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무비&철학] 음주 운전이 적발되어 재판 중인 가수 이루(본명 조성현·40)의 선처 호소 배경은 합리적인가?

지난 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정인재 부장판사)에서 범인 도피 방조, 음주 운전 방조, 도로교통법상 음주 운전 및 과속 등 4개 혐의를 받는 이루의 첫 공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이루에게 징역 1년과 벌금 10만 원을 구형했다.

그런데 당시 이루 측 변호인이 선처를 호소한 배경에 대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인도네시아에서 한류의 주역으로 활동하며 국위 선양에 공로가 있는 점, 모친이 치매를 앓고 있어 피고인의 보살핌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해 달라."라고 말한 것.

이 얼마나 황당한 논리인가! 일반적으로 변호사는 피고인에게 충분히 사실 여부를 취재한 후 변론을 준비한다. 만약 검찰 측이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인 정황이 드러날 경우야 당연히 그 점을 파고들면 유리할 것이고, 만약 잘못이 확인된다면 동정표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그런 점에 미루어 변호인의 호소는 이루가 직접 작성한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루는 의뢰인이다. 게다가 그의 배경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아버지 태진아가 있다. 변호사가 그런 논리로 선처를 호소할 것을 몰랐을 가능성이 희박한 이유이다.

판사의 입장에서는 검사와 변호사의 주장을 주의 깊게 파헤쳐 위법 여부와 범죄의 경중을 가리되 가장 합리적인 판결을 내리려 할 것이다. 이를테면 예전에 한 청소년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담당 판사가 죄는 인정하되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벌을 달게 받겠다는 자세를 보인 점과 그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점을 들어 징역형을 피하도록 판결한 사례 등이다.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은 너무 배가 고파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5년 징역형에 처해진다. 그래서 4번의 탈옥을 시도하다 잡혀 결국 19년간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물론 소설이고, 그게 현실에 있었던 일이라고 가정할지라도 과거의 이야기이다. 현대의 현명한 판사들은 그런 판결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빵 한 조각을 훔치든, 금붙이를 훔치든 규모는 다르지만 모두 절도죄이다. 그런데 앞뒤 정황이 중요하다. 전자는 가난 탓에 하도 굶주려서 판단 능력을 잃고 그만 저도 모르게 베이커리 문앞에 전시된 빵을 훔쳐 배를 채웠다.

후자는 먹고사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일하는 게 싫어서 편하게 일확천금을 노리고 흉기를 들고서 금은방을 털었다. 액수도 다를 뿐만 아니라 범행 동기와 수법이 판이하게 다르다. 전자는 선처쪽을 바라보아야 하고, 후자는 가중죄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루는 음주 운전 관련 두 건으로 재판 중이다. 본인의 음주 운전 및 과속 혐의를 비롯해 범인 도피 방조, 음주 운전 방조 등 4개 혐의이다. 여기에는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이 제기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루 정도라면 대리 운전 비용이 아깝지 않을 만큼의 재산을 갖고 있다. 100보 양보해 만약 없다고 할지라도 아버지 태진아에게 달라고 한다면 설마 '줄 수 없으니 그냥 음주 운전하라.'고 할 리 만무하다.

사실 그런 가정 자체가 무의미하고 만무하다. 당연히 대리 운전 비용 정도야 매일 맡겨도 될 만큼 벌었고, 벌고 있을 것이다. 만약 이번 사고만 아니었다면 예정된 드러마에 출연하며 꽤 수입을 챙겼을 것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운전대를 잡았다. 그것은 당시 자신의 행위, 동선, 동행자 등을 알리지 않기 위해서이거나, 법적·도덕적 개념이 불분명하거나, 특권 의식이 있거나, 요행수를 바라는 심리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대리 운전 비용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음주 운전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지 그 나이쯤이면 충분히 알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음주 운전을 했는데 죄를 경감해야 할 경우라면 언제 도로에 멈춰 설지 모르는 낡은 트럭에 각종 잡동사니를 싣고 다니며 도붓장사를 하는 극빈자 정도이다. 평생 운전기사로 일한 극빈자가 어느 날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을 경우에 면허 정지나 취소 대신 다른 벌을 내려 달라고 선처를 호소할 수 있는 것이다.

검찰의 구형이 징역 1년형이다. 이럴 경우 대부분 집행유예 판결이 나온다. 설령 판사가 검찰의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인도네시아에서 그가 일으킨 한류 열풍과, 어머니의 치매 간호는 음주 운전 처벌과 거의 관련이 없다.

평소 그가 24시간 어머니를 극진하게 돌봐 주었을 가능성은 이번 음주 사건으로 보아 그리 높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녀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경제적으로 이루보다 나은 것으로 알려진 태진아가 있다.

인도네시아 한류 열풍의 일등 공신이라는 선처 호소의 배경은 정말 실소를 자아낸다. 그건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마땅한 일로 거론하지 말았어야 체면이라도 지켰다. 방탄소년단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인다고 해서 군 복무를 면제해 줘야 한다는 논리와는 차원이 다른, 비뚤어진 독사(doxa)이자, 해괴한 궤변이다.

모든 한류 스타들은 음주 운전을 해도 죄를 경감받을 수 있다는 논리인가?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치매에 걸리면 살짝 음주 운전해도 벌을 좀 가볍게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냥 '모든 것은 저의 불찰이다. 어떠한 처벌이든 달게 받으며 반성한 뒤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라고 말했으면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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