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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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반면 아내는 제가 흔쾌히 들어 줄거라 생각했는데 제가 예상 밖의 반응을 보이자 감정이 상했고, 그런 결과로 저희 두 사람은 결혼하고 출근하는 첫날에 기이을 상하고 말았습니다. 이 모두 제가 이기려는 못된 본능에 사로 잡혔기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가 저지른 잘못처럼 단지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억지 논리를 세우고 상대의 실수를 파고듭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싸움에서 이겼다 해도 남는 것 하나 없을 뿐 아니라 그럴수록 자신만 쩨쩨한 사람이 된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아내 역시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는 순순히 제 말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요. 그런데 많은 부부들이 저처럼 싸우면 이겨야 한다는 충동에 사로잡혀 이기고도 지는 싸움을 수 없이 반복합니다.

​따라서 이런 못된 본능만 잘 다스려도 불필요한 싸움을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둘째, 싸우는 동안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배우자를 모욕하거나 협박하지 말아야 합니다. 많은 부부들이 대화의 문을 닫고 사는 것은 싸우는 동안 주고 받은 모욕과 좌절감 때문입니다. 즉 처음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문제로 시작한 대화가 순식간에 ‘누가 더 옳은가?’로 바뀌고, 마지막에는 ‘누가 더 형편없는 사람인가?’로까지 싸움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싸우면 일단 이기려는 본능 때문에 상대를 헐뜯고 무시해서라도 일어나는 현상인데 결과적으로 애초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면서 불쾌감만 남게 됩니다. 부부 심리 연구가 존 M. 고트맨은 부부가 대화하는 것을 3분만 지켜봐도 그들이 앞으로 이혼하게 될지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특히 비난과 모욕이 부부 관계에 가장 치명적이라고 말합니다. ​무엇 때문에 싸우게 되었는지 이유는 그다지 상관이 없고, 싸우면서 상대의 인격을 비하하고 상대를 무시하며 외면하는 태도 때문에 이혼하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싸울 때나, 싸우지 않을 때나 부부 간에 주고받는 말과 느낌이 부부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부부가 각자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상대를 자극하는 것은 역효과만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 싸울 일이 있으면 싸우더라도 싸우는 중에 ‘나는 당신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도 나를 싫어하지 않을 것을 믿는다.’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라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만약 열심히 싸우다가 뜻하지 않은 말실수로 상대를 모욕한 것 같으면 즉시 사과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아까는 흥분해서 심한 말을 했는데 그건 사과할게. 하지만 애초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정리하고 싶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 싸우는 동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자신의 감정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를 계속해서 검토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싸움이 끝나고 심지어 문제가 해결된 후에도) 상대가 자신에게 했던 잘못에 대해서 분을 풀지 못합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그 당시 자신이 상대에게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을 못 한다는 겁니다. 더러 자신이 지나친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상대가 먼저 도발을 해 왔기 때문이라고 변명합니다.

그런데 그 상대 역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마찬가지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먼저 화해를 청하기보다는 서로 상대가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고 반성하며 용서를 빌어 오기를 기다립니다. '나쁜 부부 싸움’에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문제도 간단하게 넘기지를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잘 싸우기 위해서는 우선 필요 이상으로 격한 단어를 쓰거나 지나치게 방어적 태도를 취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 잘못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무엇 때문에 마음이 상했는지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 동시에 상대가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서 저지른) 말 실수 정도로 여기고 너그럽게 넘어가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상대도 나와 마찬가지로 상처받았을 거라는 이해심을 가지고) 자신이 받고자 하는 대로 상대를 위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지만 이런 노력을 기울이면 결혼 생활이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가 현저히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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