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마의 세이보리 로그(Savory Log)] 필자의 첫 칼럼에서 햄버거의 산지 재료가 주는 특별한 경험에 대해 글을 썼었다. 그 논지를 그대로 이어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햄버거의 위력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한다. 필자가 제품 개발 업무를 하면서 느꼈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자, 햄버거의 맛과 수준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한다. 한 예로 햄버거 재료 중 먹었을 때 가장 실망감을 느끼는 재료는 무엇일까?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바로 양상추라고 생각한다. 광고나 메뉴에 있는 사진을 보았을 때 신선함의 대명사로 보이지만, 제품 구매 시 힘 없이 축 늘어졌거나 내가 과연 양상추를 먹은 것일까 하는 생각에 사로 잡힌 경우가 종종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만큼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관리하여 메뉴에 적용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프랜차이즈의 시스템을 갖춘 브랜드 중 햄버거의 최고봉은 바로 인앤아웃버거라고 생각한다. 첫번째 이유는 바로 재료의 신선함이다. 두번째는 제품 디자인, 마지막 세번째 이유는 선택과 집중이다. 이 세가지 이유는 내가 인앤아웃 버거를 보았을 때 가장 놀랐고, 부러웠던 부분이다. 이번에는 이 세 가지 이유에 하나씩 풀어보고자 한다.

1. 따라오기 힘든 재료의 신선함

캘리포니아는 하늘의 축복을 받은 곳이라 이야기할 정도로 농작물을 키우기 좋은 곳이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주요 농산물에 토마토와 양상추가 있다. 캘리포니아산 양상추는 미국 전체 생산량의 73%(1)를 책임지고 있고, 토마토 또한 미국 내 2위 정도의 생산량(2)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농업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고, 아삭아삭하고 부피감있는 양질의 재료를 구할 수 있는 지역이다. 국내에서 먹는 일반적으로 먹을 수 있는 양상추와는 다소 비교가 힘들다고 표현하고 싶다.

그렇지만 이러한 양상추와 토마토가 인앤아웃의 햄버거에는 아랫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 차이에 대해서는 두 번째 이유에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대신 가장 눈에 띄는 재료는 바로 소고기 패티일 것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 소고기 패티야말로 인앤아웃버거의 자존심이자 경쟁력일 것이다. 인앤아웃버거의 홈페이지의 제품 품질에 대한 설명(3)에서도 먼저 설명이 나오는 이 소고기 패티는 신선하고, 100% 순쇠고기, 무첨가제라는 점을 설명한다. 2008년경에 냉동 소고기 패티에서 나오는 대장균으로 인해 미국에서도 한때 큰 이슈가 되었고, 이후 대부분의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소고기 패티는 너무 바싹 구우면서 육즙과 맛이 떨어져나간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반면 인앤아웃은 오히려 매출이 늘고, 손님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품질에 대해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품질의 패티는 주문과 동시에 조리되며, 한 입 배어물었을 때 느끼하지 않은 육즙과 함께 아삭거리는 겉과 부드러운 속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앤아웃은 냉동실은 없지만, 냉장고는 있다. 보통 우리는 감자튀김을 먹을 때 의례적으로 냉동감자를 생각한다. 그건은 여타 유명 햄버거 브랜드에서 수제 햄버거집까지 공통적으로 기대하지 않는 부분일 것이다. 감자튀김의 맛을 두고 튀김기의 기름 온도를 가지고 평가할 뿐이다. 그러나 인앤아웃은 매장 내에서 전용 기계로 감자를 잘라 감자튀김을 만든다. 바삭한 맛은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감자에서 나오는 수분을 씹으면 바로 느낄 수 있고, 겉은 바삭한 느낌을 전달 받는다.

햄버거를 대표하는 재료인 야채, 소고기 패티와 나아가 감자까지 인앤아웃은 매우 높은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고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햄버거라는 점에 이의를 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Cheese Burger of IN-N-OUT BURGER in San Francisco>

2. 햄버거에도 디자인이 숨어 있다.

