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과 황영웅에 이어 배우 김영웅(52)이 주목 받고 있다. 그는 4일 SNS에 유아인을 겨냥한 장문의 글을 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 그는 유아인이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말의 바보'에 출연하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배우이다. 그는 글을 통해 자신의 캐스팅의 기쁨부터 다른 배우들, 스태프, 제작사 등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우려했다.

또한 그는 유아인의 행동을 겨냥한 듯 '그의 잘못된 행동이 사실이라면 지탄의 대상임이 확실합니다. 두둔하거나 옹호할 생각도 더군다나 없고요.'라고 썼다. 또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미약한 배우로서 어떤 모습으로 걸어갈지 고민, 고민해 봅니다.'라고도 썼다. '갑'인 주연 배우가 아닌, '을' 혹은 '병'의 위치의 무명 배우에 가깝다는 의미이다.

유아인이 주연을 맡았거나 맡을 작품은 '종말의 바보'를 비롯해 영화 '하이파이브', 넷플릭스 영화 '승부' 등이다. 그 작품 관계자들에게는 초비상이 걸린 셈이다. 지금까지 찍은 분량이 있다면 모두 폐기해야 할 뿐더러 유아인 자리를 새로 캐스팅해야 한다. 만약 김영웅 자리를 새로 뽑는다면 상대적으로 쉽겠지만 주연 배우를 갑자기 바꾼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유아인 대타'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데 자존심 강한 주연 배우들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지도 미지수이다. 더군다나 50대도 아니고 한참 민감할 30대 중반의 주연 배우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김영웅이 지적한 대로 한 작품에 관련된 모든 배우진과 제작진, 그리고 투자진의 꿈과 노력과 애정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백척간두에 선 셈이다.

사태가 이렇게 파국 혹은 오리무중으로 치닫는 데에도 유아인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평소 거침없이 '소신 발언'을 쏟아 내는 '소셜테이너'로 유명했다.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부와 인기를 좇는 '연예인병'에 중독되어 헤어나지 못하는 것과 달리 그는 진정으로 예술을 사랑하고, 팬들을 존중하는 듯 자신의 지명도를 이기적으로만 사용하지 않고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는 데에 쏟아부었다.

그뿐인가? 2014년에는 스튜디오 콘크리트라는 아티스트 그룹을 결성하고, 브랜드 잡지 톰 페이퍼의 편집장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예술과 대중과의 거리를 좁혀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과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아티스트들과 협업했던 것이다. 또 시와 수필도 썼으며, 패셔니스트로 유명한 그답게 패션 디자인 협업에도 참여했다.

또 아름다운 재단에 뉴키즈유아인기금을 조성하는 등 기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왔다. 그에게서는 반항아 제임스 딘의 거친 향기로움이 풍겼으며, 아웃사이더 알랭 들롱의 누아르가 느껴졌다. 서울미술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고등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를 거쳐, 단국대학교 연극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역시 중퇴한 뒤 건국대학교 영상영화학과를 졸업했다.

영화 '베테랑' 스틸.
영화 '베테랑' 스틸.

자신의 삶을 사는 데에, 그러기 위해 행동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던 것이다.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 망설임이나 고민 없이 행동에 나섰다. 기존의 케케묵은 관습에 과감하게 저항한 것이다. 더불어 정치, 사회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이슈가 있으면 국민의, 서민의 편에 서서 당당하게 주장을 펼쳤다. 그야말로 '딴따라'가 아닌, 아티스트의 풍미가 물씬 풍겼다.

그와 함께 작업한 감독과 배우를 비롯해 거의 모든 스태프가 그의 예술가적 자세와 한 인간으로서의 인성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했다. 게다가 그는 또래 배우들 중에서 연기 실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벌써부터 아티스트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마약 관련 정황이 드러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약 빤' 연기가 진짜였다.

확실하게 불리해진 현 상황에서는 철저하게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드러난 혐의에 따르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는 그냥 상습 범죄자나 잡범이 아닌, 정상급 스타이다. 게다가 직관적인 인식 능력으로 직설적인 직언을 쏟아 내 온 '소셜테이너'에 가깝다. 그렇다면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쓴소리를 뱉을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프리드리히 니체는 저서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에서 '격렬하게 언쟁하는 두 진영 중 어느 편에게나 가장 불쾌한 보복은 발끈 성내고 이내 침묵하는 행위이다. 왜나하면 공격자는 침묵을 경멸의 표시로 간주하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유아인은 자신에게 유리했을 때에는 거침없이 쓴소리들을 쏟아 냈다. 그러고는 현재는 침묵이다. 경멸의 표시인가, 불리함에 대한 대응인가?

니체는 또 '우리는 오직 도저히 침묵할 수 없을 때에만 말해야 한다.'라고 썼다. 세월이 조금 흐른 후 비트겐슈타인은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유아인이 굉장히 말이 많았던 시절에는 도저히 침묵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말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침묵하는 것인가?

달변과 침묵은 각자의 장단점이 극명하다. 다만 시기가 문제일 따름. 그런데 지금은 달변이 필요할 때도, 침묵이 모범 답안인 때도 아닌 듯하다. 하루라도 빨리 입을 열고, 명확한 태도와 입장을 표명하는 게 자신의 정신 건강에도 유리할 듯하다. 이제 팬들까지 그에게 '입을 열어라.'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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