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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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이번에는 '좋은 부부 싸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합니다. ‘좋은 부부 싸움'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요? 우선 '나쁜 부부 싸움'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자면 싸우고 나서 (원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두 사람의 감정이 상하여 다음에 또 싸울 때까지도 그 앙금이 남아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에 '좋은 부부 싸움'은 싸우는 도중이나 싸운 후에도 각자의 자존심을 유지할 수 있어서 불쾌감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또 설령 심하게 싸웠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각자 원하고 또 싫어하는 점들을 정확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이해를 토대로 하여 서로를 배려하며 더 깊은 사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때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부부들은 싸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부부 싸움을 잘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고 또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요? 우선 사람들이 싸울 때 흔히 저지르는 잘못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게 “선생님은 부부 싸움 안 하세요?”라고 묻습니다.

​실례가 될 수도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대부분 대단히 조심스럽게 묻는데 이럴 때 내가 “왜요? 저도 싸울 때가 있죠.”라고 하면 그들의 표정이 봄날 햇살처럼 밝아집니다. 아마 저 같은 전문가도 부부 싸움을 한다면 자신들이 싸우는 것이 그리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기 때문일 테지요.

사실은 저도 처음부터 '좋은 부부 싸움'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우리 부부가 언제 처음 싸웠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데 아내는 우리가 처음 싸운 게 ‘이불 개는 것’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아마 아내의 기억이 맞을 것입니다. 이런 점들에 대한 여성들의 기억은 대부분 틀림이 없으니까요.

저희는 맞벌이로 결혼했는데 신혼 휴가가 끝나고 첫 출근하는 날이었습니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아내가 제게 이불을 개어 넣어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오늘 누가 집에 오기로 되어 있나 싶어서 물었더니 아내는 그런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렇다면 굳이 이불을 갤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휴가 기간 내내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으면 이불을 개지 않고 지내 왔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냥 깔아 두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처음 부탁한 건데 그것도 들어주지 않느냐?”면서 화내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자신이 결코 화를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만.) 저는 아내가 화낸다는 것에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아내의 말 중에서 ‘처음’이라는 것을 트집 잡았습니다. 그동안 장도 같이 보면서 무거운 것을 들어 주었고, 손님이 온다면 이불을 개고 청소도 해 주지 않았느냐고 따졌습니다. 저의 반격에 아내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런 건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지 부탁을 들어준 것과는 다르다는 겁니다. ​여하간 나는 그런 일들 말고도 이미 수없이 많은 부탁을 들어주었는데 왜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느냐고 재차 따져 들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이불 개는 것 하나 해 주기 싫어서 말 꼬리 잡는거냐?”라고 하면서 말문을 닫았습니다. 싸움에서는 제가 이긴 것 같은데 기분 좋았던 아침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저는 졸지에 ‘치사한 신랑’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의 경우처럼 사소한 일로 싸우게 되는 경우는 어느 부부나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말다툼이 심각한 부부 불화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첫째, 싸움에 너무 열중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뭐든지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배워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부부 싸움에서도 어떻게든 이기려 합니다. 부부 싸움에서 이겨 보았자 남는 것이 뭐 있는가요?

그래도 일단 싸움이 되면 지지 말아야겠다는 ‘못된 본능’에 사로잡혀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 맙니다. 제 경우를 보면 그 싸움은 그야말로 별일 아닌 이불 개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아내의 부탁이 처음이든 아니든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인데도 저는 단지 아내를 이기기 위해서 첫 부탁이라는 말을 물고 늘어져서 아내의 항복을 받아 내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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