인앤아웃의 햄버거의 패티는 위에 있다. 필자도 햄버거를 테스트하면서 여러가지 형태의 햄버거 빌드를 만들어보았다. 패티를 위, 가운데, 아래에 배치해보고 양상추, 양파 등의 야채 또한 여러 위치로 테스트 해본 경험이 있다. 햄버거를 먹을 때 보통 아래턱을 고정하고, 윗턱으로 분쇄활동을 하기 때문에 햄버거 재료 중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먼저 느껴진다. 그래서 야채가 위에 있으면 야채를 먼저 느끼고, 패티가 위에 있으면 패티가 먼저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 인앤아웃버거의 패티는 상단 번 위에 위치하고 있어 먹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면서  육즙과 바삭함을 즐길 수 있다. 반면 양상추와 토마토가 밑에 있어 깔끔한 뒷맛을 제공한다. 이러한 재료의 위치 또한 많은 실험과 테스트를 통해 나온 결과였을 거라 생각한다.

스티브잡스가 핸드폰은 한 손에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고인이 되기 전까지 3.5인치를 고집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있는 것처럼 필자의 햄버거 지론 중 하나는 한 입에 들어가야한다는 것이다. 너무 높이 쌓여있는 햄버거는 보기에는 좋지만, 먹기는 불편하다. 많은 수제 햄버거집에서 칼과 포크를 제공한다는 점은 필자에게는 음식을 즐기기에 불편한 부분 중 하나였다. 인앤아웃의 버거는 베어물때 불편하지 않게 한 입으로 모든 재료를 느낄 수 있다. 한 입 속에 훌륭한 재료들이 살아서 춤추는 즐거움 또한 인앤아웃을 사랑하는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3. 선택과 집중

직장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일 것이라 필자는 확신하는 단어 ‘선택과 집중’ 만큼 인앤아웃버거를 잘 표현하는 법도 없을 것이다. 여전히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3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4) 이유는 간단한다. 당일 안에 본사에서 점포를 방문하여 품질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고, 재료가 당일배송이 가능한 위치에만 매장을 오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콤한 유혹도 많을 것이지만, 품질 최우선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결정일 것이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IN-N-OUT BURGER in San Francisco>

필자는 약 7년 정도 리서치 담당도 해왔다. 브랜드부터 제품의 컨셉, 맛 테스트까지 여러 분야의 리서치를 진행해오면서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니즈 중 제품의 다양화는 항상 존재해왔다. 그만큼 만족시키기도 어려운 영역이다. 그래서인지 인앤아웃의 3가지 햄버거 메뉴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의 여러 맛집도 한 가지 메뉴에 집중하여 최고의 자리에 오른 맛집이 있지만, 프랜차이즈로서 이러한 성과를 이룬 곳은 없기 때문이다. 인앤아웃의 햄버거 더블더블, 치즈버거, 햄버거는 그 자체만으로도 맛있을 뿐더러, 소위 시크릿 메뉴라고 하는 추가 토핑과 메뉴 또한 고객의 만족감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세가지 햄버거는 인앤아웃버거의 핵심이자, 확장성을 제공하는 토대이기도 한다.

 4. 마치며

인앤아웃버거는 식음료쪽의 예비 창업자, 제품 개발자, 브랜드 매니저 등에게 귀감이 될만한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는 브랜드이다. 품질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 매장에서 최고의 맛을 구현할 수 있는 제품 메뉴얼과 품질 관리 방식, 광고 없이도 문전성시를 이룰 수 있는 브랜드 운영부터 불황을 모르고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공부할 수 있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점 또한 한두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현재 저성장기에 들어서면서 고객도 가치있는 소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예전처럼 맹목적인 고가 제품, 명품 브랜딩을 선호하던 고객 집단은 변하고 있고, 라이프 스타일과 취미 활동에서 이어지는 소비 형태로 넘어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서 식음료 쪽도 빠른 시간 내에 취식을 해결할 수 있는 Ready to Eat과 Gourmet 두 가지 형태로 양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소비형태의 변화가 대한민국 국민의 취식형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진진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Foodnote]
1. Lettuce Production in California in FREP
2. Department of Horticulture and Landscape Architecture in Duke University
3. http://www.in-n-out.com/menu/food-quality.aspx
4. 샌안토니오, 오스틴, 달라스 등의 지역에서도 운영 중이다.

[마케터 윤현탁]
버거킹 마케팅팀 프로덕트 매니저 / 브랜드 매니저
한솥 마케팅팀 커뮤니케이션 파트 과장
현) 하인즈 마케팅팀 매니저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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