나면 끔찍한 최후를 맞는다. 강력한 조석력(중력 차이)이 별을 실처럼 찢어 ‘스파게티화’시키고, 물질 절반가량은 우주로 흩뿌려지지만 나머지는 블랙홀 둘레에 원반(축적원반)을 이룬다.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빛이 ‘조석교란현상(TDE)’이다. 은하 하나에서 백만 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는 드문 사건이지만, 한 번 터지면 수억 광년 밖에서도 관측될 만큼 밝다.천문학계는 그동안 블랙홀이 별을 삼킨 뒤엔 원반이 빠르게 소모돼 조용해질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최근 5년 사이 뜻밖의 관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초소형 입자 두 개를 잇는 보이지 않는 힘의 끈이 팽팽히 당겨지다 끊어지는 순간, 잠재돼 있던 에너지가 분출된다. 입자물리학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이 과정을 양자컴퓨터가 최초로 실시간 재현했다. 4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두 편의 논문은 “고전컴퓨터가 풀 수 없는 양자계를 양자컴퓨터가 풀어낸” 또 하나의 이정표로 평가된다.연구에는 업계와 학계가 손잡았다.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스타트업 큐에라컴퓨팅(QuEra)과 구글 퀀텀 AI 랩이 각각 2차원 전기장 속 ‘끈’(string)을 구현,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별은 우주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 단서다. 그러나 ‘새끼별’이 어떤 비율로 태어나는지, 다시 말해 거대한 가스 구름이 태양 같은 중간질량별·적색왜성·거대 청색별·초저질량 갈색왜성을 각각 얼마나 만들어 내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였다. 이를 과학자들은 ‘초기질량함수(IMF)’라 부른다. 미국·유럽 50여 개 연구기관 합동팀은 2024년 《천체물리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반경 65광년(약 6.1경 km) 안에 존재하는 모든 항성‧준항성 천체를 첫 완전 집계했다고 밝혔다. 가이아(Gaia) 위성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유럽우주국(ESA)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동 운영 중인 태양 탐사선 ‘솔라 오비터(Solar Orbiter)’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태양의 극지 이미지를 확보했다. 태양을 매일 바라보는 지구인이지만, 그동안 우리는 태양 중심부 ‘원판’만 정면으로 관측해 왔을 뿐, 자전축 상단과 하단에 위치한 극지는 거의 옆모습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관측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태양 활동의 핵심 퍼즐로 꼽히는 ‘극지 자기장’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솔라 오비터는 202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유럽우주국(ESA)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동 추진 중인 태양 탐사선 ‘솔라 오비터(Solar Orbiter)’가 지난 3월 태양 남극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지구에서 관측할 수 없었던 태양 극지방을 직접 촬영한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연구진은 이번 관측이 태양 극지역의 자기장 구조와 11년 주기의 태양 활동 변화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태양과 행성들은 모두 ‘황도면’이라 불리는 같은 평면을 따라 공전한다. 지구와 대부분의 관측 위성 역시 이 평면에 놓여 있어 태양을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 우리은하–안드로메다 충돌, 5억 년 후도 장담 못 한다전통적으로 50억 년 뒤로 예측됐던 은하 충돌 시나리오가 수정됐다. ‘가이아’와 ‘허블’ 관측 자료를 10만 회 시뮬레이션한 결과, 100억 년 이내 충돌 확률은 약 50%, 앞으로 4~5억 년 내에는 2%로 내려갔다고 네이처가 보도했다.◇ 태양 질량 20% 붉은 왜성에 ‘토성+α’ 가스행성같은 학술지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질량이 태양의 1/5에 불과한 적색왜성 TOI-6894 주위를 도는 저밀도 가스행성 TOI-6894b를 보고했다. 