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의혹 등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 어쩔 수 없이 활동을 중단한 가수 황영웅이 복귀에 시동을 걸고 있는 듯하다. 이제는 모친까지 가세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황영웅은 MBN '불타는 트롯맨'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그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예상되었으나 상해 전과가 드러나는 한편 학창 시절의 폭력, 데이트 폭력, 허술한 군 복무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제작진과의 협의 끝에 프로그램에서 중도에 빠졌다. 그럼에도 논란 발생 두 달만에 소속사와 함께 활동 복귀 의사를 밝혀 맹비난을 받은 바 았다.

그렇게 조용히 지내고 있는데 이번에는 그의 어머니가 나섰다. 30일 자신을 황영웅의 모친이라 밝힌 한 누리꾼이 황영웅의 팬 카페에 편지를 게재하고 복귀를 암시했다. 그녀는 "언제가 될진 모르나 좋은 날 좋은 곳에서 웃으면서 뵐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라고 썼다. 그 '언제'가 마치 머지않았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인격 형성이 미숙하던 시기에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실수가 잦으면 실수가 아니라 버릇이자 인성이라는 것이다. 100보 양보해 그때는 그럴 수 있었다고 해도 지금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비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역시 구제받기 만만치 않다. 그 배경 역시 인격이다.

황영웅은 첫 번째로 의혹의 진실을 밝혀야 했다. 만약 잘못했다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시인하고 용서를 빌면서 해결하려는 방법론적인 문제가 있었다. 논란이 일었을 때 그 즉시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을 만나 진실을 밝히고 잘못했다면 잘못을 빈 뒤 대중을 달래려 했어야 옳았다.

또한 용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속죄하는 뜻에서 '불타는 트롯맨'에서 스스로 빠진 뒤 당분간 자숙하며 봉사 활동을 하겠다고 했어야 했는데 우승 상금을 불우 이웃 돕기에 내놓겠다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많은 시청자가 그의 출연 지속을 반대했고, 아직 결승전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그런 선언을 한다는 것은 상식 이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머니까지 가세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중의 분노의 이유가 어디에 있을지 알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황영웅은 29살의 어엿한 성인이다. 이번에 나름대로 산전수전 겪었다. 게다가 그에게는 어엿한 소속 기업이 있다.

황영웅의 나이로 미뤄 모친은 50대 초반은 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정도면 세상사 웬만한, 알 만한 것은 다 겪어 본 나이이다. 그냥 소속사에 맡기는 게 도와주는 것이지, 도움을 주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는 건 도움이 아니라 훼방일 따름이라는 것을 판단하지 못했을까?

레테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망각의 여신이자 저승의 망각의 강이다. 주지하다시피 그리스 신화는 인간사를 반영한 픽션이다. 신의 이야기들이지만 사실은 인간의 삶을 빗댄 것이다.

사람들의 기억에는 유통 기한이라는 게 있다. 그냥 조용히 있으면 어느새 세월이 황영웅을 레테강 건너편에 데려다 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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