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이하 픽사베이.
출처=이하 픽사베이.

앞서 크라센 박사의 말처럼 다독으로 다독의 장점을 모든 아이들이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 역시 그것만을 믿고 몇 년간을 다독에만 매달려 온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다독만 한다고 좋은 경우는 소수의 다독형 아이들이었고 정독과 문법 그리고 학습적인 내용들이 따랐을 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 책 잘 읽기의 조건 중에 다독의 효능을 제일 먼저 꼽은 이유는 다독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 이상의 보이지 않는 절대 효과 때문이다.

처음 영어 책 읽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많은 양의 책을 읽게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조건이 있다. 한글 책을 충분히 읽었을 것, 또 하나는 아이의 리딩 레벨보다 한두 단계의 아래의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의 책을 더 많이, 더 충분히 읽은 후에 다음 단계 책을 읽을 것을 전제로 한다.

언제까지 얼마큼 읽어 채워야 하는가는 아이가 들어올 때 자신의 리딩 레벨이라고 여겼던 책을 소리 내어 줄줄 읽을 수 있거나 그 책의 내용을 영어로 혹은 모국어로 자세하게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이 되었을 때이다. 아이들은 전혀 상관이 없고, 오히려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것에 대해 만족하지만 엄마들은 그때까지 참는 것을 매우 어려워한다.

아이들에 따라 시간과 양에 차이는 있지만 그 정도 채우면 아래와 같은 장점들이 생겨난다.

1. 전체 스토리를 파악하는 속도와 이해력이 높아진다. 다독하는 아이들의 장점은 뇌의 작용에 의해 글을 처리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해력 또한 높아져서 전체 스토리를 이미지화하여 더 깊이 책의 스토리에 빠지게 되니 점점 더 책이 재미있어진다.

2. 단어와 문맥의 유추 능력; 유추 능력은 쉽게 말하면 한글 책을 읽으면서 터득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이해하면 쉽다. 우리가 어렸을 때 한글 책 읽으면서 그곳에 나오는 모든 뜻을 이해하고 읽었을까? 그냥 몰라도 앞뒤 내용 보면서 대강 읽어도 어떤 내용인지 들어오니 재미있게 읽었을 뿐이다. 그러면서 몇 번 더 읽으면 다른 책이나 매체에서 보면 보다 명확히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 꼭 사전을 찾지 않아도 유추가 가능해진다. 영어 책 읽기도 같은 원리이다. 게다가 쉬운 단계의 아이들 책에는 글보다 그림이 많으니 더욱 단어의 의미가 짐작이 쉬울 것이다.

조금 유식하게 설명하면 단어가 여러 형태의 문장 속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유추 능력이 생긴다. 그러기에 다독을 많이 한 친구들의 단어 암기 능력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우수하게 나타난다. 스펠링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단어가 문장 안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많이 보았기 때문에 뜻과 형태가 낯설지 않게 되는 것이다.

3. 문자와 소리를 조합하는 능력; 귀로는 음원을 들으면서 책의 글귀를 눈으로 따라가며 읽으니 유추 능력도 생기고, 그 단어가 어떤 소리로 읽어야 하는지도 깨우치게 된다. 파닉스를 하지 않아도 책을 줄줄 읽어 내는 아이들이 생기는 것은 바로 글을 따라 음원을 듣기를 병행하기 때문이다. 파닉스를 따로 하지 않아도 들리는 대로 읽을 수 있으니 이게 바로 일거양득이다.

4. 집중력과 지구력; 다독으로 효과를 보려면 처음에는 10분~20분 정도로 감질나게 책을 읽게 하다가 조금씩 아이에게 맞게 1시간 이상 시간을 늘리다 보면 어느새 엄마에게 아이가 다른 공부는 하지 않고 영어 책만 읽는다는 기분 좋은 컴플레인을 받게 된다. 영어책의 내용이 재미있어서 말릴 때까지 읽게 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거의 매일 꾸준히 CD의 음원에 맞춰 영어 책을 읽으니 집중력과 지구력은 덤으로 생긴다. 책 읽는 아이들이 다른 공부도 잘한다는 것이 거짓이 아닌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5. 유창성; 정확한 발음으로 적절한 표현력을 가지고 리듬, 운율, 억양에 맞춰 의미 단위로 끊어 읽는 것을 말한다. 눈으로만 묵독으로 읽게 되면 생기기 어려운 장점들인데 많이 듣고, 때로는 한 시리즈만을 수십 번 반복해서 듣고 읽게 되니 자연적으로 유창성이 생겨나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유창성을 더 개발해야 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정독에서 더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다.

이상으로 아이의 유형별로 영어 독서 방향과 다독의 효과에 대해 알아보았다. 10여 년 전 영어책 다독의 장점을 제대로 정확히 알았더라면 지금 우리 아이에게 더 큰 선물이 되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난 10여 년 전의 나처럼 아이에 대해 잘 모르고 억지로 책 읽기를 진행하는 겁 없는 엄마들에게 영어 책 읽기 방법 중의 하나인 다독의 매력적인 효과에 대해 전달하여 나 같이 실수하고 후회하는 엄마와 선생님들이 다시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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