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가수 황영웅이 새 소속사를 통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특히 그는 "나도 학창 시절에 맞기도 하고 돈을 빼앗기기도 했다."라고 호소했다.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나 가정이 가난하다고 포장했다는 의혹, 불성실한 군 복무로 일병 제대했다는 비난, 전 연인을 심하게 폭행했다는 주장 등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안 했다. 이게 해명인가, 변명인가?

3월 31일 황영웅의 새 소속사 더 우리엔터테인먼트 측은 언론에 장문의 소명 자료를 돌렸다. 결론적으로 '공장 근무 거짓 의혹은 방송이라 여러 군데에서 근무한 것을 미처 자세히 설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이다. 학교 폭력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 싶다. 나도 학교 폭력의 희생자이다. 모든 내용을 자세히 파악 중이니 마녀사냥을 자제해 달라.'이다.

나름대로 성의가 넘치고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불탄다. 하지만 본질을 잘못 짚었다. 가장 큰 패착은 '나도 학창 시절 맞았고, 돈도 빼앗겼다.'라는 주장이다. 그는 '본인 역시 다른 친구들로부터 맞기도 하고 돈을 빼앗기기도 하는 학창 시절을 보내며 본인이 해 왔던 일들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지우지 못할 큰 상처가 되고, 또한 사회적 파장을 크게 일으킬 만한 사안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본인의 무지함에 대해 가장 괴로워하고, 후회, 반성하고 있다.'라고 썼다.

이 글에 따르면 그는 학창 시절 자신에게 폭행하고 돈을 갈취한 자나, 타인에게 그렇게 악행을 저지른 자신에 대해 잘못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나중에야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게서 범죄나 도덕에 대한 기준의 모호함이 엿보일 수밖에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이 글은 사과를 전제로 용서를 비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나도 피해자이니 너그럽게 생각해 달라.'라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사과란 진심을 담아-다소의 과장도 용납된다-진정성 있게 손발을 싹싹 비는 게 옳다. 무조건 '그리고'여야지 '그런데'나 '그러나'가 들어가면 사과가 성립이 안 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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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절도범이 있다. 법정에서 판사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겠다며 '죄질을 잘 알고 있으며, 충분히 뉘우치고 있다. 죗값을 달게 받겠다. 그런데 나도 누군가에게 절도를 당해 배가 고파 훔쳤다.'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나도 강한 A에게 맞았기 때문에 약한 B를 때렸다.'라는 말밖에는 안 된다.

황영웅도, 새 소속사도 아직까지도 본질과 솔루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를 둘러싼 의혹과 비난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다면 소속사는 철저하게 조사하고 황영웅과 상의해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그리고 비난을 최소화할 수 있게끔 해결 방안을 내놓았어야 바람직했는데 어설폈다.

'나도 맞고 갈취당했다.'라는 변명부터 효과적이지 못하고, 정작 대중이 강력하게 의심하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에 대해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지나친 것도 그렇다. '학폭'이야 피해자가 여럿이고 명명백백한 사실이므로 사과하되 진실을 밝히기 힘든 의혹이나 극소수의 피해자 건은 어떻게든 막아 보자는 뉘앙스가 풍긴다.

첫째, 전 연인에 대한 폭행 의혹은 거론조차 안 했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학폭'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직접 사과하며, 손해 배상을 하겠다는 반성의 의지가 없다. 사실이 아니라면 음해 혹은 오해라며 해명했어야 마땅했다. 또한 불성실 복무로 인해 일병 제대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불명예 제대이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반드시 해명했어야 하는 의문점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도덕을 노예 도덕과 주인 도덕으로 나누었다. 기존의 통념적 시각을 달리하는 그는 노예 도덕이 주인 혹은 그 같은 강자에 대한 원한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즉 강자에게 맞았다고 약자를 때리는 것을 합리화하는 게 노예 도덕이다.

도덕 법칙으로 유명한 이마누엘 칸트는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고, 직관 없는 사유는 허무하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물론 아무나 개념과 직관, 유물론과 관념론 등을 동시에 이해하고 보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요즘 연예인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강요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모럴 해저드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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