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건강한 삶을위해] 체중을 줄이기 위해 기본적으로 흰쌀밥과 밀가루를 끊어야 한다는 필자의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체중의 증가는 심, 뇌혈관계 질환으로 공식처럼 이어진다. 기름진 피가 넘치는 고지혈증이 찾아오게 되는데 의외로 여성이 남성의 2배가 넘는다.

폐경으로 지질 대사 능력이 떨어짐과 동시에 면, 떡, 과자 등 정제 탄수화물의 섭취가 남성보다 많은 탓이다. 경각심을 가지고 양질의 탄수화물을 선택할 시점이다. 현미식을 늘 강조하다 보니 밖에서 식사를 할 경우 어떻게 하느냐는 청강자들의 질문은 당연히 이어진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밥만이라도 가지고 다니면 되는 것이다. 외출 시 여성들이 필수 소지품인 립스틱을 챙기듯 필자의 가방에는 항상 100% 현미밥 한두 공기가 들어 있다. 두 끼니를 밖에서 때울 경우는 현미밥 두 공기가 필자와 동행한다. 물론 필자가 직접 준비한다.

여덟 시간 불린 현미로 밥을 짓는데 그 향기는 온 집안에 그윽하다. 미네랄, 비타민 등 각종 유용한 성분의 소비(寶庫)란 얘기다. 그러나 흰쌀로 밥을 하면 죽 끓는 냄새만 폴폴 난다. 밥을 앉히고 잠이 든 후 밥 짓는 냄새에 잠을 깨는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밥을 챙기는 일이 습관처럼 되다 보니 4시 30분이면 어김없이 기상한다. 자신의 건강을 챙겨 줄 사람은 배우자도, 의사도, 친구도 아니다. 본인 이외에 누구에겐가 나의 건강을 의지한다면 그땐 이미 늦는다.

하늘 아래 자신의 건강을 챙겨 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한다.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어느 주당이 나이가 들어서 "숱하게 술잔을 부딪치며 '건강을 위하여.'라고 외치던 주당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고 없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런 판국인데 상사가 권한 술을 어쩔 수 없이 받아먹을 일인가. 분위기를 위해 술자리에서 열심히 달렸다 치자. 환호하던 이들이 건강을 해친 나를 애석히 여길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애석히 여길 사람들 같으면 애초부터 술을 강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부모나 되어야 자식이 마시는 술을 안타까이 여길 것이다. 식당에서 현미밥을 꺼내 놓으면 주인이나 종업원들이 필자를 당뇨 환자로 여기기도 한다. 어디 아픈가 묻기도 하는데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것이 아니고 탈이 나야 건강을 지키는 행태가 우리 주위에 만연한 탓이다.

대한민국 90% 이상의 식당에서 흰쌀밥을 내온다. 가끔 쌈밥집에서 보리밥을 주기도 하는데 도정한 보리가 섞였다고 갈색 탄수화물이 되는 것이 아니다. 현미밥을 주거나 선택할 수 있는 식당은 한 군데도 보지 못했다. 주고 싶어도 손님들이 식감이 껄끄럽다고 할 테니 내놓지 못한다는 식당도 있긴 하다.

건강이 좋지 않은 식당 주인들조차 현미 식사를 할 수 없는 이유이다. 당뇨로 일찍 세상을 떠나신 필자의 어머니도 식당을 운영한 탓에 평생 흰쌀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흰쌀밥 식사는 일제 시대의 잔재이다.

일본인들은 목 넘김이 부드러운 고급 술을 만들기 위해 누런 쌀알을 절반까지 깍아 내어 국주인 청주를 빚었다. 몸에 유용한 통곡의 영양분을 모두 제거한 술의 재료로 우리는 이제껏 밥을 해서 먹고살았던 것이다. 흰쌀밥은 비극적 코미디의 훌륭한 소재이다.

섭취와 배설이 평형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식이 섬유를 다 깍아 낸 흰쌀밥을 먹고 변을 강제로 빼 내기 위해 병원을 찾으니 말이다. 현미는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하여 안정적 포도당을 공급하는 우수한 식품 급원이다.

들녘의 나락을 쪼아 먹고 수십 만km를 날아가는 철새의 에너지원이 현미의 옥타코사놀이란 성분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런 유용한 성분들을 모두 깍아 내고 단지 탄수화물 덩어리, 즉 설탕물에 가까운 흰쌀밥을 먹으며 나빠지는 건강을 탓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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