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리니티여성의원 정난희 원장

[미디어파인 전문칼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5~2017년 기준, 갱년기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수는 1년간 70만명에 육박한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갱년기 여성 인구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게 되는 갱년기. 청소년기 겪게 되는 사춘기처럼 급격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일어나 ‘제2의 사춘기’라고도 부른다. 사춘기를 잘 보내야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갱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사춘기가 되면 여성의 난소에서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된다. 에스트로겐은 유방과 자궁의 성장에 관여하고, 프로게스테론은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시키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50대 전후가 되면 이런 호르몬의 생성은 서서히 감소하고 월경이 중단된다.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감소하는 시기가 바로 폐경기라고도 하는 갱년기다.

갱년기의 원인은 난소에서의 에스트로겐이 만들어지지 않는 현상 즉, 에스트로겐의 결핍에 기인한다. 갱년기가 동반하는 여러 신체적·정신적 증상들은 삶의 질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생리 불순이다. 여성 호르몬이 결핍돼 안면 홍조, 심계항진, 발한을 호소하며, 피로감, 불면증, 우울, 기억력 감퇴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밤에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수면 장애를 겪기도 한다.

대한폐경학회에서 우리나라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9%의 여성이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얼굴이 붉어지고, 식은 땀이 나는 증상이 61%, 44%로 가장 빈번히 나타났고, 이러한 증상을 가진 여성은 80%에서 1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었다고 하였고, 25%에서는 5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었다고 하였다. 한번 발생하면 이와 같이 수년간 지속되는 갱년기 증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갱년기 검진과 함께 전문의의 치료 상담을 받을 것을 추천한다.

갱년기 증상을 방치하면 중년 여성들의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가족, 사회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대표적인 갱년기 치료로는 호르몬치료를 꼽을 수 있다. 홍조와 열감, 식은 땀, 심계 항진과 같은 증상에는 보통 4주 이내에 치료 효과를 보인다. 수면장애, 전신무력감, 피로, 관절통과 같은 증상을 완화하고 질건조증, 성교통, 빈뇨, 배뇨통과 같은 비뇨생식기 위축을 예방한다. 장기적으로 폐경 후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호르몬 요법을 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의 병력이 있거나, 중증의 간질환, 혈전색전증, 비정상적 질출혈을 보이는 경우에서는 금기로 되어있다. 이러한 경우, 호르몬 치료 이외에도 다양한 비호르몬성 갱년기 치료제로 증상 개선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세로토닌 흡수억제제, 천연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제제, 태반추출물 주사제 등이 약제들이 갱년기 치료제로 승인되어 쓰이고 있으므로 너무 늦지 않게 전문의와의 상담이 권고된다.

갱년기에 도움을 되는 영양제, 건강식품, 천연물 추출 약제들도 많이 시판되고 있다. 다만 약물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예컨대 갱년기 천연 영양제인 세인트존스워트를 사용한 히페리시 추출물은 항응고약물이나 강심제, 면역억제제, 항우울제와 상호작용을 일으켜 함께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

무분별한 영양제 복용이나 갱년기 호르몬 치료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반드시 환자 개개인의 건강상태와 갱년기 증상 등을 다각적으로 진단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맞춤 치료가 필요한 만큼 산부인과 전문의를 통한 갱년기 종합검진과 상담을 권한다. (트리니티여성의원 정난희 원장)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