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여자들에게는 한 번 잘해 주면 점점 더 잘해 줘야 하니까 처음에 기대치를 확실히 낮춰 놓으면 다음에는 편하게 살 수 있다.’fk는 속설을 미신처럼 따르는 남편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일단은 그 말대로 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편할 것 같으니까 그 말의 사실 여부를 충분히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 흉내를 내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상대에게 친절을 베풀면 자신도 그런 대접을 받게 된다는 것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상식을 가정에서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부부 관계는 훨씬 나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적어도 집밖의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만큼의 예의를 지키거나 결혼 전에 부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했던 노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많은 남편들이 '결혼했는데 그럴 필요가 있느냐? 그러다가는 부인의 간섭이 더 심해질 것이다.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평소 남편에게서 충분한 관심을 받은 부인은 오히려 더 관대해지는 법입니다. 따라서 결혼 후에도 자유 생활을 보장받고 싶은 남편은 부인과 충분한 교감과 신뢰를 가지려는 노력부터 먼저 해야 합니다.
만약 부인의 간섭이 심하다고 느끼는 남편이라면 부인에 대한 자신의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 불충분했을 가능성을 깨닫고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남자들은 두루뭉술하게 말하면 제 멋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자신이 결혼하게 된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결혼에는 몇 가지 의무들이 따릅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은 동거의 의무입니다. 여기서의 동거란 단지 같은 주소지를 쓰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 내용상으로는 오히려 동고동락에 가깝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매일 업무를 마치자마자 귀가하고 휴일에는 종일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입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어서 나가게 되거나 늦게 되는 경우에는 아내에게 미리 알려서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가정은-많은 남편들이 오해하듯, 바깥일을 잘하기 위해서-잠시 들어와서 쉬었다 가는 휴게실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것은 유치원에서나 배울 법한 기본 가정교육인데 이런 상식은 나이가 들었다 해서 그만두어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이런 조언에 대해서 어떤 남편들은 이렇게 항의하곤 합니다. “그럼 도대체 언제 쉬느냐?”라고. 글쎄요, 이런 질문을 하는 남편들은 어떤 것을 쉰다고 보는 것일까요? 만약 가족에게서 벗어나 그것도 아내 모르게 시간 보내는 것을 쉬는 것으로 안다면 그런 ‘쉼’은 가정 생활은 물론 본인에게도 해로운 것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남편이라면 지금까지 업무적인 성공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이나 남자들끼리 놀면서 얻는 말초적인 재미 외에는 기쁨을 경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정서적 발달이 부족하여 자신도 모르게 충동적인 감정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따라서 본인이나 그 가족들이나 대화를 피하게 되고, 결국 행복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게 됩니다.
많은 남편들이 이런 잘못을 저지르게 된 이유는 사실 그 자신이 바람직한 가정생활에 대해서 배워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가정생활은 남편은 남편대로, 부인은 부인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각자 자기가 할 일만 잘 해 내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군대나 공장에서나 통할지 모르지만 가정은 그렇게 되는 곳이 아닙니다.
이런 사람들은 앞에서 말한 동고동락을 하는 가족의 의미를 새로 배워야 합니다. 가정생활에 충실함으로, 즉 가족과 함께 어울리면서 감정을 나누고 위안을 받고 새 힘을 얻게 되는 원리를 배워야 합니다. 그것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간단히 말하면 자신에게 있었던 일, 자신의 어려움, 자신의 꿈 등을 가족에게 이야기하고 감정을 나누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아내와 자녀들의 말을 들어 주고,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며 위로하고, 서로 격려와 감사의 말을 주고받는 것 정도입니다. 굳이 그들의 고충을 해결해 주라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돈이 필요하다고 할 때 ‘어떻게 그 돈을 마련해줄까?'라는 궁리보다 그 돈이 없어서 겪은 불편과 아쉬워하는 심정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좋은 가정을 만드는 첫걸음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런 후에 돈을 마련해 줄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마음은 나누지 못한 채 돈만 가져다 준다면 그다지 고마운 대접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많은 남편들이 저지르는 잘못이지만 어쩌다 한 번 온 가족이 모였다가 기대와 달리 씁쓸하게 끝장난 경우들이 있을 것입니다. 본인으로서는 가정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었겠지만 모처럼의 기회를 아내의 살림을 타박하고 자녀를 꾸지람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