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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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여자들에게는 한 번 잘해 주면 점점 더 잘해 줘야 하니까 처음에 기대치를 확실히 낮춰 놓으면 다음에는 편하게 살 수 있다.’fk는 속설을 미신처럼 따르는 남편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일단은 그 말대로 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편할 것 같으니까 그 말의 사실 여부를 충분히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 흉내를 내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상대에게 친절을 베풀면 자신도 그런 대접을 받게 된다는 것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상식을 가정에서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부부 관계는 훨씬 나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적어도 집밖의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만큼의 예의를 지키거나 결혼 전에 부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했던 노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많은 남편들이 '결혼했는데 그럴 필요가 있느냐? 그러다가는 부인의 간섭이 더 심해질 것이다.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평소 남편에게서 충분한 관심을 받은 부인은 오히려 더 관대해지는 법입니다. ​따라서 결혼 후에도 자유 생활을 보장받고 싶은 남편은 부인과 충분한 교감과 신뢰를 가지려는 노력부터 먼저 해야 합니다. ​

만약 부인의 간섭이 심하다고 느끼는 남편이라면 부인에 대한 자신의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 불충분했을 가능성을 깨닫고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남자들은 두루뭉술하게 말하면 제 멋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자신이 결혼하게 된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결혼에는 몇 가지 의무들이 따릅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은 동거의 의무입니다. ​여기서의 동거란 단지 같은 주소지를 쓰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 내용상으로는 오히려 동고동락에 가깝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매일 업무를 마치자마자 귀가하고 휴일에는 종일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입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어서 나가게 되거나 늦게 되는 경우에는 아내에게 미리 알려서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가정은-많은 남편들이 오해하듯, 바깥일을 잘하기 위해서-잠시 들어와서 쉬었다 가는 휴게실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것은 유치원에서나 배울 법한 기본 가정교육인데 이런 상식은 나이가 들었다 해서 그만두어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이런 조언에 대해서 어떤 남편들은 이렇게 항의하곤 합니다. “그럼 도대체 언제 쉬느냐?”라고. 글쎄요, 이런 질문을 하는 남편들은 어떤 것을 쉰다고 보는 것일까요? ​만약 가족에게서 벗어나 그것도 아내 모르게 시간 보내는 것을 쉬는 것으로 안다면 그런 ‘쉼’은 가정 생활은 물론 본인에게도 해로운 것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남편이라면 지금까지 업무적인 성공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이나 남자들끼리 놀면서 얻는 말초적인 재미 외에는 기쁨을 경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정서적 발달이 부족하여 자신도 모르게 충동적인 감정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따라서 본인이나 그 가족들이나 대화를 피하게 되고, 결국 행복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게 됩니다.

많은 남편들이 이런 잘못을 저지르게 된 이유는 사실 그 자신이 바람직한 가정생활에 대해서 배워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가정생활은 남편은 남편대로, 부인은 부인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각자 자기가 할 일만 잘 해 내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군대나 공장에서나 통할지 모르지만 가정은 그렇게 되는 곳이 아닙니다.

이런 사람들은 앞에서 말한 동고동락을 하는 가족의 의미를 새로 배워야 합니다. 가정생활에 충실함으로, 즉 가족과 함께 어울리면서 감정을 나누고 위안을 받고 새 힘을 얻게 되는 원리를 배워야 합니다. 그것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간단히 말하면 자신에게 있었던 일, 자신의 어려움, 자신의 꿈 등을 가족에게 이야기하고 감정을 나누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아내와 자녀들의 말을 들어 주고,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며 위로하고, 서로 격려와 감사의 말을 주고받는 것 정도입니다. ​굳이 그들의 고충을 해결해 주라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돈이 필요하다고 할 때 ‘어떻게 그 돈을 마련해줄까?'라는 궁리보다 그 돈이 없어서 겪은 불편과 아쉬워하는 심정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좋은 가정을 만드는 첫걸음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런 후에 돈을 마련해 줄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마음은 나누지 못한 채 돈만 가져다 준다면 그다지 고마운 대접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많은 남편들이 저지르는 잘못이지만 어쩌다 한 번 온 가족이 모였다가 기대와 달리 씁쓸하게 끝장난 경우들이 있을 것입니다. 본인으로서는 가정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었겠지만 모처럼의 기회를 아내의 살림을 타박하고 자녀를 꾸지람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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