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근 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여러분이 강의를 듣거나 들으러 간 적이 있나요? 정보가 너무 빨리 제시되거나 너무나 복잡하고 양이 많아서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적이 있나요? 이런 적이 있다면, 이유는 당신의 작업 기억의 전체 용량을 초과하는 강의 내용 때문이다.

여기서 작업 기억이란 단기 기억이라고도 하는 데, 인지심리학에서 청각이나 시각의 감각기관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단기적으로 기억하며 이를 이해하고 조작하는 인지기능의 가장 중요한 단계를 일컫는 용어이다.

청각의 측면에서 우리의 일상 대화에서 작업 기억은 우리가 언제, 어느 시점에 있는지, 대화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게 해주고, 문제가 생기면 풀 수 있게 해주고, 강의를 듣는 경우에는 그 강의를 평가할 수 있게 해주고 질문할 사항도 만들어 주는 상당히 놀라운 인지 기능이다. 그러나 작업 기억은 시간적으로나 용량적으로 제한이 있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는데, 우리는 감감적(청각적으로나 시각적으로)으로 습득한 정보를 습득하게 되면 일부만 작업 기억에 담아 이용하고 또 그 중에 아주 일부만 장기 기억에 담아 두게 된다.

즉 작업 기억에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의 작업 기억을 빈잔이라고 생각해보면 먼저 물을 채울 수는 있으나, 일단 가득 차면, 물이 넘치고 더 이상의 물은 채울 수가 없이 흘려 버려지게 된다.

우리가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다른데 정신이 팔려 있거나 전화를 받고 있다고 가정해 보면 이때 우리는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반복해서 말을 할 수도 있지만 결국 상대방은 본인의 작업 기억의 잔을 비울 때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게 된다. 즉 우리가 제공하는 메시지는 상대가 작업 기억이라는 인지적인 자원을 우리에게 주어야만 전달이 된다.

작업 기억과 난청

난청의 가장 전형적인 타입인 고주파 난청이 있는 경우, 자음을 잘 듣지 못하게 되어 말소리는 들으나 들은 말을 잘 못 해석하거나 단어를 놓치기가 쉽다. 이런 실수를 본인이 이를 알게 되면 시각적인 힌트나 다른 추가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분주해지고 작업 기억에 부담을 주게 된다. 불완전한 말소리 정보에 대한 이러한 부담이 결국 그 기능의 한계를 넘어서게 된다. 또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생리적으로 작업 기억의 용량이 점점 감소하기 때문에 한계도 점점 더 커져 더 상황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작업 기억과 보청기

난청은 결국 작업 기억에 부담을 주고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이때 보청기는 청력을 향상시켜 작업 기억에 깨끗한 말소리 정보를 제공하여 부담 없이 정보를 처리하게 됨으로 대화의 이해력을 향상시켜 준다.

보청기를 사용한 적이 없는 50대와 60대 양측 난청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작업 기억력, 주의력, 정보 처리 속도 등을 측정하는 인지 테스트를 시행했다.

2주 동안 보청기를 사용한 후에 그 그룹은 다시 테스트를 받았다. 이 연구에서 발견한 것은 그룹 참가자들은 더 큰 작업 기억력과 주의력, 더 빠른 정보처리 속도로 그들의 인지 능력에서 눈에 띄게 향상되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보청기는 작업 기억을 확장시키고 작업 기억에 사용되는 불필요한 정보의 양을 줄였으며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 연구의 의미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데 청각 개선으로 높아진 인지 기능을 통해 보청기 사용자는 실제로 삶의 모든 영역에서 향상된 기능을 관찰할 수 있었다. 즉, 청력 개선을 통한 더 향상된 작업 기억력은 대화를 개선하고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고 학습과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김성근 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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