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이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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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원영빈의 리딩 이야기] 2)한 번에 많이가 아니라 매일 꾸준히 읽기의 힘

영어 책 읽기를 흔히 매일 비타민 먹기와 이 닦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비타민이 몸에 좋기는 하지만 매일 필요량만을 먹어야 효과적이고, 치아도 귀찮지만 매일 꾸준히 닦아야 하는 것처럼 책 읽기도 마찬가지이다. 한 번에 많이 읽는 것과 매일 꾸준히 반복해서 읽는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A 그룹의 아이들은 한 번에 한 시간씩 며칠 간격으로 1년을 읽었고, B 그룹의 아이들은 매일 20분씩 꾸준히 1년 동안 읽었다. 어떤 아이들의 읽기 실력이 향상되었을까? 당연히 B 그룹 아이들의 실력이 향상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영어 실력을 쌓기 위한 도구로서의 영어 책 읽기는 한 번에 몰아서 많이 읽기보다는 조금씩 꾸준히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을 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매일 꾸준히 읽기의 힘을 믿어야 한다.

3)책을 읽고 확인 대신 칭찬으로 마무리하기

영어 책을 6개월 정도 읽은 아이가 뾰로통해서 나를 찾아왔다. 엄마가 해석을 시켰는데 하나도 못 해서 엄마에게 혼이 나고 왔다며 영어 책을 많이 읽어도 소용이 없다며 우울해했다. 아직도 영어 책 읽기를 학습으로 오해하는 부모들이 많다. 예전에는 영어 학습을 하면서 단어를 외우고 한 줄씩 해석하고 그것에 대해 확인하고 테스트하던 방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영어 책 읽기는 장기전이다. 우리가 한글 책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던가를 생각하자. 태어나서부터 모국어에 충분히 노출시키고 한글 떼고, 그리고 밤마다 수많은 책을 읽어 주면서 보냈던 시간들을 말이다. 아이가 책을 읽고 엄마에게 스토리를 이야기해 주거나 그것을 글로 표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가를 말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한글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책 읽기가 한글을 익히는 방법이나 도구로 매번 테스트가 들어갔다면 아이들이 한글 책 읽기를 지속할 수 있었을까? 책 읽기는 사랑을 전하고 내용을 공유하며 함께 행복한 상상을 하는 그런 시간이었기에 아이들은 책 읽기가 좋았고 재미있었으며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영어 책 읽기도 다르지 않다. 영어 문장 노출이 충분히 채워져 자연스럽게 유추 능력이 생기고 문장을 보는 힘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지치지 않고 오래 읽을 수 있고 스스로 영어 책 읽기를 즐기는 날도 빨리 온다. 오늘부터 당장! 적어도 책 읽은 후에는 확인을 멈추고 칭찬만 한마디 하자!

"와우! 스스로 읽다니 대단한데!"

4) 끊임없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아이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아이들도 어른처럼 책 읽기가 힘들어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다행히도 느끼지 못할 만큼의 진통을 겪으며 무사히?! 다음 단계의 책으로 옮겨가는 친구들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6개월에서 1년, 아니면 사춘기라는 시기를 겪으며 그 동안 안정되게 읽기를 진행했던 아이들이 책 읽기가 '재미없다. 바쁘다. 잠깐 쉰다.'라는 등의 이유로 책 읽기를 중단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엄마들이 지쳐 가는 시기도 함께 온다는 것이다.

책 읽기가 필요한 것이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도 알고 시작했지만 분기별로 점수화돼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얼마큼 좋아질지도 측정도 어렵기 때문에 고민하고 걱정하는 시기가 온다. 게다가 고되게 시키는 옆집 엄마의 충고가 더 솔깃해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아이가 '영어 책 읽기가 힘들다.'라고 하니 그 말이 더 반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쯤 되면 엄마부터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엄마에게 동기부여란 책 읽기로 성공한 친구들의 사례가 '두통엔 게보린'처럼 잘 듣는다. 하지만 오랜 기간 책 읽기를 진행해 온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동기부여를 한다고 해서 책 읽기가 다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처음 책 읽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작은 동기부여와 칭찬을 받으면서 엄마, 혹은 선생님과의 유대관계가 좋은 친구들은 때때로 찾아오는 슬럼프를 거뜬히 넘기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예를 들면 초등 저학년 때는 100권 혹은 500권 읽기를 달성했을 때마다 인증하는 북 배지를 준다거나 읽은 페이지, 혹은 읽은 시간만큼 포인트로 환산하여 후에 무언가를 살 수 있게 한다거나, 2,000권 북 클럽 등에 가입하여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은 이벤트들이 한 번씩 힘을 잃을 때마다 다시금 책 읽기의 끊을 놓지 않게 해주는 동기부여들이다. 하지만 제일 효과적인 것은 엄마나 선생님의 따뜻한 공감 섞인 말 한마디이다.

“많이 힘들지. 1년이나 꾸준히 읽었으니 지루하기도 하고 끝도 없는 거 같지? 그래도 매일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읽는 네가 난 너무 자랑스럽고 멋져 보인다. 누구나 이런 시기가 있단다. 계단도 10계단 올라가면 평평한 부분이 있어서 쉬어가는 것처럼 너도 이 시기를 잘 넘기면 또 다른 단계의 책이 재미있게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힘내. 내가 너와 함께할게.”

5)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하면 멀리 갈 수 있다.

집에서 혼자 읽기를 진행하는 아이들 중에는 리딩 레벨이 꽤 높은 아이들이 기관을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리딩 레벨뿐만 아니라 집중력이나 지구력이 꽤 높음에도 불구하고 기관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는 같이 책 읽기를 하는 그룹 안에서의 상호 교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의 책 읽는 모습을 본다거나, 책에 대한 생각, 책을 소리 내어 읽는 태도나 발음, 억양 등 또래의 친구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나만 이렇게 책을 읽는 것은 아니었구나. 집에서 하는 활동이 특별한 그 무엇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누구나 하는 것이며 즐거움도 있는 반면 어려운 부분에서는 저렇게 극복하는구나.'라는 것을 서로를 통해 배우고 때로는 위안을 삼기도 하며 그러면서 또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를 만든다.

5000권 이상의 영어 책을 읽었다고 하면 누구나 부러움과 존경의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영어 동화책 5000권의 시간이 영어 노출 총량의 법칙을 충분히 채웠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실제로 많은 끈기와 성실성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또한 다독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바로 꼼꼼히 한 줄 한 줄 읽으며 숨겨진 의미까지 파악하는 정독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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