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아스튜디오 제공.
크레아스튜디오 제공.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결국 황영웅과 MBN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 제작진은 3일 기권으로 결론을 내렸다. 오는 7일 최종 결승전과 향후 서울을 시작으로 한 전국 투어에서 황영웅의 모습은 볼 수 없다. 과연 황영웅과 제작진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하고 그렇게 고집을 부렸던 것일까?

피해자들이 SNS에 피해 내용을 알리고, 학창 시절 황영웅의 비행 등을 폭로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제2의 임영웅'의 탄생을 예고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주목 받으며 스타덤에 올랐기 때문이다. 향후 그는 탄탄대로를 달리며 부와 명예를 양손에 거머쥘 것이 유력했다

하지만 최근 상해 전과, 학창 시절의 폭력 행위, 문신 등에 대한 논란에 이어 사생활 문제까지 폭로가 거듭되며 황영웅과 제작진을 흔들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양측에 기권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했지만 제작진도, 황영웅도 귀를 막고, 눈을 감은 듯 '나 몰라라.'로 일관했다.

그야말로 쇠심줄 같은 뚝심이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심지어 지난달 28일의 1차 결승전 예고편에서는 환하게 미소 짓는 황영웅을 내보냈다. 물론 그동안 황영웅도, 제작사 크레아스튜디오의 서혜진 대표도 고민과 갈등이 컸을 터이지만 겉으로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뚝심만 돋보였다.

그동안 서 대표는, 아니 MBN 고위층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자세가 옳은지 잘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던 듯하다. 아니면 개국 이래 놀라운 시청률에 취해 균형 감각을 상실했을 수도 있다.

굳이 '미스 트롯 2'의 진달래의 전례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MBN은 누구의 것인가? 경제적으로 보았을 때는 주주들의 것이다. 절대 현 경영진의 소유물이 아니다. 임직원들은 정년을 맞거나, 잘못을 저지르거나, 전업 혹은 이직으로 결국 떠나고 말 것이다.

유물론적으로는 주주의 소유이고, 관념론적으로는 시청자, 즉 국민의 것인 종합편성채널이다. 유튜브도, 구글도 아니다. 지상파 방송사에 준하는 '국민 방송' 수준의 공적 언론사에 가깝다.

물론 자본주의의 틀 안에 있으니 당장 먹고사는 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종편이라는 정체성에 관한,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야 마땅하다. 회사가 어려워 임직원의 급여가 깎이거나 심지어 인원 감축이 있을지언정 종편의 가치를 깎아 내리는 일이 발생하면 곤란하다.

영화 '베테랑'의 서도철(황정민) 형사의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체면)가 없냐?"라는 외침처럼 '얼굴'은 지켜야 존재의 이유가 명쾌해진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황영웅의 사과문을 보자. "본인의 부족함과 잘못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깊이 사죄드립니다. (중략) 20대 중반 이후 수년 간 공장에서 근무하며 성실한 삶을 배워 왔습니다. (중략) 노래가 간절히 하고 싶었고, 과거를 반성하고 보다 나은 사람으로 변화하며 살아갈 기회를 주십시요.”

내용인즉 '잘못을 인정하고, 충분히 반성하며, 피해자에게 사죄한다. 그러니 노래하게 해 달라. 난 노래가 전부이다.'라는 뜻이다. 과연 그럴까?

그는 올해 안에 만 29살이 된다. 만약 여러 가지 논란을 야기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임영웅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유명 가수는 된다. 행사 출연료로 한 회당 1000만 원 이상 챙기는 것은 문제도 아니고, 기획력에 따라 음원 수입도 꽤 챙길 수 있다.

'미스터 트롯'이나 '미스 트롯'으로 유명해진 가수들의 활약을 보면 논란만 아니었다면 그가 향후 얼마나 돈을 많이 벌고, 어떠한 명예를 누릴 수 있었는지 예측이 어렵지 않다. 데뷔 전 그는 자동차 하청업체의 생산직 직원이었다고 하니 스펙이 그리 화려하지는 않은 듯하다.

29살의 평범한 고교 졸업자, 혹은 전문대학 졸업자라면 기껏해야 연봉 2~3000만 원일 터인데 황영웅은 최소한 억대 연봉은 보장 받은 상황이다. 물론 논란만 아니었다면. 그가 악착 같이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으려 몸부림쳤던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그가 노래를 안 부르면 죽나? 만약 그렇다면 가수를 희망했으나 데뷔도 하지 못한 채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가수로 데뷔했으나 인기를 얻지 못해 메인 스트림의 변방을 떠도는 수많은 무명 가수들, 그들은 좌절감에 숨 막혀 죽었거나 얼마 안 가 죽어야 할 것이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모든 젊은이들이 죄다 유명 연예인이 되어서 젊은 나이에 부와 명예를 손에 쥐어야 비로소 살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가 많은 사람들로부터의 대접을 누리고 있는 동안 최저 임금에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젊은 직장인들, 아르바이트생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살 이유가 없는 것일까? 살 수도 없는 것일까?

'과거를 반성한다.'면 진작에 스스로 프로그램에서 이탈했어야 가장 반성하는 모습일 것이고, '보다 나은 사람으로 변화하겠다.'라면 더욱더 기권하는 모습을 보여 줬어야 가장 큰 변화이다. 사과에는 진정성이 담기거나 최소한 그렇게 보여야 한다.

그럼에도 논란 혹은 시시비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 대표 등 제작진은 경찰 수사를 거쳐야 한다. 애초에 불씨부터 잡았다면 이런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MBN 고위층, 서 대표, 황영웅은 이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할 만큼 판단 능력이 부족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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