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할당제 유감 [김주혁 칼럼]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l승인2022.03.17l수정2022.03.1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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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김주혁 주필의 성평등 보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인수위원회와 새 정부 내각 출범 과정에서 여성할당제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성차별은 구조적이 아니라 개인적인 문제라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윤 당선인은 지난 13일 “국민을 제대로 모시기 위해 각 분야 최고의 경륜과 실력이 있는 사람을 모셔야지 자리 나눠먹기식으로 하는 것으로는 국민 통합이 안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4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더는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성별 할당제는 불필요한 나눠먹기가 아니라 평등과 사회통합을 위해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조치이고, 성차별은 개인적인 문제도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 남성 교사가 부족하다. 현재 30%에도 못 미친다. 1982년에는 초등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 입학생 중 남학생 비율이 13.6%에 그친 적도 있다. 이듬해인 83년 인천(현 경인)교대를 시작으로 특정 성별이 75%를 초과할 수 없다는 성별 할당제가 실시됐다. 남성에게 혜택을 주는 이 조치로 초등 교사 중 남성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임용고사까지 2중으로 적용하지는 않는다. 이 할당제가 불필요한 나눠먹기일까.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특정 성별이 70%를 넘지 않도록 한 양성평등채용목표제의 혜택은 초기 여성들에게 많이 갔으나 지금은 남성들이 다소 더 누린다.

물론 아직까지는 성별 할당제의 혜택이 여성들에게 더 돌아가는 분야가 더 많다. 그만큼 구조적인 성차별이 많았다는 반증이다. 집에서 밥 하고 아이나 키울 것이지 직장에는 뭐 하러 나오냐며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역할이나 부서 배치 또는 승진에서 배제되는 등 성역할 고정관념이 팽배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50대 이상 여성 상당수가 처했던 근무 환경이다. 고위직에 여성이 적은 이유가 능력 때문일까. 지금은 일정 부분 달라졌지만 아직도 맞벌이 가정에서조차 가사 및 육아 부담은 여성에게 집중된다. 결혼 출산을 이유로 한 불이익을 금지하는 법이 있어서 공무원이나 대기업은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직장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서는 아직도 결혼 임신 출산을 하면 그만둬야 하는 관행이 남아있는 곳이 적지 않다. 원하면 직장을 계속 다닐 수는 있어도 일생활 균형이 어려워서 그만둬야 하는 사람도 남성보다 여성이 많다. 금융기관과 공기업 등의 채용 성차별이  적발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21년 1분기 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법인 2246개 중 여성임원 비율은 5.2%밖에 안 된다. 자산 2조 이상 기업 152개 중 67개는 여성 등기임원이 1명도 없다. 일반 직장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조차 여성은 19%에 불과하다. 이것이 과연 개인적인 문제일까.

 

야구단 중 왼손잡이 선수를 받아들이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 중 어느 쪽이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을까. 다양성을 갖춘 팀이 당연히 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왼손잡이 중에도 우수한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평등과 통합뿐 아니라 효율성 측면에서도 성별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여성 임원을 최소 1명 이상 선임해야 한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변화가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기업 임원 30~40% 성별 할당제를 실시하는 선진국들과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의미있는 변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4일 국회의원 공천할당제를 지역구 의석에도 의무화하고, 공천 시 특정 성별이 전체 후보의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라고 국회에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자가 16일 가지려던 오찬 회동이 불과 4시간 전에 연기된 이유를 놓고 추측이 무성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이나 공기업 임원 등 임명권 때문이라고 한다. 간단한 일을 어렵게 만드니 안타까운 일이다. 사면은 현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당선인이 건의할 수는 있으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 공기업 임원 등 임명권도 5년마다 알박기 시비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여야 간에 합의해 법을 개정하거나 합의서를 작성하는 등 문서화하면 된다. 임기 종료 때까지는 현직에게 맡기든지, 대통령 선거 이후나 선거가 있는 해에는 당선인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든지, 적용 대상을 한국은행 총재로 할지, 기관장으로 할지, 공기업 임원까지로 할지 정하면 된다.

정치가 국민들에게 짜증보다는 희망을 안겨주기를 소망한다.

▲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국장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myhappyhome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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