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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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청춘칼럼] 자동차 밑면에는 바퀴가 하나씩 달려 있었다. 바로 스페어타이어다.  모든 차들이 스페어타이어를 하나씩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느 위치에 달려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차에 대해 관심이 없기도 했고 스페어타이어의 위치를 직접 눈으로 볼 기회가 적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감쪽같이 매달려 있는 스페어타이어를 보면서 참 유용하다는 생각을 했다. 

스페어타이어는 필요하지 않으면 절대 꺼내지지 않는다. 굳이 고개를 숙여 밑면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존재 자체를 의식하지도 못 한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스페어타이어는 엄청나게 유용하고 적합한 처방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4개의 바퀴로 열심히 길을 달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한 쪽 바퀴에 바람이 빠진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돌아왔던 길을 무심하게 짚어보게 되고, 왜 험난했는지 하나하나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친구의 엄마가 임신하는 일이 있었다. 내 친구는 외동이었다. 그 때문에 항상 형제,자매에 대한 갈증이 언제나 있었고 그 때문에 엄마의 임신 사실을 굉장히 반가워했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이제 낳아서 언제 키우려고 그래.”라는 말은 여러 버전으로 바뀌어 친구의 엄마에게 날아갔다. 부정적인 반응들이 대부분이었고 안타까워하는 눈빛들이 반이었다.

하지만 친구의 엄마는 임신 사실에 무척 행복해했다. 외동이었던 딸에 대한 미안함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더 들여다보자면 무미건조한 삶과 집에 엄청난 에너지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가 본심이었다. 전업주부였던 친구의 엄마는 20년 가까이 집 안에서 살림을 하며 자신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자신이 아직 생물학적으로 여자라는 사실을 완벽히 증명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반가웠던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오랫동안 품어두었던 스페어타이어를 꺼내, 낡고 찢어진 바퀴를 떼어내게 된다. 그 엄마가 새로운 아기의 탄생을 반겼던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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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어타이어를 꺼낸다는 것은 자신이 이제 더 이상 자신의 힘만으로는 이 거대한 길을 걸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게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요즘 나오는 신차에는 스페어타이어가 없다고 한다. 대신에 타이어 펑크 수리 키트가 들어 있다고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중년 여성의 임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의 삶에도 펑크는 나고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누가 그녀의 스페어타이어를 조롱하거나 안타까워 할 수 있을까.

지금은 나를 위하여 앞으로 걸어가고 있지만 언젠가 나에게도 스페어타이어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분명 다르고 색다른 시도일 것이다. 나는 이 세상의 스페어타이어가 어떤 식으로 변하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갖게 될 인생의 펑크를 어떤 식으로 메우는지 관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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