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신혼부부가 결혼식을 마치고 함께 가는 여행. 신혼여행이다. 지난 7일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 이승기와 이다인 부부가 11일 싱가포르 거리를 편한 복장으로 다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한국인 관광객인 그 목격자는 두 사람이 사진 촬영을 거절했다는 내용을 적었다. 두 사람은 쇼핑을 즐기는 듯했다. 이승기가 쇼핑백을 들고 이다인의 뒤를 따라다녔던 것. 이에 사람들은 싱가포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했으나 이승기의 소속사 휴먼메이드는 "업무 차 일정이 있어 출국한 것이지 허니문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들은 결혼식을 발표했을 때 서로 스케줄이 바빠 신혼여행을 생략했음을 알린 바 있다. 이승기는 오는 5월의 아시아 투어를 준비 중이고, 이다인은 MBC 드라마 '연인'으로 복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혼여행이 아니라고 굳이 방어막을 친 것일까? 신혼부부가 신혼여행을 떠나는 게 어때서?

신혼여행은 이를테면 결혼식의 연장일 수도 있다. 공식은 아니지만 식 직후 휴양지나 관광지 등으로 떠나 신혼의 달콤함을 만끽하는 순서로서 오랫동안 관습으로 이어져 왔다. 특별한 목적이 있을 리 없다.

결혼식을 준비하고, 당일 식을 진행하며, 일일이 하객들을 응대하느라 지친 신랑과 신부가 업무, 요리, 청소 등 모든 일에서 벗어나 아주 편하게 놀면서, 쉬면서, 즐기는 게 전부이다. 물론 각자 사정에 따라 친구, 친지를 만난다거나, 쇼핑 의지가 강하다거나, 심지어 살짝 업무를 포함할 수 있다.

모든 걸 떠나 신혼부부가 결혼식 후 집을 떠나 여행하면 그게 신혼여행이다. 휴먼메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5월의 아시아 투어를 위해 업무 약속이 잡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 미팅을 위해 싱가포르를 가야 했는데 때마침 이다인의 스케줄이 맞으니 동참한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그리고 현지에서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편한 복장으로 거리에 나갔고, 나간 김에 쇼핑을 즐겼다. 그게 전부이다. 그렇다면 신혼여행이 목적은 아니지만 굳이 '신혼여행이 아니다.'라고 구분지을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전술했다시피 신혼여행의 사전적 의미는 신혼부부가 결혼식 직후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제1차적으로 업무 목적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신혼부부 동반 여행이다. '겸사겸사 신혼여행'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두 사람은 각자 배우자가 있는 유부남-유부녀가 아니다. 공개적으로 교제해 왔고, 만천하에 결혼식을 알린, 당당하고 아름다운 한 쌍의 부부이다. 그런 신혼부부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났는데 다른 목적을 앞장세우며 굳이 신혼여행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철학은 정의(定義)를 실재적 정의, 명사적 정의, 의미론적 정의, 구문론적 정의, 발생적 정의 등으로 구분한다. 무엇이든 개념의 의미적 결정으로 귀결된다. 빌헬름 딜타이에 따르면 '정신과학(인문학)은 삶의 체험이 텍스트로 표현된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쓴 작가의 내적 삶의 의도와 동기를 우리의 삶에 비추어 감정적으로 이입함.'으로써 이해한다. 삶의 체험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가 창시한 생철학은 삶, 자연, 자연스러운 감정 등을 중요시한다. 또한 예술로 승화되기도 했다. 이승기와 이다인은 요즘 '아티스트'로 분류된다.

싱가포르 여행조차도 그들의 일종의 삶의 체험이다. 거기서 업무 차 미팅을 하든, 쇼핑을 하든, 휴식을 취하든 그건 모두 생철학과 연관된 것들이다.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신혼여행이면 어떻고, 업무 목적의 여행이면 어떠하랴! 그게 실재적 정의인들, 의미론적 정의인들, 발생적 정의인들 어떠하랴!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