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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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모의 무비&철학] 사자의 사냥 성공 확률이 15%밖에 안 된다고 한다. 초원 위의 제왕으로서 머쓱한 결과이다. 사자도 그럴진대 사람은 오죽할까.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런데 그 잘못이 한두 번이 아니고, 한두 가지도 아니라면 실수가 아니라 상습적 범죄이다. 그 사람의 품격과 성품 자체가 그런 것이다. 가수 남태현(28)이 그런 의심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는 면모를 또 보였다.

경찰은 지난 8일 남태현이 이날 오전 3시 2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골목길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문을 열다가 지나가던 택시의 우측 사이드미러를 친 후 음주 운전을 한 혐의로 입건되었다고 알렸다. 사고 후 남태현은 택시 기사와 30만 원에 합의를 봤지만 이후 약 20m 정도 운전해 경찰에 적발된 것.

경찰이 현장에서 음주 측정을 한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14%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그가 많이 취해 있었기에 경찰은 신원 파악만 한 후 귀가 조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연 그는 차량 문을 왜 열었을까? 음주 상태에서 거기까지 운전했고, 주차 후 차량 밖으로 나오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사고 후 그는 왜 또 운전했을까?

물론 그런 것을 궁금해할 필요도 없다. 그냥 그는 죄를 지었을 따름이다. 유명 연예인의 음주 운전 논란은 잊을 새도 없이 계속되고 있다. 불과 하루 전 김새론이 지난해의 음주 운전으로 재판을 받았다는 뉴스가 각 매체와 인터넷을 도배하다시피 했는데 남태현은 그런 데 무감각한 것일까, 도덕적인 문제가 있는 것일까?

도덕이란 단어까지 들먹여 가는 이유는 그를 둘러싼 잡음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2014년 보이 그룹 위너로 데뷔했지만 2년 만인 2016년 팀에서 탈퇴했다. 이유는 그의 심리적 건강이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의 심리 상태가 비정상적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당시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었다는 게 각종 추측을 야기했다.

그가 위너 멤버들의 공동 숙소에 연인을 데리고 왔다는 게 진짜 이유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즉 사생활이 문란해 소속사와 팀이 그를 퇴출시킨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그는 서로 잘 합의해 탈퇴했다고 주장했으나 일단 구설은 시작되었다. 2019년 불거진 사생활 논란으로 인해 그의 주장은 해명보다는 변명으로 비쳤다.

그는 2019년 tvN '작업실'에서 만난 가수 장재인과 연인 관계가 되었다. 그런데 열애 인정 2개월 만에 장재인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너에 대한 모든 소문들은 진짜였다."라며 남태현이 바람을 피웠다고 주장하며 그의 인성 논란이 재점화되었다. 일단 그가 사과하며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약 1년 만에 그가 "'양다리'가 아니었다."라고 주장하면서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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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인은 "주변 모든 사람들이 남태현과 엮이지 말라고 했는데. 저런 비열한 거짓말까지 참아야 하나."라며 분노를 쏟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채널A '하트시그널3'에 출연한 여성 서민재가 자신의 SNS에 남태현과 함께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며 "남태현이 필로폰을 투약했다. 내 방인가 회사 캐비닛에 사용한 주사기가 있다. 그리고 그가 나를 때렸다."라고 썼다.

이에 그해 8월 경찰은 두 사람을 입건했지만 후속 소식은 없고, 서민재는 자신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마약 투약 의혹은 아직 경찰의 공식 발표가 없는 데다 서민재가 주장을 뒤집었으므로 그냥 '의심'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래 연예인 중 유독 구설수가 많은 데에는 이유가 없지 않다고 보기 어렵지 않다.

그는 공연장에서 흡연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간접 흡연의 폐해야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이 요즘 웬만큼 기초적인 지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공감한다. 그런데 그는 관객 대부분이 청소년 등 젊은층인 공연장이라는 실내에서 담배를 피웠다. 그게 팬들을 대하는 유명 가수의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있을까? 혹은 '그럴 수 있다.'라는 관용이 허용될 만한 행동일까?

일반인이든, 연예인이든 흔히 하는 '연예인병'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유명한 연예인이기에 발현할 수 있는 비뚤어진 우월 의식을 말한다. '자신이나 자신과 관련 있는 것을 스스로 자랑하여 뽐내는 마음.(표준국어대사전)'인 자만심보다 더 심한 질병이다.

즉 연예인병은 '자신 스스로를 가치를 갖춘 존재로 여기고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는 감정. 자신을 사랑하는 감정.'(나무위키)인 자아 존중감(자존감)이나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표준국어대사전)인 자존심과는 결이나 격이 사뭇 다른, 고약한 증상이다.

모든 동물들에게는 호승 심리가 있다. 다른 종과의 생존경쟁 때문이기도 하고, 동종 간에도 짝짓기와 먹이 때문에 경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류 역시 그런 본능이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스포츠도 만들었다. 당연히 그 기저에는 자존심과 자아 존중감이 깔려 있기 마련이고, 더 나아가 승리를 쟁취했을 때의 자만심도 표출될 수 있다.

하지만 우두머리 경쟁에서 젊은 사자에게 패배한 기존의 선왕은 미련 없이 무리를 떠나 쓸쓸하게 죽음을 맞는 겸손을 보인다. 새 왕 역시 언젠가는 자신도 그렇게 폐위될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만은 일시적이다. 모든 종의 리더가 그렇다. 그들은 오히려 무리에게 위험이 닥치면 먼저 나서서 솔선수범의 희생을 보인다.

남태현이 알지 모를지 모르겠지만 외견상 그는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와 위버멘시를 나치처럼 잘못 해석한 듯하다. 위버멘시는 슈퍼맨이 아니라 초월자를 뜻한다. 권력에의 의지는 부와 힘을 거머쥐고 잘난 척하겠다는 우월 의식에의 의지가 아니라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게끔 스스로 지혜와 능력을 두루 갖추겠다(위버멘시)는 선구자의 정신이다.

모난 돌이 정을 맞게 되어 있는 게 경쟁 사회의 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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