크기는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표준모형의 최대 난제’로 불렸던 뮤온 자기모먼트(g−2) 편차가 또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페르미연구소(Fermilab) 뮤온 g−2 실험팀은 3일(현지시간) 최종 측정값을 발표하며 “127억분의 1(127 ppb) 정밀도”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자랑했지만, 불과 일주일 전 이론가들이 내놓은 최신 계산이 실험값과 사실상 일치해 버린 탓이다.뮤온은 전자의 200배 무거운 사촌 격 입자로, 외부 자기장 속에서 회전 속도(프리세션)가 미세하게 어긋난다. 이 어긋남 g−2 값은 양자진공에 출몰하는 가상입자에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일본 민간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ispace)가 두 번째 달 착륙에 도전했지만 또다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스페이스의 ‘하쿠토-R 미션2(Resilience)’ 착륙선은 5일 새벽 3시 13분(일본시간) 달 상공 100km 궤도에서 감속 착륙 시퀀스에 돌입했다. 예정대로라면 4시 17분경 냉해의 바다(Mare Frigoris) 중앙부에 연착륙해야 했지만, 고도 192m 지점에서 지상과의 통신이 두절됐다. 관제팀은 즉각 시스템 재부팅을 시도했으나 신호는 돌아오지 않았다. 회사 측은 “레이저 고도계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한 세대 넘도록 ‘핵 사용 금기’는 인류 최후의 안전판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심리·정치학 연구가 보여 주듯, 극한 상황에서 그 금기는 생각보다 쉽게 깨질 수 있다. 스탠퍼드대 스콧 세이건 교수와 다트머스대 벤저민 발렌티노 교수가 2017년 발표한 조사부터가 충격적이었다. 연구진은 미국인들에게 가상의 전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2만 명 미군을 살리기 위해 이란 민간인 10만 명(또는 200만 명)을 핵폭격으로 희생시키겠는가?” 10만 명 사망 조건에서 56%, 200만 명 조건에서도 4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지난 2012년, 미항공우주국(NASA)은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는 보급선 안에 조용히 ‘영안실’을 실었다. 공식 명칭은 ‘인체 유해 봉합‧수송 장치(HRCU)’. 얼핏 보면 냉동 샘플 가방 같지만, 우주에서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시신을 보관·귀환하기 위한 특수 용기다. 홍보 자료도, 보도자료도 없었다. 그러나 이는 “우주에서도 죽음이 불가피하다”는 NASA의 인식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였다.현재까지 자연사한 우주인은 없지만, ISS 장기 체류 임무가 늘고 우주인의 평균 연령이 50세 안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2022년 노벨물리학상은 현대 물리학의 상식을 뒤흔든 실험에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우주는 ‘국소적(real)’이지 않다”는 사실, 즉 입자는 측정되기 전까지 확정된 성질이 없다는 점을 실증한 세 명의 과학자를 수상자로 발표했다. 양자 얽힘이 수백 킬로미터 거리에서도 입자들을 즉각적으로 연결한다는 이 결과는 1935년 아인슈타인이 제기한 ‘EPR 역설’을 정면 돌파하며 양자역학의 기묘함을 현실 세계로 끌어냈다.최근 연구진은 맨눈으로 식별 가능한 진동막·다이아몬드 결함 등을 얽히게 하는 데 성공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인공지능 열풍이 지구를 넘어 우주 탐사까지 뒤흔들면서 외계 지적생명(SETI) 탐색 방식도 대전환을 맞고 있다. 최근 천문·AI 학계에서는 음악·수학 인사말 대신 대형언어모델(LLM) 자체를 전송해 외계 문명과 ‘간접 대화’를 시도하자는 구상이 제기됐다. 구글 ‘트랜스포머’ 구조(2017) 이후 폭발적으로 발전한 LLM은 인터넷 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 언어를 유창히 구사한다. 연구팀은 “라디오·레이저 신호 안에 압축된 LLM을 담아 보내면, 수신한 외계 문명이 모델과 질의응답을 통해 인류 언어·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