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효섭 변호사
지효섭 변호사

[미디어파인 시사칼럼] 예부터 의식주(衣食住)는 사람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세 가지 요소로 꼽혀왔다. 그중 ‘의’’와 ‘식’은 과거보다 풍요로운 현대로 접어들면서 비교적 충족하기 쉬워진 반면, ‘주’는 여전히 가장 필요하면서도 가장 구하기 어려워 많은 이의 애환이 서려 있음이 틀림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취방이 필요한 대학 신입생과 취준생, 사회 초년생부터 내 집 마련이 급한 신혼부부까지 수많은 이가 집을 구하는 데 필사적이다. 문제는 이들의 절박함을 이용한 ‘전세사기’가 우후죽순 격으로 급증해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최근 기승을 부리는 악성 임대인 전세사기의 시작을 지난해 발발한 ‘빌라왕사태’로 보고 있다. 주택 담보 대출금과 전세 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현재 집값보다 더 큰 주택을 일컫는 이른바 ‘깡통주택’을 무자본 갭 투자 방식으로 다수 확보한 속칭 빌라왕이 대규모 전세사기를 벌여 수많은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건이다. 워낙 피해 규모가 막대해 이들 뒤에 더 큰 조직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 뒤를 이어 최근 발생한 ‘건축왕 사태’는 활활 타오르는 전세사기 대란에 기름을 부었다. 건축업자와 공범들이 지난해 1~7월에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공동주택(아파트, 빌라 등) 163채의 전세 보증금 126억 원을 세입자들에게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는 사건이다. 해당 건축업자가 소유한 주택은 인천과 경기도에 걸쳐 총 2700채로, 빌라왕 사태 당시 빌라왕이 보유한 빌라(1139채)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밝혀져 세간이 충격에 휩싸였다.

대표적인 전세사기 유형 첫 번째는 가짜 임대인 등이 허위 보증이나 보험 같은 교묘한 방법으로 무주택 청년의 전세 대출 지원금을 가로채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앞선 빌라왕처럼 무자본으로 다량의 빌라를 매입하고 세입자의 보증금을 가로채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전세 계약 과정에서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네 번째는 주택 담보 대출 금액과 전세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의 70% 이상인 깡통 전세로 세입자를 현혹하는 것이다.

악성 전세사기는 이외에도 다양한 수법으로 많은 임대인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피해자가 부동산 계약 경험이 미숙한 청년층(대학 신입생, 취준생,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에 집중돼 있고, 피해 금액이 1~2억 원대인 사건이 상당수이며, 다세대 주택이 피해 주택 유형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전세사기가 서민층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경찰은 악성 임대인에 의한 전세사기, 컨설팅업자 등 배후세력이 개입한 전세사기, 전세대출자금 편취행위, 불법 감정∙중개행위를 전세사기 4대 유형으로 선정한 데 이어 오는 7월 25일까지 특별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전세사기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악성 전세사기는 여전히 판치며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리고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 정부의 발 빠른 대처뿐 아니라 세입자 개인의 각별한 주의 또한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근 악성 임대인의 전세사기는 지역, 규모와 무관하게 무차별적으로 다수의 피해자를 낳고 있어 큰 문제다. 정부가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자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과거부터 쌓인 수백 건의 전세사기 피해를 모두 구제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사기는 ‘눈 뜨고도 코 베이는 부동산 범죄’라는 말이 있다.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최신 전문 정보를 꾸준히 습득하는 것은 물론, 계약에 앞서 부동산 상세 정보와 계약 사항을 꼼꼼히 체크해 보는 게 중요하다.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개인의 노력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안산 법무법인 태하 지효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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