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편성 미정)가 국민들에게 민폐를 끼침은 물론 주연 배우인 아이유와 박보검의 이름에도 먹칠을 했다. 보통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관람할 때, 또는 그 드라마의 '간판' 등을 연상할 때 주연배우를 떠올리기 마련이기에 그렇다.

지난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라북도 고창 청보리밭 축제 현장에서 드라마 제작사 측의 촬영으로 인해 불편을 겪었다는 관광객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유채꽃밭에 들어서서 사진 찍고 걷다 보니 한 스태프가 막으면서 드라마 촬영 중이라 여기로는 가면 안 된다더라. 그래서 다른 길로 가면서 촬영하는 쪽 방향 유채꽃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든 순간 스태프가 '사진 찍지 마세요.'라고 소리쳤다. 관광객이 유채꽃밭 놀러 와서 사진도 못 찍냐. 촬영은 아주 멀리서 하고 있었는데 유채꽃도 찍으면 안 되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A 씨는 "촬영하는 근처만 막는 것도 아니고 입구부터 제지하는 건 아니지 않냐. 관광객들 한창 많을 오후 4시에 촬영 때문에 한가운데 전세 낸 듯 길 막고 사진 찍지 말라는데 이게 무슨 축제냐? 다같이 즐기는 축제인데 정작 방문객들은 촬영팀 눈치만 보고 기분만 상해서 돌아갔다."라고 볼멘 소리를 냈다.

이 드라마는 아이유, 박보검 주연의 '폭싹 속았수다'로 드러났다. 논란이 일자 제작진 측은 "안전한 촬영과 스포일러 유출 방지를 위한 과정에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귀중한 시간을 내 방문하셨을 분들에게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 앞으로도 촬영 과정에서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많은 시민들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 때문에 이런 불편을 겪고 불만을 느껴 봤을 것이다. 이 문제는 향후 제작사에서 먼저 조심하고, 법적 절차와 원칙을 잘 지켜야 하겠지만 정부 당국과 지방자치단체 역시 예의 주시하면서 제작진과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제작진의 특권 의식이다. 20세기에는 KBS와 MBC의 지상파 방송사 두 군데에서 드라마를 찍었다. 후반에 SBS도 합류했다. 거대 언론사를 등에 업다 보니 제작진이 시민의 불편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영화사 역시 유명 배우를 데리고 촬영하다 보니 어느 정도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요즘 제작사들은 한류 열풍의 기수라는 점에서 자존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들이 찍은 드라마나 영화 한 편이 전 세계의 대중문화를 좌지우지한다는 데에서 시민들의 불편 정도는 희생시켜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엄청난 착각이다. 드라마나 영화 제작의 첫 번째 목적이 국위 선양이나 대한민국 국민을 먹여살리기 위함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들의 자긍심과 자만은 인정해 줘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첫째 목적은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 스태프, 배우 등 그 작품 제작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의 수익에 있다. '폭싹 망했수다'가 해외에서 엄청난 돈을 번들 그 돈이 이 작품과 아무 상관없는 국민에게 단 한 푼이라도 갈 리 없다.

드라마 촬영이 국익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애초부터 애국과 애민은 아니다. 공익 사업이 아니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그랬다? 그렇다면 거대 스튜디오를 짓든가, 아니면 고창과 협의해 촬영 시간 만큼은 아예 축제 현장 전체를 대여하면 될 것이 아닌가?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가 대규모 스튜디오를 보유한 이유가 다 있다. 스포일러가 새 나갈 이유가 없다.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한 것은 소음, 플래시, 스포일러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그들 소유의 스튜디오에서나 가능한 '명령'이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지방 축제 현장에서 할 명령은 아니다. 보통 야외 촬영 현장에서 시민들을 통제하는 역할은 제작진 중 거의 막내가 한다. 나이가 어리거나 세상 물정을 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걸 감독이 시키거나 최소한 방치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더불어 제작사가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그런 식으로 시민의 불편을 좌시한 미필적 고의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 지자체는 지역 홍보를 위해 슬쩍 눈을 감아 준 게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어 볼 필요도 있다.

'폭싹 망했수다'는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일단 이미지적으로 폭삭 망했다. 그 파장이 주연 배우인 아이유와 박보검에게 미친다는 것은 생각 못했을까? A 씨 및 그때 고창에 있었던 사람들은 내내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릴 때면 아이유와 박보검을 연상할 터이니.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위대한 현자로 추앙받고 있는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곱등이라고 낮췄다. 진짜 그랬을까? 제일 똑똑한 자신이 그 수준이니 '다들 까불지 말고 겸손하라.'라는 뜻은 아니었을까? 스태프가 조용하라고, 사진 찍지 말라고 소리치는 그 대상은 바로 그들을 먹여 살릴 소비자 중의 한 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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