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포스터.

[미디어파인=김나경의 영화 후(後) #5] 영화 '슬픔은 그대 가슴에'(더글라스 서크 감독, 1999)는 아름다운 여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이 돋보인 영화이다. 각기 다른 모양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흑인에 대한 차별을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해야 되는 이유도 담았다. 그리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우리의 모습도 돌아볼 수 있었다.

해변으로 놀러 간 미망인 로라와 그녀의 딸 수지는 그곳에서 흑인 미망인 애니와 그녀의 딸 사라를 만난다. 로라는 조건 없이 자신의 가정부가 되겠다는 애니 모녀와 함께 살게 된다.

로라는 해변에서 만난 사진작가 스티브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무대에 설 기회를 잡은 로라는 스티브보다 자신의 길을 선택한다. 10년이 지나 둘은 다시 만나 사랑을 하지만 수지가 스티브를 사랑하게 된다.

사라는 자신이 혼혈아인 것에 늘 수치심을 느낀다. 결국 가출한 사라는 댄서가 된다. 애니는 사라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지만 결국 사라가 원하는 대로 살게 한다. 영화는 애니의 죽음으로 결말을 맺는다.

애니가 가장 인상 깊었다. 애니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인물이다. 심지어 10년 전 우유 배달부까지도 챙긴다. 그녀는 자신이 흑인이라는 것에 그 어떤 수치심도 없었다. 오히려 그것을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비록 갈 데가 없어 로라의 집에 머물지만 정성껏 로라를 보필했고 진심으로 로라를 생각했다. 물론 로라도 그걸 잘 안다. 수지도 제 딸처럼 보살폈다. 사라와 수지가 싸우면 오히려 사라를 혼내며 수지를 챙겼다. 수지의 진짜 속마음을 아는 유일한 인물이 애니이다.

스틸.
스틸.

사라에 대한 사랑과 희생은 말할 필요도 없다. 로라와 수지, 스티브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왜 애니의 죽음으로 이 영화가 결말을 맺는 걸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본다.

첫 번째, 사라를 통해 영화 내내 나는 흑인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애니와 사라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없다. 사라가 사귄 남자 친구를 빼곤 말이다. 하지만 사라는 다른 사람에게 차별 받기보다는 자신 스스로가 흑인이라는 열등감으로 스스로를 차별했다.

필자는 현재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돌봐 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다문화 아이들을 보면서 사라처럼 자신 스스로를 차별하고 있는 아이들은 없는지, 우리도 필리핀, 베트남 여성들을 보면 이질감은 느끼지는 않는지를 생각한다.

물론 스스로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에도 분명히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들이 잘 적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차별을 생각해 봤다.

두 번째는 희생이다. 로라와 애니를 비교해 보면 로라는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렸다. 스티브와 몇 번의 이별도 있었는가 하면 수지와 함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애니는 자신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 희생한다. 애니가 죽고 난 뒤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애니의 희생적인 사랑을 깨닫고 기억한다. 사랑은 희생을 필요로 한다. 사랑과 희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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