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자정이 넘은 시각에 오토바이로 자동차 전용 도로를 운행해 경찰에 적발된 가수 정동원(16)이 사고 일주일 만에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논란이 뜨겁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의 제작 주체는 이른바 '황영웅 논란'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서혜진 PD와 크레아스튜디오이다.

서 PD가 새롭게 기획한 '지구탐구생활'은 세계 곳곳의 평범한 이웃들의 삶 속에 뛰어드는 글로벌 생존 버라이어티 예능이라고 한다. 크레아스튜디오 측은 "정동원이 출연 논의 중이다. 방송 날짜는 아직 미정이다."라고 일부 매체에 내용을 밝혔다.

'뭉치면 뜬다'에 이은 '뭉뜬 리턴즈, '태어난 김에 세계 일주', '지구마불 세계여행', '걸어서 환장 속으로' 등 새로운 포맷의 세계 여행 예능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지구탐구생활'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려는 용틀임으로 보인다. 무슨 상관이랴?

다만 정동원이다. 그의 교통 법규 위반 내용은 그리 심각하지는 않다. 음주 운전도 아니고, 교통사고를 낸 것도 아니다. 그저 이륜 자동차의 운행을 금지한 곳에 진입했을 따름이다. 예능 프로그램과는 별 관련이 없다. 그런데 왜 '와글와글' 시끄러울까?

그 이유는 정동원과 서 PD라는 두 사람의 족적에 있다고 풀이된다. 정동원은 TV조선 '미스터트롯'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노래 실력도 출중했지만 부유하지 않은 결손 가정이라는 가족 이야기도 인기에 한몫했다. 그리고 그는 어린 부자가 되었다.

능력이 되기 때문에 그만큼 벌어서 풍요를 누리는 것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걸 보란 듯이 드러내거나, 대놓고 자랑하는 것 또한 법에서 어긋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적 정서라는 게 있다. 게다가 그는 이제 '가난한 어린이'가 아니라 유명 스타이다.

현대의 유명 연예인이 워낙 신격화되고, 엄청나게 큰돈을 벌다 보니 대중이 그들에게 요구하는 게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덕과 품격, 겸손과 겸양 등이다. 그래서 웬만한 스타들은 봉사는 할지언정 권세를 자랑하지는 않는다.

정동원이 집과 시계 등 풍부한 재산을 과시한다고 문제될 것은 없지만 유명 스타라는 게 걸림돌이다. 그 행위가 사회적으로 위화감을 조성하고, 국민의 다수인 서민들에게 낭패감, 자괴감, 상대적 박탈감 등 절망을 준다는 데서 매우 부적절한 언행인 것이다. 그보다 더 부유하고 인기가 높은 선배 연예인 중 그런 덜 성숙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증거이다.

그는 지난해 8월 수도권에 3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자택에서 한강을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자전거 못 타겠다."라고 적어 엄청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때 그의 선배 하나가 '중학생이 뭘 아느냐.'라는 투로 보호해 준 바 있다.

정동원은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으니 당분간 조용하게 지내며 '학생인 척'이라도 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교사 한 명의 연봉에 달하는 손목시계를 차고 등하교하면서 학교 생활에 충실한 '척'이라도.

서 PD는 누가 뭐래도 MBN '불타는 트롯맨'이 낳은 스타 황영웅의 '학교 폭력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중심 인물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황영웅의 인기가 날로 상승하며 우승이 점쳐지던 중 그가 폭력 전과가 있고, 학창 시절 약자들에게 폭행을 가했으며, 심지어 성인이 된 후 연인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당연히 그의 퇴출 요구가 빗발쳤다. 하지만 제작진은 에둘러 사과만 했을 뿐 황영웅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유지했다. 줏대 하나는 알아줄 만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그는 최종 결승전을 앞두고 기권을 선언했고, 제작진은 그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양측의 숙의가 없었을까? '불타는 트롯맨'의 편성 권리는 MBN에 있었지만 제작 총책임자는 누가 뭐래도 서 PD였다. 게다가 MBN은 그녀에게 거액을 쏟아부으며 '모셔' 왔다. 끝까지 황영웅을 지키려다 결국 포기한 끈기와 과정과 결정의 최종 책임자가 서 PD가 아닐까?

'지구탐구생활'은 전 세계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 예능이다. 기존 세계 여행 프로그램과 경쟁하기 위한 변별성은 연륜과 경험, 그리고 돌발 상황에 대한 즉흥적 대처라는 데 대해 반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정동원의 선배의 말마따나 보호받아야 할 고교 1년생이 예능 귀재인 기안84나 여행 전문가인 빠니보틀만큼 해낼 수 있을까?

서양의 양자역학도, 동양의 철학도 파동, 기 등을 포함한 에너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끼리끼리 잘 어울리는 사람들(유유상종)은 주파수의 에너지가 비슷하다고 한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는 성향이, 철학적으로 볼 때는 관념론이 각각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노이즈 마케팅도 때로는 묘약이 될 수 있지만 확률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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